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를 봤다는 친구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를 봤다는 친구”

주지스님 손에 키워졌는데, 대학까지 다니라고 하셨다나봐.

공부도 곧잘하고 인품도 좋아서 인기도 제법 많았어.

늘 짧은 머리에 악곱슬이라 애들이 머리를 만지고 지나가곤 했어.

그 친구는 귀신이 보인대.

그냥 아주 어릴 적부터 그랬대.

그래서 부모님으로부터 버려졌다고도 하고.

기운이 너무 강해서 집안을 망하게 할 사주 같은게 있다나봐.

그래서 절에 맡겨졌다는데……

아무리 그런 사주라도 그걸 믿고 애를 버려?

하는 마음에 들을 때마다 헛소리좀 하지말라고 내가 따졌던 기억이 나.

여튼.

그 친구가 귀신을 볼 때는 아무 반응하지 않다가,

상황이 끝나면 내게 조용히 얘기해주곤 했어.

“방금 내렸던 버스 안에 초등학생 귀신 있더라. 얼굴이 많이 상했던데….”라는 식.

이것도 처음에만 놀라지,

몇번 반복되면 

“아 그래? ㅇㅇ”하고 넘어가게 되더라.

반신반의의 단계로 넘어가는거지.

뭐…..영향을 받는게 아니기도 하고…..확인할 수 없는 거기도 하고.

근데 내가 이 친구를 완전 믿게되는 계기가 있었어.

중학교 2학년 때 쯤이었을거야.

학원을 가던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무심코 오른쪽을 봤는데, 

유치원 차량이 미친듯이 달려오더라.

이상했던게, 몸이 안 움직이는거야.

머릿속으로 ‘아 이거 사고 나겠구나. 피해야하는데’ 생각하면서도 못 움직이겠더라고.

아니나다를까 나는 공중으로 붕 날았어.

근데 아픈데도 없고 다친데도 없는거야.

툭툭 털고 가던 길 가니까 주위 사람들 모두 놀란거지. 운전자도 그렇고…..

운전자가 뛰쳐나와서 명함 하나를 쥐어주면서 사과했고,

나는 귀가해서 부모님께 아무렇지 않게 말씀드렸어.

놀란 부모님은 명함을 통해  전화해서 확인하시더라고.

내가 멀쩡하니까 뭐 책임을 묻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어.

운전 조심하시라 경고하고 끊으셨던 모양.

놀라운건 그 다음이었는데…..

당시 64화음 세븐폰으로 얼리어답터 느낌을 내고 있었던 내게

전화가 걸려왔어. 그 친구더라.

사고 얘기는 한적도 없는데 대뜸 “괜찮냐”고 묻더라고.

뭔소린지 몰라서 물어봤는데, 꿈을 하나 꿨대.

달려오는 차에 내가 사고가 나는데, 그 차를 한 노인이 막아서더래.

머리는 없고….의사가운을 입고….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노인.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어.

북한에서 의사면허를 따고 1.4후퇴때 다치셔서 평생 다리를 저셨던 분.

부강면(지금의 세종시) 한 귀퉁이에서 동네 병원을 운영하시다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셨던 외할아버지.

두 살 터울의 누나보다 나를 훨씬 아끼셨다는 분.

초등학교 저학년때 돌아가셨던 터라 기억도 선명하지 못했고….

그래서 누구에게도 말한적 없던 외할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였어.

그 얘기가 나오니까 놀랍다못해 좀 무서워지더라.

친구는 말미에 덧붙이더라.

“덕분에 니가 덜 다쳤어.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도 아플 일은 없을거야.

외할아버지께서 계속 돌봐주신다는거 같아.”

25살이었던가?

운전하다가 음주운전 한 상대 차량이랑 부딪혀서 차량이 반파된 적 있었는데,

에어백이 터지고 안경이 부러지면서 얼굴에 기스난게 다였어.

동네 사람들은 차 상태를 보고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는데….

다음 날 멀쩡하게 걸어서 경찰 조사받으러 가니까 경찰들도 놀라더라.

외할아버지 덕분인지…..내 방 한켠에 그득히 쌓인 영양제들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한번 아팠던 적이 없어.

감기 한번 안 걸리더라.

실비보험은 근 10년 넘게 유지하는데 단 한번도 타먹질 못했어…..

나같은 사람이 보험료를 내야 이득보는 사람도 생기겠지….ㅠㅠ

여튼 그래.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다들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