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집 장롱에서 외박하다 여친 아빠를 마주친 글쓴이..

때는 2008년도 가장 더웠던 7월 말쯤

난 당시 6년간 길었던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었음..

외국물 처먹고

머리를 살짝 밝은 갈색으로 물들인

자유분방한 19살 철없는 고딩이었음..

당시 여자친구도 수능을 포기하고 수시에만 올인하려 했던

19살 풋풋한 여고생이였어

여자친구 개인적인 사정이지만

집에는 아빠만 계셨음..

친구 소개로 만나서 사귀게 된 여친을 보고싶다는 일념 하나로

인천-의정부 (당시 지하철로 왕복 4시간)를 매일 왕복하며

미친짓을 하며 살았음

근데 어느날부터

2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 귀찮아진거지..

매일같이 4시간 왕복하며 왔다갔다 하는게 힘들어진거야

결국 난

여자친구 집 근처 피시방과 찜질방을 드나들기 시작함..

근데 찜질방 수면실에 혼자누워 자려니

현타가 조금씩 오는거야

새벽감성 폭발해 방금까지 보고있던 여친이 보고싶고

그런 날들이 일상이 되어서 지속되고 있던 와중에

어느날 여친을 만나 꽁냥꽁냥 하던 도중

여친이 귓속말로 나에게 속삭였지.

“아빠 내일 아침 새벽일찍 대구로 출장가셔”

이 말을 들은 나는

새벽내내 여친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온갖 상상을 하며 행복을 느끼게 됨

하지만 나는 여친 아버지가 주무실 때 몰래 들어가서

여친방 장롱에서 출장 가실 때까지 존버타면

찜질방비도 아끼고 개이득이지 않을까? 라는

지금 생각해도 미친 개같은 생각를 함..

일단 우리의 플랜은 계획대로 흘러갔음..

여친 아버지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는 문자를 받고

아파트 계단에서 존버타던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준 여친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

꽃 향기가 나는 것 같던 여친 방안에 장롱속으로 들어감..

당시 나는

빨래도 못한 땀내 풀풀나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제대로 숨도 못쉬는 상황에서 너무 덥고 찝찝한거임..

그래서 여친에게 문자로

대충 편한 옷좀 달라고 했음..

너무 덥고 찝찝해서 갈아입고 있겠다고..

근데 장난끼가 발동한 여친은

무지개색 치마자락이 풀풀 날리던 시스루 소재의

플레어 스커트와

무슨 아동복같은 티셔츠를 준거임..

(여친 키가 매우 작고 왜소함)

뭐 일단 옷에서 여친 채취가 느껴져 너무 좋았던 나는

장롱에서 몰래 나와 갈아입고

옆에 있는 전신거울을 보고 소리없는 폭소를 하며

허파 바람 빠지듯 실실 쪼갬..

대충 이런 느낌인데 무지개색 이였음

다리털 듬성듬성 나있는 성난 장딴지 위에

이런 치마 입고

아동복 같은 꽉 쪼이는 티셔츠 입고 장롱에서 대기중..

갑자기 내 아랫배에서 신호가 옴..

급똥신호..

갑자기 몰려오는 신호에 식은땀 줄줄 흘리며 참다가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꽃 향기나는 여친방에 거름을 줄 것도 아니고

일단 집앞 편의점 건물 화장실로가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여친에게 말함..

여친은 그냥 화장실에서 해결하라고 했지만

안방 바로옆에 붙어있는 화장실에서

그것도 만난지 별로 안된 여친앞에서

푸드덕 거리며 볼일을 볼순 없었음..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빠가 그 소리듣고 깰까봐 걱정이 됐음..

새벽이라도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기에..

혹시 몰라서

휴지를 공모양으로 모아서 가슴에 집어넣고

그렇게 여장아닌 여장을 한 미친놈은

결국 화장실로 감..

급했던 급똥을 해결한 나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다시 여친 집앞 계단으로 복귀..

여친이 아빠 잔다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줌.

소리 안나는 웃음으로 서로 빵터진 우리는

함께 있을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고..

나 또한 싱글벙글하며 현관문을 향해 발을 내딛었음..

한 발을 내딛고 현관문을 거의 다 닫는 순간

현관문 정면에 보이는 안방문이 끼익- 하고 열림..

바로.. 여친의 아버지가 새벽에 깨셔서

물 한잔 하려고 행차하시는 길이였음..

현관문 천장에 달려있는 센서등이

스포트라이트처럼 날 향해 비추고 있었고

그 어둡던 집에 밝디밝은, 그 찬란한 빛이

위에는 아동복을, 아래는 덥수룩한 장딴지 위에

무지개색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가슴에 휴지뭉텅이를 집어넣은 날 향해 내리 쬤음..

그 순간 여친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침..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동공이 흔들리셨고

마치 자다깨서 강도를 만난 사람 마냥

무슨 말을 하시려고 입이 열리고 뻐끔뻐끔 하셨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으심..

난 그 짧은 찰나에

순간적으로 엄청나게 고민을 함..

여자인척 여자의 목소리를 내어서

“↗안녕하세요~” 라고 할지

아니면 굵직한 나의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라고 할지..

결국 결정을 못내린 나는 굵직하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그대로 뒤돌아서

자연스럽게 미처 닫히지 못한 현관문을 다시 열어 밖으로 나와

계단으로 존내 뜀..

근데 그꼴로 집을 어떻게 가겠음..

내 옷이랑 신발이라도 갈아입고 가야하지 않겠냐..

무슨 소리가 들릴까해서 계단에서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지..

그러다가

상당히 높은톤으로

“미친 뭐여 저거?????”

그리고 이어지는 육두문자..

사자후를 들은 나는 좃댔다 싶어서

일단 1층으로 도망감..

결국 문자를 남겼음..

상황이 조금 가라앉으면

창문 밖으로 옷이랑 신발좀 던져달라고..집에 가겠다고..

몇 분이 지났을까..

문자를 확인한 여친은 결국 7층 그높이에서

땀에 절은 내 옷과 신발을 던졌고

펄럭펄럭 떨어지는 내 티셔츠를 보며 피눈물을 삼켰어..

결국 여자친구는 사실 그남자애는 고등학교 친군데

집에 매우 안좋은 사정이 생겨 잠잘곳이 없어서

하루 재우고 보내려고

잠깐 집에 들어오게 했다 라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함..

미친

근데 그게 통함..

10년 후..

그 여친과 결혼한 나는

장인어른이 날 알아볼까 두려웠어 진심으로..

하지만 정말 다행이지..

날 알아보진 못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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