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에게 반대로 ‘2만원’ 뜯어냈다가 이곳저곳 불려다닌 후기

서울 중앙지검 이기철인지 이한철인지

아무튼 검사가 나한테 2만원을 줌

시기는 올해 4월

갑자기 한철이에게 전화가 옴

한철이가 지금 내 통장이

광주의 ’45세 OOO’ 라는 사람에 의해서 대포통장으로 쓰이고 있고

이걸 막기 위해서

지금 있는 통장의 돈을 다 옮겨야 된다는

뻔한 레퍼토리로 말함

나는 너무 화가나서

끊든지 말든지 나도 사기를 치기로 함

나: 제 통장 청약저축이라..

100만원부터 출금 가능하게 되어있는데..

한철이: 아…그래요?

나: 네 검사님

제 통장 조회가능 하실텐데

제가 지금 97만 1000원 있어요.

담달부터 출금 가능이라

이거 일단 다 넣어놓으려면 2만 9천원 필요한데…

한철이: ?

나: 지금 옮겨야 돼요?

한철이: 네

나: 근데 저 지금 딱 9000원 밖에 없어요..

2만원 혹시 있으시면 저 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지금 바로 옮기고 싶은데..

한철이: (한숨) 잠시만요

그러더니 뚝 끊김

난 솔직히 여기서 포기했었는데

10분 뒤엔가 갑자기 나한테 전화 옴

한철이: 지금 은행 ATM기로 가세요

나: 네?

나는 우리동네 은행 ATM으로 감

한철이는 나한테 계속 중얼중얼 겁을 줌

지금 당장 보내지 않으면 위험하다

어제 저희는 4천만원 잃은 피해자와도 면담했다.

이새끼는 아마 어제 4천만원을 뜯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음

나: 근데 저 진짜 출금이…

한철이: 1001 XXXX XXXXXXX 맞죠?

나: 네

여기서 존나 소름 끼친게

이새끼들은 진짜 통장번호도 알고 있구나 하고 개무서워짐

하지만

왠지 이새끼가 2만원 줄거같아서 그냥 계속 통화함

한철이: 지금 넣을테니까 바로 송금눌러서 전송하세요

나: (두근두근두근)

한철이: 넣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내 핸드폰에 진동울림

내가 원터치 알리미 신청해놔서

내 통장에 돈 들어온게 먼저 뜨게 되어있거든

근데 이새끼가 진짜 넣음

이름은 서울중앙지검

이새끼 진짜 병1신인가

나는 입금된거 확인하자마자 응 병1신~ 하고 전화 끊어버림

근데 이 2만원을 못쓰게 됐어

왜인 줄 암?

내가 진짜 보이스피싱 의심계좌가 되어서

검찰이랑 경찰이랑 은행에게

조사를 존1나 당했기 때문임

얘가 실제로 사기친 계좌로 나한테 2만원을 보낸거임

한철이한테 당한 피해자는 신고를 할거고

신고한 계좌는 일단 막히는데

이 신고한 계좌에서 출금 계좌 내역까지는 추적을 할 수 있음

근데 그 보낸 계좌에서 또 이체되는 것부턴

추적이 불가한거고

(이 케이스 때문에 사기 당하고도 돈 못찾는거임)

나는 퐁당퐁당의 첫번째 징검다리가 되어

조사를 졸라 받게 된거임

그 2만원을 소중히 인출해 간직하고 있던 나는

어느날 정말로 수원지방검찰청 OO지청에게

정중하고 위압적인 서면 출석요청을 받게되고…

내가 금융사기 범죄 때문에 출석요구를 받았다는 거에

충격을 받았을 뿐이고…

그리고 다음날

은행으로부터 내 계좌가 일시정지 (동결)

되었다는 메세지가 옴

근데 ㅅㅂ 그 계좌는 내 월급 계좌

그 계좌에서 내 핸드폰 비용이 빠져나가고,

관리비도 빠져나가고,

내 밥값도 빠져나가고, 기타 등등 빠져나가야 되는데

아니 시1발 좃된거 같음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이때 너무 무서웠음

검찰한테 전화해서 병1신같이 울먹거림

이때 4월이라 내 비염이 대폭발 하던 시기여서

나: 킁흡흡 (콧물) 제가요…제가 보이스피싱한테

2만원을 사기쳤는데 크으응흡 (콧물)

저는 보이스피싱이 진짜 아니거든요….

(한참동안 하소연함 콧물도 계속 먹으면서)

수사관: (지침) …그 일단 침착하시고

그럼 빨리 오실래요? 출석기한을 조정해드릴테니까

나: 내일 아침에 갈게요 크어어엉

아직도 나는 수사관님이 ‘존나 기가 막히네..’ 라고 작게 하던 말이 기억이 남

포인트는 경찰이 아님

검찰임

보이스피싱은 사건 특성상 한 사건에서 끝이 아니라

한 일당이 연쇄적으로 계속 사건을 일으키는 구조라

이미 사건은 계속 축적되듯이 쌓이고

검찰에서 이미 은행과 협력해서 수사 진행되고 있는 케이스가

바로 우리 한철이 새낀데

한철이 새끼가 보낸 출금 통장들 중에 유일하게

5만원 미만으로 유일하게 실 사용 이력이 노출된게 나임

검찰은 “아 시1발 이새끼가 한철이 본첸가보다” 했대

보통 이런식으로 덜미 잡히는 애들이 많다나봐

하지만 사실은 웬 정장 입은 직장인 사람이

코를 먹으면서 등장했을 뿐이고

사실은 사기를 한번 쳐보고 싶다는 말에 기가 막혀했고

가녀린 나는

아저씨 검사 한분 + 수사관 세명에게 둘러싸여 혼이 났음

진짜 너무 무섭게 혼이 났음

나: 수사관님 앞에 앉아서 출석해서 내 신상 전부 다 말함

구구절절이 다 말함

검사: (듣고 있다가 기가 참) 아가씨 진짜 세상에 얼마나 무서운데

이런 짓을 합니까

나쁜놈들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요?

수사관1: (옆에서 기가 참) 정신을 못차렸네 아니 그래서 어떻게 뜯었는데요?

나: (구구절절이 인터넷에서 중고거래 사기 수법을 봤다고 진술함)

수사관2: (조서 타이핑 하다가) 그래서

고작 2만원을 뜯자고 이랬어요? (기가 막힘)

수사관: (녹차 놔주면서) 울지 마세요 그래서 2만원으로 뭐했어요

나: 기념으로 갖고 있어요…(지갑에서 주섬주섬 2만원을 꺼내서 보여줌)

근데 엄청 혼나고 나는 끝날 줄 알았음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음..

검사가 손 부채질 하면서

검사: OO씨 미안한데 앞으로 몇번 더 남았어요

이 계좌가 앞으로 활성화 되어있고

OO씨 앞으로 돈을 넣을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계속 주시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앞으론 우리 동네 경찰로 출석하셔서

물어보는거 다 대답 해주셔야 합니다

이러는거임

은행 동결도 조사 완료할 때까지 안 풀어준다고 함

아 씨1발 나는 망했다

코 먹으면서 테이블 위의 2만원을 가리켰음

나: 그럼 이 2만원은 두고가요..?

수사관2: …갖고 가세요 (안쓰러운 표정)

그렇게 나는 나옴

조사는 두시간 남짓 받은거 같은데

내 눈은 엄청 부어있음

사실 그 뒤론 별거 없음

내 통장은 7월이 지나서야 해지가 되었고

(3달동안 지켜보고 별일 없어서 풀어주는 거라고 함 이것도 이른 거랬음)

나는 인사과의 아는 친구에게 사정하여

월급을 당분간 현금으로 받게 되었음..

그달의 기타 등등 비용은 엄마 아빠에게 빌림

이 말이 무슨 소린지 알겠어?

내 주변 모든 사람이 나의 이런 병1신 같은 사정을 알게 됐다는 거임..

주변 사람들의 반응

<동네 경찰>

동네 경찰 지능수사과: OO씨 2만원을 정말 사기쳤어요?

얘네랑 알아요?

나: 몰라요 진짜 몰라요

경찰: 대체 왜 2만원이었어요 20만원도 아니고

나: 몰라요.. 그냥 2만원이 입에서 나온걸 어떡해요……

<부모님>

엄빠: OO아 너 정말 범죄에 연루된건 아니지?

멍청한 기집애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짓을 했니

나: 아 엄마 때리지마

엄빠: 큰일 나는거 아냐? 너 뭐 돈 크게 물어줘야 되고 그런거면 어떡해

나: 하..

<회사>

인사과 친구: 너 정말 신용불량자 라던가

그런거 아니지? 그런거면 나 보고 해야된단말야

현금으로 바꿔주는게 쉬운건 줄 아니

나: 아니야 보이스피싱 때문에 그런거란말야..

인사과 친구: 니가 보이스피싱에 당한건데 왜 니 통장이 동결이 돼?

나: 내가 그 새끼들한테 사기쳐서 그래..

인사과 친구: 뭔 개소리야 진짜

<월급날>

우리 부장: 여~OO씨 인사과로 가~ (찡긋)

나: 아…

내 썰은 여기가 끝인데

한철이는 아직도 안 잡혔다고 들었음

마카오에 제일 많다더라

참 그리고 2만원은 기념으로 아직도 갖고 있음

우리 동네 경찰서장이 우리동네 사는데

가끔 헬스장에서 마주친다

그때 조사 받을 때 구경오셔서 설렁탕 사준 뒤로 안면을 트게 됨

볼때마다 설렁탕 사줬으니

나한텐 사기칠 생각 하지말라고 함

너네도 그냥 보이스피싱 오면 엿 맥일 생각 하지말고

그냥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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