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벌 놀이하며 편하게 게임하던 여자랑 싸우다가 만나기로 한 남자

나도 게임하다 만난 여왕벌이랑 결혼함

12년 전 한참 게임에 미쳐살 때 이야기임

당시 하던 무협 게임이 있었는데

남자 유저가 99명이면

여자 유저는 1명일 정도로 남탕 게임이었음

내가 속한 길드가 50명 정도였는데

그 중에 여자가 딱 1명 있었다

아무튼 길드 내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아재들이었는데

그 아재들이 그 여자 꼬셔보겠다고

온갖 ‘게임 내 선물’을 가져다 받치는게 진짜 일상일 정도였다

난 연애보다 게임이던 사람이라

쳐다도 안보고 관심도 없었고 ㅇㅇ

그러다 오프 모임도 생기고

토크온 (지금의 디스코드 같은)도 생기니까

여자 한명 때문에 예쁜 말만 쓰던 아재들 때문에

칙칙하던 길드가 아주 핑크빛으로 변하더라

난 그냥 길드 던전이나 제대로 굴러가면

여왕벌을 하던 말던 딱히 신경쓰지 않았는데

결국 여왕벌 하나 때문에 아재들끼리 싸움이 남

당시 게임내 1위하던 길드라

운영진들이 길드 살려보겠다고 중재를 섰고

내가 그 여왕벌 담당자가 됨.

이유는 나는 그 여왕벌한테 대놓고 적대감을 표하던 찐이었고

어쨌든 그 여왕벌 한명 때문에

길드가 활성화 되고 분위기 좋아진건 맞으니까.

이 여왕벌 데리고 던전 돌고 퀘도 도와줄 인원이 필요했고

여왕벌을 여자로 안 보는 내가

딱 적합한 인재라는 이유였음

(이때 길드 나왔어야 했다)

아무튼 길드 아재들 싸움 이후

편하게 버스만 타던 여왕벌이 나랑 게임 하면서

좋은 템이 나오면 언제나 지가 먹던 시절을 떠나

공평하게 주사위를 돌렸고

힐러였던 여왕벌이 힐을 못해서 트롤짓을 해도

비싼 물약 쳐마시며 웃어주던 아재들 없이

바로 쌍욕 박는 나랑 게임을 하게 됨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언제나 서로 으르렁 거리는데

근데 항상 같이 붙어있는

그런 이상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었음

그러다 길드 네이버 카페가 생겼는데

여왕벌 목소리만 듣던 아재들이

여왕벌 사진을 요구하기 시작함.

처음엔 진심 반 장난 반 말하던 아재들이

어느순간부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기 시작했고

여왕벌이 사진 올리기를 거절하자

이상한 소문들이 퍼지기 시작함

‘여왕벌이 사실 되게 못생겼다드라’

‘여왕벌이 20대 중반이라던데 사실 30대 아줌마라던데?’

‘열받네 내가 해준게 얼만데’

등등

길드도 자연스럽게 같이 망해가고 있었음

(게임도 같이 망하고 있었긴 함)

근데 예전과는 반대로

아재들한테 공격 당하는 여왕벌을 보면서

이상하게 기쁘진 않더라

어이가 없는게 여왕벌은 나한테 이쁜척을 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파티에 다른 아재가 하나라도 있으면

여왕벌 연기에 심취했지만

둘이서 메인퀘를 밀거나 일퀘를 하거나 할땐

이게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음

아재들 앞에서 언제나 하이톤의 호호 웃으면서

내 앞에선 허스키한 욕을 박아대는데

아재들한텐 오늘 다녀온 이쁜 카페

친구들이랑 여행 다녀온 이야기로 호호 거리면서

내 앞에선 자기가 빚져서 동생 학비낸 이야기

자기 회사 사장이 대머린데

찰흙으로 한번 찍어보고 싶다는 이야기 등등

그러던 어느날

여왕벌이 없는 틈을 타서 아재들이

토크온에서 한참 욕을 하고 있는데

내가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화를 냈음

‘그냥 게임만 집중해라’

‘이쁘고 못생기고 그게 뭐가 중요하냐’

‘같은 길드원 아니냐’

그리고 다음날

길드 카페가 갑자기 불타기 시작함

무슨 일인고 하고 보니까

여왕벌이 자기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는거임.

나도 궁금해서 바로 들어갔더니

와 진짜 개이쁘더라

갈색 긴 머리에 웨이브가 들어간

전형적인 미인상이였음

키도 171cm에 날씬하고 길쭉했음

살짝 각도빨에 조명빨도 있었던 것 같았는데

감안하고 봐도 그동안 나왔던 말들이

조용해질 정도의 사진이었음

(이때부터 살짝 여자로 보였던 것 같기도 함)

근데? 갑자기 왜?

알고보니까 여왕벌이 토크온에 부계정으로 접속 중이었는데

내가 화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들었다는 거임.

사진 하나 안 올린다고 욕하는 아재들도 싫은데

내가 자기 편을 들고 있는게 더 싫었다함

맨날 남한테 싫은 소리도 못하고

자기 의견도 못내서 어버버 거리는 애가

센척하느라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데도

자기 위해 화를 내주는 모습이

그냥 꼴뵈기가 싫었다더라

그러더니 실제로 만나자고 하더라.

?

그래서 알겠다고는 했는데

솔직히 여왕벌이긴 했지만

실제로 길에서 보면 말도 못걸 이쁜 여자는 맞았기에

살찐 돼지에 게임만 하던 내가

당장 다음날 여자를 만나러 간다는 선택지는

매우 힘든 결정이었고 쉽지 않았음

부담감은 하늘을 찌르고 우주도 뚫어버리더라

‘그래서 그냥 전화해서 미안하다

내가 당장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다

한달 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안되겠다.

살 좀 빼고 좀 관리해서 만나고 싶다.’

라고 했더니 한참을 웃다가

헛구역질 하면서 알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한달이 지나고

첫만남으로 정동진을 가기로 함

데이트 경험이 애초에 존재하질 않았으니

첫만남에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미친 무리수를 뒀음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게

여왕벌도 아무 생각 없이 좋다고 말했거든

나중에 안거지만

내가 덮치거나 할 용기 있는 놈으로는 안 보였기 때문에

그냥 오케이 한거고

이 찐따가 어디까지 날 웃기나 기대하면서 오케이 했다더라

당일에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서 보기로 했는데

약속시간 1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음..

1시간동안 진짜 많은 생각을 했는데

거의 90%가 도망갈까 이 생각이었었던듯

안나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은 안해봄

진짜 나올 것 같았거든

그러다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여왕벌이 나타나더라

누가봐도 쟤가 걔구나 싶더라

‘안녕!’

‘아..안..안녕하세요..’

그리고 그날 이후 12년이 지났다

지금도 가끔 서울 고속 버스 터미널 앞에서 처음 본날이 생각남

여왕벌은 여왕님으로 변했고

지금도 처음 만난 날 손 떨면서

이..이..이거 마셔요 하고 물 건네는 모습 따라하면서 놀림

1.실화인가?

거짓 하나 없는 실화임

2.중간에 연애 내용이 좀 빠진거 같은데?

이젠 여친 아니고 와이프니까.

와이프랑 꽁냥 거리는 얘길 쓰라고? 미침?

3.아직도 돼지임?

ㅇㅇ 아직도 돼진데 어케 결혼한지 모르겠음

4.아내가 연상이냐

내가 두살 더 많음

근데 아직도 내가 존댓말 함 무서워서.

아무튼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너네는 결혼 절대 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