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줄 자르고 있던 후임들이 빠른 작업을 위해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던 병장 시절,

족같은 소대장을 따라서 작업을 하러 나갔다

작업은 초소 정비,

정비라고 해봤자 주변의 잡초 뽑고 쓰레기 청소가 전부지만

그날은 특별히 할 일이 있었다.

초소 계단에 겨울철 미끄러움 방지용으로

묶어둔 새끼줄을 제거하는 것.

정작 미끄럼 방지는 조또 안되는 쓰잘데기 없는 거였지만

아무튼 나를 포함한 선임라인 (상병,병장)은

주변 쓰레기를 청소하고

후임라인 (이병,일병)이 계단의 새끼줄을 잘라서 제거하기로 했다.

(참고로 병영문화 개선으로

병 상호 간의 일체의 불합리한 행위는 없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어

부조리 그딴 거 없이 작업은 공평하게 나눠졌음ㅇㅇ)

그렇게 선임라인 쪽은 쓰레기 청소가 75초만에 끝나서

다음 작업을 위해 본관으로 가고,

아직 새끼줄이랑 씨름 하던 후임라인은 남아서

계속 작업하기로 했다

그렇게 선임라인끼리 ‘이 짬에 무슨 작업이냐’

꿍얼대면서 길 따라 걸어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이게 뭐지’ 하고 뒤돌아보니,

초소 쪽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초소는 연기에 삼켜져서 거의 보이지도 않았고..

(당시 초소쪽 상황 참고 이미지)

ㅆ1발,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하면서

0.6452초만에 대가리를 굴려보니

아까 작업하면서 후임 한 놈이

꼼지락 대던 물건이 떠올랐다.

라이터, 이 미1친새기가 새끼줄에 불을 붙인 거였다

정황은 대충 이랬다.

새끼줄 자르려고 가져온 칼은 오지게도 안 듣고,

날은 또 ㅈ1랄 맞게 더워서

수육이 될 위기에 빠진 후임 한 명이

한 가지 미친 생각을 하게 된 것.

“불을 이용해 새끼줄을 끊어내자!!!”

아!!!!!!!!!!!!!!!!!!!!!!!

싸제 민간인 시절, 극장에서 관람한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레이저로 적을 썰어버리는 장면을

너무 감명 깊게 본 탓일까?

이 빡댁알 후임새끼는 라이터의 좃만한 화력이

질기고 단단하게 묶인 새끼줄을

단숨에 절단 내리라 생각한 것이다.

입대하는 순간 지능이 절반 이하로 너프 당하는 군대이기에,

이 흘러빠진 아이디어는

후임들 사이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그저 작업을 빠르게 끝낼 생각에

후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불을 처음 발견하고 기뻐하는 원시인 마냥

들썩이며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새끼줄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바칠 제물도

단숨에 태워버릴 기세의 연기가 치솟았고,

넋이 나가 그 상황을 바라보던 우리 (선임라인)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의 소화기를 집어들고서

미친듯이 뛰어갔다.

1초마다 ‘ㅆ1발’ 소리를 내뱉으며

소화기 5개 가량을 비우고 나서야 불씨는 잠잠해졌고,

다행히도 다친 인원은 없었다.

하지만 초소는 절반 가량이 그을려서 곱창이 나버리고,

본부의 감시 카메라 2대 이상이

초소쪽을 찍고 있던 터라

빼도 박도 못 하게 부대가 뒤집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모든 일이 ‘조용히’ 넘어갔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위쪽으로 보고가 올라가면

진급이 막힐 대대장을 포함한 여러 간부들이

말 그대로 ‘없던 일’로 만든 것이다.

기록된 영상은 병사의 실수로

‘우연히’ 삭제되고, 곱창난 초소는

새단장을 위해 보수 및 페인트 칠,

그을린 바닥은 잡초 제거를 위해

의도적으로 태운 것처럼.

이렇게 애초에 사고는 일어나지도 않았으니

불을 지른 후임들은 소대장(븅신)에게

간단한 처벌만 받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군대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더욱 더

확고히 하면서 조용히 만기전역 할 수 있었다.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