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 나가는 남편한테 집안일 하라고 했다가 이혼 당하게 생긴 여자

남편은 전문직인데 일이 많이 바빠요

새벽 6-7시 출근이 부지기수고

밤 10시 넘어 들어오는게 태반이에요

바쁜거 압니다.

근데 저도 일 다니고 있고요.

하는일이 좀 널널해서 9시 출근 4시 반 퇴근합니다.

결혼하고 얼마 뒤 제가 남편한테 말했거든요

나도 당신처럼 일하니까

집안살림 당번 정해서 하자구요.

남편 부담 줄 생각 전혀 없었고

남편 힘든거 뻔히 아는데

제가 좀 더 하더라도 기본적인 집안일은

남편이 했으면 하는 그런게 있잖아요.

외벌이도 아니고 맞벌이인데.

맞벌이분들은 이해하실듯.

근데 남편이 싫은 티를 엄청 내더라고요.

그래서 초장에 버릇을 잡아야겠다 싶어서

몇주간 남편 아침밥 먹으라고

밤에 취사예약 해놓고 잤다가

한달전부터는 일부러 밥을 안해놨습니다.

굶든지 말든지 니가 알아서 먹고가라

이런 생각으로요.

근데 남편이 아침을 꼭 먹는 스타일인데

그것때문에 예민했나봐요.

퇴근하고 오더니

니도 일하니까 무리한 부탁은 안하겠는데

최소한 냉장고에 반찬이라도 꺼내먹고 갈 수 있게

밥 정도는 해놔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이 어이없고 기분 나빠서

니 밥 차려주려고 나 결혼한거 아니다

이렇게 한마디 하고 얘기 끝냈습니다.

제가 말이 좀 쎘던건지 남편이 알았다 하더라구요.

그 뒤로 일주일을 남편이 아침 안 먹고 출근했습니다.

밥을 안해놓기도 했지만

이제 안 먹기로 했나 싶었고

둘다 일하는데 아침 정도는 굶어도 되지 하는 생각에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근데 이게 몇주 지나고 하니까 슬슬 좀 이상하더라구요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나가길래

왜 이렇게 일찍 나가냐 물어보니까

역근처 김밥집에서 김밥 한줄 먹고 출근한다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가관인게

주말에 청소기 돌리고

쓰레기 버리는 것정도는 할 수 있는데

바쁜 본인한테 당번 정해서 일하자며

그런 소리가 차갑게 느껴지더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침 일찍 출근하는데 쌀 씻어서

취사 예약 버튼도 눌러주기 싫을 정도냐길래

그런게 아니라 나도 당신 일 하는 사람이니까

어느정도 공평함을 찾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했더니

말 한마디 없던 남편이 알겠다 하더라구요.

며칠 또 그렇게 김밥을 사먹으며 다녔는지

빵을 사먹고 댕겼는지는 모르겠는데

암튼 며칠 지나서 8시쯤 퇴근하고 온 남편이

이제 집안일 할때 자기껀 할 필요 없다고.

빨래도 청소도 자기몫은 그대로 남겨두래요.

이사람이 정신차렸구나 싶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주말에 제가 방 화장실 청소하고 있으면

거실이랑 작은방 청소하고 티비보다가

배고프면 본인이 밥 차려먹고

빨래도 빨래통에서 자기것만 골라서 합니다.

해서 널어놓고 밥도 혼자만 딱 차려먹고 치워요.

그러고 바로 설거지.

해보자는건가 싶어서 제꺼 일부러 남겨뒀더니

눈에 띄어도 제껀 절대 설거지 안해줘요.

주말에 같이 뭐 만들어 먹는 것도 없고요.

적금이나 경제적인 얘기도 나눴었는데

그냥 결혼 전처럼

자기껀 자기가 알아서 관리하겠답니다.

잠자리도 안해요.

씻고 누워서 그냥 바로 잡니다.

한번은 남편 있을 때 일부러 전화기 들고

시댁에 전화 한번 드려야지! 했더니

전화기 내려놓으면서 할 필요 없다고 합니다.

신경쓰지 않아도 된대요.

그러면서 제가 친정 부모님이랑 통화하면서

김서방 바꿔준다 했더니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티비보는 양반이

바빠서 전화 오래 못한다고 끊더니

저보고 앞으로 이러지 말랍니다.

제가 뭐? 이런거? 이러니까

서로 자기집에만 신경쓰자고

명절이나 생일때도 시댁 안가도 된다고요.

자긴 시댁 갈테니까

저더러는 친정가서 쉬다 오래요.

그 말 듣고 제가 농담조로 웃으면서

그게 무슨 부부냐고 하니까

남편이 제가 싫은건 아닌데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는 남편

따뜻한 밥 한끼 먹게 하는 것도 싫어서

공평해야 한다고 밥솥 취사버튼도 안 눌러놓는 제가

참 차갑고 남처럼 느껴졌대요.

이젠 자기가 밥도 해먹고 가요.

자기전에 부엌가서 쌀 씻어놓고

자고 반찬 떨어지면 시어머니께 전화해서

혼자 반찬 받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놔요.

한쪽에 자기꺼만 쌓아서.

이럴거면 왜 결혼했나 싶네요.

그냥 타인이랑 홈 쉐어링 하는 것 같고

빨래 청소 음식 옷에 집안행사나 명절까지.

시댁이랑 친척은 아직 모릅니다.

이게 제가 잘못한 건가요?

오늘 저녁에 제가 화내면서 으르렁 대니까

본인은 차라리 이게 편하고 좋대요.

제가 싫은건 아닌데

저랑 뭘 하려면 부담스럽답니다.

본인이 뭐 부탁하면 불평하고 싫어할까봐.

남편도 이혼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혼자 양복 찾아 꺼내서 맞춰놓고 자는 남편 모습이

정말 차갑고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도 쓸쓸하고요.

+추가

남편이 낮에 집에 들어왔고

낮시간 내내 남편이랑 진지하게 얘기했습니다.

남편은 결혼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네요.

본인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구요.

언성이 좀 커지니까

남편이 차라리 혼자 사는게 맘도 편하고

경제적인 부담도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전 그말에 너무나 크게 상처받았구요.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앞으로도 청소 빨래 시댁 처가문제

전부 각자 알아서 하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고 그러더라구요.

전 더 할말이 없었습니다.

전 남편이랑 기싸움 하려고 이러는건 줄 알았는데

그건 전혀 아닌가 보네요.

천성이 남이랑 싸우는거 싫어하고

무조건 양보하는 성격인데

그거 맘에 들어서 결혼했다가

그 성격에 뒷통수 맞을 줄은 몰랐네요.

댓글 읽어봤는데

젖도 융통성이 없긴 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남편도 그러더라구요.

결혼전에 혼자 살땐 혼자 일어나서

씻고 준비하고 집에 밥 있으면 먹고

아니면 나가서 토스트 하나 먹고 출근했다고.

근데 결혼하니까 집은 더 커지고

책임질건 엄청 많아졌는데

본인 생활은 결혼 전이랑 달라진게 없대요.

그럼 전 어떡하라는 건가요?

제가 그럼 일주일에 세네번 도우미 부르자니까

4시 반에 퇴근하는 애가

도우미 타령한다면서

저더러 낭비 좀 그만하라고 그것도 병이라고 하네요.

그냥 힘들다고 그래요.

제가 잘못한 부분도 분명 있는 것도 알겠고

평일은 거의 제가 다 하다시피 했고

주말은 거의 시켜먹고

전 빨래널기, 남편은 청소기 걸레질 정도만 했기 때문에

저 스스로 불공정하다 생각한 부분도 있긴 해요.

진짜 힘들어요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