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조폭들 단체로 입소해서 멘붕 와버린 훈련소 조교..

나는 훈련소 조교 출신이다

훈련소 중에 공익, 의경들을 가르치던 연대였는데

군생활의 4분의3은 공익이랑 보냈음

암튼 당시 내가 일병 시절일때

공익을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전 공익 기수들이 너무 말썽을 피워서

이번엔 제발 사람다운 공익이 들어오라고 기도했는데

하느님이랑 부처님한테 동시에 빌어서 그런가

조폭 출신들이 들어와버림.

조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인데

얘네는 막내가 20대 중반이고

30대 초반도 진짜 많았다..

나보고 무슨 큰형님이랑 같은 소대 넣어주소

라고 하는데

“소자 쓰지 않습니다” 했더니 “넣어라” 라고 하더라

암튼 소대 편성을 하고 나서

소대별로 나눠서 인적사항을 확인해 봤는데

1소대: OO 어느구 조폭

2소대: 경기도 어느구 조폭

3소대: OO소대 라이벌 조폭

4소대: 민간인

대충 이렇게 나뉘었었다..

골때리는건 연변장에 세워놨더니

1소대랑 3소대가 기싸움 하고 있더라

조교가 중간에 개입해서 겨우 말렸음.

한번은 중대장 훈련병을 제일 나이 많고

인천 나이트의 행동대장을 맡고 계신 분이 했는데

대표 훈련병들을 모아놓고

식사 집합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에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애들 관리 잘하다 가겟심니더”

라고 말하길래

조교 가오가 있지 그건 니가 관리할게 아니라고

건방지다고 얼차려 줬던 적도 있었음..

간단하게 있었던 것만 적어보자면

1.식당사건

당시 배식 소대가 3소대 였는데

1소대가 배식을 받다가 싸움이 났다

  • 마 건더기는 어디가고 물만 쳐주노

정수기야? 국을 달라고 개X끼야

밥 쳐 물때는 사람 가리지마라

너거 행님한테 못배았나

  • 거서 형님 얘기가 왜 나오노?

-국자로 찍어불라 정량배식 모르나 새끼야

-진짜 주먹만한게 죽고싶나

니가 주방가서 따지든가 임마 열받고로 진짜

라고 하면서 국을 1소대 조폭에게 뿌렸고

식당에서 국자랑 젓가락 들고 패싸움도 났었다.

민간인 소대는 두려움에 밥도 못먹었음..

2.집합

중대장 훈련병이 집합하자~ 하면

예 형님! 하고 복명복창 함

3.추격

1소대 조직 중 어느 양아치가

3소대에게 왜 쳐다보냐고 시비를 걸었는데

주말 정비시간에 3소대 전체가 막사를 이탈하여

손에 볼펜쥐고 추격전을 벌였던 적도 있었음..

4.민간인 소대 전체가 마음의 편지 씀

대충 내용이

‘밥마다 깨지는 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못살겠습니다..’

‘무섭고.. 두렵습니다.’

‘안쳐다봤는데 야리지말래요’

등등 저녁마다 무섭다고 난리였다..

5.상남자

한번은 얼굴에 상처가 잔뜩 나서

의약품을 받으러 온 훈련병은

왜 이렇게 됐는지 묻는 조교의 질문에

“그냥 계단에서 굴렀심더”

라고 80년 상팔년도 상남자특을 보여주기도 했음

뭐 그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조직생활을 해서 그런지

조교에 대한 반항은 의외로 한번도 없었음..

최대한 조직간 전쟁?을 하지 않으려고

사소한 불편은 그냥 넘어가려고 하던게 인상적이였다.

웃긴건 40여명의 문신남들 사이에서

마음고생하던 일반인 소대였는데

보통 훈련하면 몸 아프다니 뭐니

갖자기 변명을 대며 전부 열외하고

훈련에 빠졌을 공익 훈련병들이

1,2,3 소대 분위기에 압도되어

모든 훈련을 열외없이 완주함..

‘X바 우리는 뭐 X신이라 훈련뛰나

느그들은 뭔데 X바 일어나바라”

등등 거의 울면서

안하면 욕을 하고 막!! 막!! 그런다고 하더라

그렇게 4주의 훈련이 끝나고

오지않을 것 같던 퇴소의 날이 다가왔는데

조직에 몸 담그셨던 분들의

애인, 아우or형님분들이 연병장을 가득 채웠고

훈훈하게 마무리 되던 중

중대장 훈련병이 나한테 오더니

어깨를 토닥이면서 이해한다 임마

A지역 OO나이트 오면 화끈하게 쏠게 고생했다~

라고 하더라..

역시 군대도 사람 사는 세상임을 ㅡ낌.

그렇게 다이나믹한 기수가 끝났다.

그리고 보너스 썰 몇개 더 적자면

가끔 아주 운이 좋은 기수에는

전문연구요원과 공중보건의가 들어오는데

전문연구요원은 한마디로

박사급 연구원들이나

의대를 다니던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진짜 말 조심해야된다..

이 사람들은 고압적인 분위기로 통제되지 않고

“아니 조교님 그건 조교님 권한이 아닙니다.”

“논리가 타당하질 아니하잖습니까”

“저희도 권리가 있습니다.”

등등 논리나 억지가 빗나간다 싶으면

바로 꼬투리 잡고 용납하지 않음.

그 중에 공중보건의들은

아프다고 약을 받아오면

자기네들끼리 받아온 약을 꺼내 조합하고

쪼개고 버리며 토론하면서 개조해서 먹음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