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바람나고 반년 동안 폐인으로 살다가 새 여친이 생긴 아재

20살에 사고쳐서 애 낳고

십몇년 삐걱대며 살았는데

근 몇년은 관계도 안하고 리스로 살다가 작년에 이혼함

딸내미는 올해 고등학교 올라가고

전와이프는 바람피다 걸려놓고

얼굴에 철판 깔고 지가 먼저 이혼요구 하길래

엿이나 먹어라 하고 위자료 세게 불렀더니

불륜상대가 돈이 많은지

알겠다고 하고 걍 줌

아파트도 걍 나 살라고 전와이프 명의 뺌

대신 딸내미 자기가 데려간다길래

어차피 인생 다 포기한 상태라

그래 데려가라 함.

어차피 나랑 있어봤자

아빠 손길보단 엄마 손길이 낫겠지 싶어서 보낸듯

전와이프도 나한테나 나쁜년이지

애한테 못된짓 하진 않았으니

괜찮다 싶었고 현재는 그들끼리 잘 사는중

나는 집에 퇴근하고 오면

혼자 이 큰 아파트에서 소주먹고 겜하고 그럴까봐

그게 싫어서 회사도 그만둔다 했는데

사장님이 퇴사는 하지말고

한 일년 쉬다가 오라길래

고맙슴다 하고 일년 쉬기로 함

이제 한 반년 지났는데 존나 삶의 낙이 없음

하루종일 불도 안켜고 티비만 켜고

잠만 미친듯이 자고

잠 안자는 시간엔 게임만 미친듯이 하고

돈도 안 부족하고 시간도 안 부족한데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고

어딘가가 텅빈 느낌이고

하루종일 속이 불타는 느낌임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왜일까

그 생각만 하느라 하루종일 멍때린 적도 있고

암튼 사람같지도 않게 사는중에

그래도 친구들이 퇴근하고 나면 자주 불러줌

나가도 근데 뭐 즐겁게 노는 분위기

나 때문에 다 깨는거 같아서

잘 안나가긴 함

그리고 예전 회사 동료로 알게된 동갑내기가 있는데

거의 한 10년쯤 알고 지냈음

이혼 전에도 카톡은 간간히 했었는데

이혼소식 듣고나서는 거의 매일 카톡해줌

나도 고마워서 카톡 답장 열심히 하는데

한 일주일에 두세번은 얘랑 밥먹는거같음

바로 옆동네 살기도 하고

그 친구가 퇴근하면서 우리집 와서 치맥하기도 하고

뭐 재밌는 영화 떴다 하면 보기도 하고

얘가 축구를 좋아해서

손흥민 경기한다 하면 새벽에 와서 보기도함

근데 저번주 주말에

얘가 언니네 조카를 봐주기로 했다함

언니 부부가 여행간다고.

물어보니 돌도 안지난 애기인데

지 혼자서 이틀을 봐줘야 한다더라 ㅋㅋㅋ

니 그거 음청 힘들끼다 하고 놀리니까

간간히 언니 도와주면서 배웠으니

잘할 수 있다 하더니

한 삼십분만에 전화가 옴

애기가 울기만하고 분유를 안먹는다 하길래

하 기달리바 하고 걔네집에 감

언니 여행에 괜히 분위기 깨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전화했다는데

나도 갓난애기 본지가 십년이 넘어서..

근데 막상 애기 안으니까

울 딸내미 갓난애기 시절이 떠오르더라

애기 받자마자 응가냄새가 슬슬 나길래

기저귀 확인해보니 똥쌈

에이 똥쌌네 하니까 어케 받자마자 아냐고 신기해함

일단 물티슈로 닦았는데

왠지 남의집 아기라

물티슈로 대충 닦아주면 안될거 같기도 하고

목욕시키고 낮잠 재우면 딱이겠다 싶어서 목욕시키기로 함

근데 오랜만에 할라니까

도저히 애 잡는 각이 안나오는거임

어케 했더라 하고 생각해보는데

와이프가 잡아주고

내가 애기 샤워기로 살살 씻기고 했던게 대충 생각남

야 와서 애기 좀 잡아봐 하고

친구가 애기 들고있고 내가 샤워기로 씻기기로 함

둘이 화장실에 쭈구려 앉아서 씻기는데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게

얘 옷차림이었음

헐렁한 면티에 돌핀빤쓰 같은거 입고 있는데

얘가 애기를 안고 쭈구려앉아 수구리고 있으니

안보려고 해도 다 보이는거임

근데 얘는 신경을 안씀 자꾸 보임

애기 토한게 머리에 많이 묻어서

머리도 감겨야 하는데

머리 감기려면 눕혀야하니까

얘가 허벅지에 눕혀서 안음

하필 친구 눈높이도 애매해서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다가

그게 내 맘대로 되나 불쑥하고 시작되는거 얘도 봤을텐데

모르는척 하는거 같은데 그렇다고 시선은 안 돌림

그렇게 묘한 분위기에서 애기 다 씻기고

약간 어색하게 나와서 친구는 옷 갈아입으러 가고

나는 자괴감 상태로 애기 로션 바르고

기저귀 채우고 분유 탐

친구가 분유 먹인다고 하고

나는 십몇년만에 전투목욕으로 인한 피로 때문에

쇼파에 잠시 앉았는데 그대로 잠든듯

꿈에서 희미하게 딸내미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서 장면이 떠오르는데

딸내미랑 동네 공원에서 놀고 있었음

5살쯤 된거 같은데

도도도 뛰어다니는게 진짜 귀엽더라

와이프랑 같이 손잡고 딸내미 뒤를 쫓아가는데

아무리 쫓아가도 자꾸만 멀어짐

무서워서 미친듯이 뛰어가서 잡았는데

갑자기 옆통수가 푹신한게 느껴지면서

이건 베개 같은데 해서

와이프를 쳐다보니 그 친구임

어 뭐야

들숨을 들이쉬며 눈을 뜸

내가 언제 바닥으로 내려왔지

쇼파에 잠깐 앉아있었는데?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두컴컴한게 꽤 잤나봄

옆에 인기척이 있어 돌아보니

그 친구가 내 옆에

그리고 그 친구 옆에 아기

이렇게 셋이 쪼르르 거실에서 낮잠 잤나봄

자고 있는거 조용히 보고 있다가

조용히 집에 돌아가야겠다 하고

부시럭 부시럭 일어나는데

친구가 깨더니 집에 가냐고 졸린 눈으로 물어보더라

그래서 가야지 너도 좀 쉬고

하고 일어날라는데 걔가 내 손목을 잡음

나지막히 내 이름 부르더니

이런저런 말을 하는데

대충 나 좋아한다고 가지말라는 내용임

근데 분위기에 취한건지

아니면 나도 내 맘을 몰랐던건지

나도 좋아한다고 하고 사귀기로 함

그렇게 일주일 정도 됐는데

내 인생에 두번 다신 결혼이란거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지하게 재혼하고 싶은 고민하게 됨

알고 지낸지 오래되기도 했고

사람 성향이나 성격은 얼추 알고 있지만

연애할땐 또 그게 다른거 알고는 있는데

물론 지금 당장 재혼하고 그런건 아니지만

언젠가 하게 되면

이 사람이랑 할거같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됨

그러다가도 전와이프랑도 연애할때

미친듯이 좋아서 결혼했는데도 바람피고 헤어졌는데

또 그러지 않을까 싶은 그런 마음이 한켠에 있고

이 사람은 안 그러겠지 하다가도

생각해보면 전 와이프도 결혼 초반까진 이랬었음

그냥 어쩌지 하는 고민들

그래도 요새는 오랜만에 다시 핑크빛이라 좋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