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예전엔 초등학교앞에 병아리도팔고
다마고찌 비스무래한 것도 팔고
피카츄 돈까스도 파는등 노점상들이 꽤 많았는데
그중엔 제비뽑기 같은 사행성 노점상도 있었음
보통 1등이 무슨 게임기
2등이 다마고찌
3등이 햄스터
4등이 짝퉁 유희황카드팩
5등 사탕
뭐 이런걸로 기억함
난 현명한 아이었기에 1등 종이는 들어있는지도 확인할 수 없는 그런 주작 존망겜에는 손도 대지않았고
다른애들은 욕심버리고 다마고찌만 얻자 진짜 1등은 바라지도않음
다마고찌만 이지랄 떨다 용돈 탈탈털리고 쌓여가는 짝퉁 유희왕카드만 흩날리며 어린나이에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기도했다
그러나 아이들도 학습능력이 있었기에 저 할망구는 사기꾼이라고
우리가 저 항아리에 1등 종이가 들어있는걸 본적있냐고
1등 당첨된아이가 한명이라도 있었느냐고 드디어 뒤늦게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놈들을보며 그걸 이제야 알았냐고 난 이미 눈치챘었다고 허세를 부리곤했다
결국 손님이 하나둘씩 사라지자 노점상 할매들은 뒤늦게나마 1,2등쪽지를 넣기 시작했지만
이미 아이들의 마음은 돌아선후였고 할매들은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는 초등학교를찾아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학교앞에는 거짓없이 병아리 5백원 매추리 100원에 공정거래하는 정직한 할매들만 남게되고 평화를 유지하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아침에 막 엄마에게서 새로운 한주의 용돈인 3천원을 막 받아가지고 나온 그날
4교시 내내 이걸로 뭐하지 탑블레이드살까 하며 즐거운 상상의나래를 펼치다가 마침내 하교시간이되어 학교를 끝마치고 나오는데
교문앞에 웬 애새끼들이 잔뜩 모여있는게 아닌가
호기심에 다가가봤는데 예전에 사라졌던 도박판 할매가 다시 제비뽑기 도박장을 굴리고있었다
또 다시 속아넘어가는 애들을 보며 아직도 이렇게 세상을 모르나 하고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뒤돌아서려는 그때 내 친구가 내 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저 상품목록을 보라고
난 다시 귤박스를 뜯어서 매직으로 적어놓은 상품목록을 읽어보았다
상품목록의 맨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4등 게임기 5등 다마고찌
띠ㅡ용
꼴등이 다마고찌라고?
4등만해도 게임기?
할매가 돌아버린 것인가?
한번하는데 500원인데 꼴찌만해도 다마고찌를 얻을 수 있어?
무조건 본전 이상이야?
난 이미 흥분에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했고 바로 호주머니서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 할매에게 건냈다
기회는 두번 다마고찌는 무조건이다
손을 쭉 뻗어 항아리에서 종이를 꺼내서 펼쳐보았다
1등!
X발 로또 당첨된 기분이 이런 것일까
3등조차 나오기힘든 이 게임에서 1등을 해냈다
신나서 1등이라고 소리쳤더니 할매가 박수를치며 축하한다고 상품을 꺼냈다
그런데 이게뭐람
할머니는 나에게 커다란 왕사탕 하나를 건네주고있었다
난 화내면서 빨리 제대로된 상품을 요구했지만 할매는 말없이 상품목록을 가르킬뿐이었다
5등 다마고찌 4등 게임기 3등 유희왕카드팩 2등 햄스터 1등 왕사탕
말이나오지않았다
그리고 왕사탕을 손에들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은 전부 왕사탕을 손에 쥐고있었고 1등 당첨 종이쪽지만 바닥에 잔뜩 흩날리고있었다
그때 정신차렸어야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뇌리에박힌 꼴등=다마고찌 인식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꼴등만해도 아니 사실은 꼴등씩이나 해야 승리인 그 게임에 이미 아이들은 빠져들고있었다
나역시 정신차리지못하고 한번 더 제비를 뽑았지만 또다시 1등이었고
그곳은 꼴찌란 존재하지않고 누구나 1등인 진정한 유토피아였다
결국 난 가진돈 3천원을 모두 날렸지만 얻은건 왕사탕 5개와 짝퉁 유희왕카드 1팩이었으며
유희왕카드를 건네받을때 우연히 보았던 보자기속 할매의 미소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느껴본 첫 인생의 쓰라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