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했는데 나도 현타오는 ‘친자확인’ 레전드로 남은 글

긴 얘기가 되겠네요.

전처는 제가 대학교 3학년일 때 만났습니다.

학교앞 카페 알바생이었고, 저한테 과분하게 너무 예뻤습니다.

첫눈에 반해서 카페 단골처럼 드나들다가 고백했는데

(뭐 점심먹고 가고 저녁먹고 가고 몇달을 그랬습니다.)

절대 안받아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사귀자고 하더군요.

뛸듯이 기뻤습니다.

2년정도 지나 제가 졸업반일 무렵 (전처는 이때 25살)

저에게 넌지시 그러더군요 “취업할 생각 없냐”고……

저는 4학년때부터 고시반에 들어갔고

졸업하고 시험에 몇년 투자하고 붙으면 결혼하자…

뭐 이런식으로 서로 미래를 계획했던 터라 당황했습니다.

왜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졸업하면

전업주부 하면서 아이 잘 키우고 싶다고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뭐라고 말하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시험 준비하는 동안 여자친구한테

기다려달라고 하는게 참 이기적인 거니까요…

딱 이년만 같이 기다려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그녀도 알겠다고 했구요.

그런데 제가 신림동으로 들어간지

6개월 정도 되었을 무렵 덜컥 아이가 생겼습니다.

피임에 신경썼던 차라 둘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솔직히 신경을 못 쓴 날이 없던것도 아니었고 100% 피임은 없기에…

이쯤 되니 공부하겠다고 제 욕심을 부릴 수 없더군요.

찾아온 아이를 잘 키우기로 하고

저는 신림동을 나와 취업준비를 하며 결혼 계획을 차근차근 세웠습니다.

졸업하고 신림동으로 들어갔다고 하니 짐작하셨겠지만,

솔직히 결혼비용 같은 건 큰 무리없는 집안입니다.

부모님이 제 몫이라며 작은 아파트

하나 진작에 물려 주셨고….

꿈꾸더 시험에 붙지는 못했지만

저한테 과분한 그녀하고 아이하고

잘 살면 될거 같았습니다.

다행히 그 해에 바로 취업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 뵙는날 혼전임신이라 쑥스럽기는 해도

곧 결혼할거니까…라고 쉽게

생각했던 탓일까요.

저를 강간범 취급하며 쥐잡듯 잡으시더군요.

상견례 자리에서까지 계속 그러셨습니다.

도대체 왜 저희 부모님은

죄인처럼 머리를 조아리시는지

제여동생은 신경질을 내며 나가버리고

참 이게 뭔가 싶더군요….

거래도 결혼해서 아이 키우면서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면

될거서 같았습니다.

결혼식 얼마 전 처음보는 번호로 문자가 오더군요.

처남이었습니다. (전 처남이군요)

불쑥 술 한잔 하자고 하더군요.

한참 뜸 들이다가 불쑥

자기 누나 믿지 말라고 하더군요

연애하면서 한번도 외박한적 없다고 하시던데

(사실 입니다)

자기 누나 외박하는거 본일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장인어른 장모님도 누나 행실 뻔히 아니까

일부러 들킬까봐 저렇게 세게 나오시는 거라고

지금 생각해보면 귀인 중에 귀인인데

제가 X신이었죠.

귀인한테 화를 내고 나가버렸으니…..

식 올리고.. 아이 낳았습니다.

딸이었습니다. 참 이쁘더군요.

약 30분 동안…..

혈액형이 안 맞았습니다.

절박한 심정으로 검색해 보니 별게 다 나오더군요

Cis-AB형이면 유전법칙하고

안맞을 수 있다는거 처음 알았습니다.

혹시나 했지만 아니었죠.

여동생이 노발대발해서 친자확인을 주도했습니다.

제 친자일 확률 0.몇몇%

전처의 친자일 확률 97%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 시기는 희한하게 기억이 희미합니다.

아마 방어기제가 작동했나 보지요.

안개속에서 어렴풋이 순간순간 기억들이 지나갑니다.

확실한건 여동생이 없었으면

저는 아마 죽거나 미쳤을겁니다.

어머니가 우시는 모습

직장에서 퇴사하던 기억

(신입사원이 넋이 나가 있으니 누가 좋아했을까요)

여동생이 전처와 장모님 뺨을

때리던 모습

(솔직히 통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는 너무 외로웠다며 세게 나오던 전처의 모습.

아이는 자신들이 키우실테니

한번만 용서해주면 안되겠냐고 하시던 전 장인장모님.

(노골적으로 용산에 아파트가 있다고 하니 저를 마음에 들어하시더군요)

씁쓸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숙이던 전 처남

등등등…희미합니다..

그냥 지나갔습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인지

저는 약간 로보트 처럼

기계적으로 이혼 절차를 진행하고

방에 틀어박혀서 몇달정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달뒤,

부모님이 조심스럽게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하시더군요.

무슨 소리냐며 처음엔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그래 오히려 공부하면

다 잊을 수 있을거 같았습니다.

실제로 잊혀지더군요.

마음이 허할때… 울고싶을때…

아니면 화가 벅차올라서 다

죽여버리고 싶을 때….

일부러 혹독하게 저를 몰아넣고 책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시험에 붙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글쎄요..

연애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소개팅이나

선은 가끔 봤습니다만

만나는 여성분께 솔직히 말했습니다.

연애나 결혼이나 생각이 없다고.

고양이들이나 키우면서 살고 싶다고요.

저는 솔직히 외모가 별롭니다.

간신히 키만 남자 평균키

정도고 나머지는 한심하죠.

학창시절이었으면 거들떠도 안봤을 아름다운

여성분들이 제가 전문직이고 집에 돈좀 있다는 이유로

이혼남의 상처를 안아주고 싶은 성녀가 되더군요.

그녀들을 비웃고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관심이 없었습니다…

아무 관심이 없었어요

빨리 집에 가고 싶었어요.

우리 고양이들 밥 주는게 더 중요했습니다.

얼마전 5년만에 전처를 다시 봤습니다.

친구 결혼식장에서요….

전처와도 친분이 있는건 알았지만 설마 했습니다.

바보 같지만 참 나쁜여자인데도

그리워했던 적도 있고.

죽여버릴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슬퍼하기도 했고

그랬는데 막상 다시 보니

신기하게 아무 느낌 없더군요

동물원에서 코끼리나 기린을 보는거 같은

그런 그냥 멍한 느낌….

도망치듯 나가버리더군요.

그 후로 제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계속 연락이 오더군요.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거였죠

씹었습니다.

어차피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저희 사무실까지 알아내서

찾아왔을때는 좀 무섭더군요.

커피한잔 하면서 드디어 오년만에 대화를 해봤습니다.

아이는 유치원 다니고…

주로 장인장모님이 봐주신다고 했습니다.

본인도 취직해서 회사 다닌다고 하더군요.

아이 아빠가 양육비를 보낼 때보다

안보낼 때가 더 많다고 씁쓸하게 웃더군요.

장모님(전 장모님이죠)도 처음에

이혼하고 왔을땐

아이 남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며 큰소리 치시더니

너만 없었으면 우리딸 이렇게

안됐을 거라며 미워한 다고 하더군요

그 아이가 참 가여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아무 느낌 없었습니다.

울더군요.

무릎을 꿇길래 일으켜 세웠습니다.

다시 한번만 시작하면 안되겠냐고 하더군요.

가만히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아이 버리라면 버리고 오겠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지…

머리속 회로가 이상하게 꼬인건지

아이 때문에 제가 자기를 버렸다고

인식하고 있는거 같더군요.

누가 누구를 버렸는데…하하

그대로 두고 집에 왔습니다.

이상합니다 기분이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화가 나지도 않고

그냥 알수 없는 답답함.

끊었던 담배를 피워봤는데 그대로네요.

가슴이 꽉 막힌것 같습니다.

음….ㅇㅇ아 서로 갈길 잘가자

나는 너를 봐도 아무 느낌이 없어

사과 안해도돼.

화난거 이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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