군의관의 말 한마디 때문에 ‘지옥 2주 풀코스 체험’ 하고 돌아온 남자

양구에서 행정병으로 근무하면서

하루하루 아스테이지와 씨름 하던 일병 말때 이야기임

그 날도 아무 생각 없이 소대장님과

노가리 까면서 종이를 자르고 있었는데,

왼쪽 팔꿈치가 갑자기 욱씬거리기 시작했음

처음엔 왼팔로 종이를

너무 쎄게 눌러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통증이 반복되니

뭔가 문제가 생긴건가 싶었음

소대장님께 바로 말씀을 드렸더니

마침 백두병원 갈 일이 있으니 같이 가자 하시더라고

시간이 좀 촉박해서 부랴부랴 환복 후에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음

그 날 정형외과 군의관이 휴가인지라

내과 담당의가 내 증상을 듣더니

엑스레이를 한 번 찍어보자 했는데

이 때 까진 아무 생각이 없었음.

근데 사진을 찍고 다시 진료실에 들어가니

군의관 표정이 심상치 않은거임

그리곤 종이를 하나 꺼내서

뭔가 영어로 줄줄이 쓰곤

나한테 건내주며 하는 말이

“아무래도 상급병원에 가야겠다..

보고 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홍천에서 MRI 촬영해..” 라고 하더라.

순간 각종 드라마에서 본

시한부 판정 내릴 때의 의사 얼굴이 떠오르고

계속 병명이 뭔지 물어봤지만

절대 말 할 수 없다고만 하는거야

너무 당황해서 여기가 군대라는 것도 까먹고

무작정 캐물어보려 하니까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더라고

“여기 팔꿈치 쪽 뼈가 불룩 튀어나와 있지?

아무래도 종양같은데

일단은 별거 아닌 것 같으니까

빨리 MRI를 찍어봐라”

이러는데 앞뒤가 안맞잖아.

별거 아닌데 병명은 왜 숨기고

급하게 MRI를 왜 찍음?

하도 어이가 없는 나머지

진단서만 받아들고 바로 공중전화로 향해서

누나한테 전화를 걸었음

그런 일 생기니까 가족 생각 밖에 안 나기도 하고

누나가 대학병원 ER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거든.

그래서 누나가 받자마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진단서에 적힌 영어를 읽어줬음

“누나, 나 병원에서 MRI찍으라면서

진단서를 줬는데

bone tumor 라고 적혀있거든? 이게 뭐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누나가

너 어디냐고 휴가 나올 수 있냐면서

막 울기 시작하는거야

누나도 뭔지 설명을 안해주고

일단 빨리 나와서 검사를 받아보자라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함

난 본 튜머가 뭔지도 모르는데

주변 사람들이 병명 듣고 다 난리가 나니까

미칠 노릇이었음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고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네이버에 본 튜머가 뭔지 검색해봐라 했음

그러더니 친구는 “니가 걸린거냐?” 라고

계속 되묻기만 하더라

내가 걸리던 니가 걸리던

빨리 뭔지나 알려달라니까

존나 긴 침묵 후에 하는 말이

“암이라는데?…….”

말 듣는 순간 너무 얼탱이가 없어서

ㅈ1랄 하지 말라고 한 후에 전화를 끊어버렸음

웃음밖에 안나오더라

아직 21살 밖에 안 됐는데 암이라니?

시이이이이이발..

그 뒤로 중대에 도착해서

행보관님이 약은 받았냐고 물어보시길래

존나 공허한 표정으로

“암이라고 합니다..” 하니까

행보관님 피고있던 담배 떨구심

중대장님께도 보고를 하니

일단 홍천(근처 상급병원) 예약 후에

MRI 찍고 휴가를 내자고 말하시더라고

난 일이 꼬이려면 원래 한 없이 꼬이는

더럽기 그지없는 운빨을 가지고 있는지라

홍천 예약을 서둘렀는데도

2주 후에나 촬영을 할 수 있길래

겨우겨우 2주일 후로 날짜를 잡았음

그 때 부터 지옥의 2주가 시작됨.

세상이 개쓰레기 같고,

‘내가 이걸 해서 뭐하지? 어차피 암인데?’

같은 자포자기식 생각이 계속 들고

담배도 안 폈었는데 암 걸린게 억울해서

px에서 담배 한갑 사고 흡연장에서

켁켁 거리면서 줄담배만 폈음

일과시간에도 아무도 터치 안하고

일과 끝나면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는 하루하루를 보냈음

중대장한테 자초지종을 들은 선후임들은

‘아 저새기한테 뭔가 위로는 해야겠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까’ 연구했는지

본인들도 지금 생각하면

이불을 찢어버릴 각종 개드립 또는

으리의 한 마디를 던지고선 어깨를 토닥거려줌

물론 미쳐가던 나한텐 씨알도 안 먹힘

선임이고 후임이고

그냥 배경이나 나무토막처럼 보임

그렇게 지옥 같던 2주가 흐르고

홍천에 가서 난생 처음 MRI 라는걸 찍어봤음

찍는 도중에도 머릿 속으론

“도대체 왜 나지? 왜??” 따위의 생각만 들더라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군의관 호출이 왔음

별 일 아닐거라는 후임의 말은 흘려버리고,

도살장 끌려가는 소의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군의관이 하는 말이

‘야 이 진단서 써준 새ㄲ1 이름이 뭐냐?’

라고 하는거임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싶어

‘천XX대위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군의관이 ㅈㄴ 웃으면서 욕을 하기 시작했는데

‘지가 허준인 줄 아네ㅋㅋ 이런 ㅅㅂㅅㄲ가

엑스레이만 보고 이따위 진단을 내려?’

어리둥절 했음

난 순간 분위기 파악이 안돼서

모니터에 삿대질을 하며

“여기 이 부분, 동그랗게 나온 부분이

뭔가 있는거라고 하던데 말입니다..” 하니까

“그거 원래 튀어나온거야 병쉬나..’

라며 인체 모형을 꺼내서 보여주는데

모형도 골종양에 걸려있는지

나랑 똑같이 생겼더라고

“옘병하지말고 가라, 너 정상이다,

군의관 만나면 내가 죽여버린다고 전해라”

여기까지 듣고 나서야

내가 군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단걸 깨닫게 되었고

안도감.. 은 개뿔

슬픔과 절망감은 바로 분노로 바뀜

자대 복귀 버스 기다리면서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소리 존나 지름

“천XX 씨이이이이이발새기야!!!!!!!!!!!!!!”

ㅋㅋ너무 분하더라

중대 도착한 후에

선임들한테 발로 엉덩이 존나 까였음

그 뒤로 전역할 때 까지

어디 조금만 아프다고 하면

‘암 걸린거 아님?ㅋㅋ’ 소리 듣고

전역할 때까지 놀림 받다가 전역함

친구들한텐 지금까지 본튜머 새끼라고 놀림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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