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숨비소리 수살귀 2편

하루는 삼촌이 장인어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저번주였나?
새벽에 배타러 나가는데 저 멀리 해변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

처음에는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그게 무슨 여자의 목소리같기도하고 비명소리같기도 한 것이…

아무튼 기분이 영 나쁘더구나

그러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엊그제 새벽에 같은 장소에서 또 그 소리가 들리더라고

이번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오한이 들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매쓰거운게…..

어휴 그길로 집에 와버렸지 어째 느낌이 영 불길하단 말이야 자네도 바다나갈 땐 각별히 조심하게”

하지만 삼촌은 예전에 마을에 안좋은 일이 있었던 탓에 장인어른께서 예민하게 반응한거라 여겼다

며칠 후 비가 추적추적내리던 시월의 어느 오후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삼촌은 양식장 보수작업을 마친 후 보트를 타고 돌아오고있었다.

그런데 해안에 가까이 다달았을 무렵 쿵소리와 함께 보트의 모터가 멈춰버렸다

팬에 그물같은게 잔뜩 엉킨탓에 삼촌의 친한동생 고씨가 급히 입수하여 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삼촌은 보트위에서 온신경을 곤두세운채 상황을 지켜봤는데 한참을 지켜봐도 고씨가 물밖에 나오지 않았다

걱정스레 주변을 살펴보는 삼촌의 시야에 갯바위가 들어왔고 그날따라 군데군데 솟아있던 붉은 철근들이 평소보다 훨씬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예감에 삼촌이 입수를 하려던 그 때 고씨가 꼬로록 소리를 내며 물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 놀래라 왜이렇게 오래걸렸는데”

“행님 이거 그물이 아니고 머리카락같은데요?”

“말이되는 소릴해라 그물이 아니면 해초같은거겠지”

“이상하네 암만 봐도 해초 아닌거같은데요 암튼 싹다 잘라낼테니까 저기 니퍼좀 주이소”

“어 그래 니혼자서 괜찮겠나?”

“아이고 행님 매번 있는 일 아닙니까 금방처리할게요”

그렇게 도구를 챙겨 물속으로 들어간 고씨는 영영불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뒤늦게 뛰어들어간 삼촌이 한참동안 그를 찾아다녔지만 고씨는 마치 증발이라도 한듯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보트는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날은 어느새 어둑어둑 저물어가고 있었다

삼촌은 곧장 어촌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고 근처에있던 어선한척이 연락을 받고 와서 고씨의 보트를 끌고갔다

사라진 고씨를 찾기위해 온 마을사람들과 경찰 구조대등 수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었지만 태풍이 북상하며 파도가거세지는 바람에 수색이 중단되고 말았다

고씨의 생사조차 알수없는 상황에서 삼촌은 발만 동동굴렀다

밤 열시 무렵에는 잠시 비가 걷히면서 바람이 제법 잠잠해졌는데 수색작업은 여전히 중단된 상태였다

썰물때까지 고씨를 찾지못한 채 이대로 태풍이 지나가버린다면 그의 시신조차 영영 수습하지 못할것이다

사실 삼촌과 작은 어머니가 처음 제주도에 정착했을때 도민들의 텃세에 쩔쩔매던 삼촌에게 선뜻 손을 내밈 사람이 고씨였다.

그는 삼촌이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자시의 일처럼 나서서 도와줬고 삼촌 역시 그런 고씨를 친동생처럼여겼다

통곡을 하다못해 실신해버린 고씨의 아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고씨의 어린자녀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수는 없었떤 삼촌은 결국 직접나서기로했다

당시 삼촌이 사용하던 머굴이라는 재래식산업용잠수장비는 조력자없이 혼자선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삼촌은 스노쿨과 랜턴 오리발등 최소한의 장비만 착용한채 가족들몰래 밤바다에 뛰어들었다

‘여기는 해안선이 복잡하니 조류에 휩쓸렸다해도 아직 이 근방에 있을거야
태풍이 여기까지 오려면 반나절 넘게 남았으니 빨리 찾아서 복귀하자’

삼촌은 태왁라는 기구에 연결된 로프를 붙잡고 수면을 오르내리며 해안곳곳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태왁이란 부력이 있는 커다란 스티로폼덩어리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해녀나 다이버들에게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시야가 흐린데다 비가 다시 쏟아지며 바람이 다시 거세져버렸고
지금당장 철수하지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삼촌은 수색을 멈추지 않아다

‘딱 한군데만 더 둘러보고 가자’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수심 8미터 지점에 랜턴불빛이 비추는 곳에 희미한 사람형체가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삼촌은 급히 수면 위쪽으로 올라가 숨을 한번 가다듬은 후
다시 물 아래로 내려가 랜턴을 비추었다.

그곳에는 아까보았던 사람 형체가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삼촌은 그것이 고씨의 시신이라 확신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강한 조류탓에 시야가 점점탁해지며 몸이 밀려나 접근조차 쉽지가 않았다.

삼촌은 전력을 다해 다가갔고 오미터 삼미터 그리고 드디어 손만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갔다.

“저게뭐야!”

몸을 곧게 세운채로 바닥을 바라보며 물속 한가운데 둥둥 떠있던 그건
키가 보통성인남성의 족히 두배는 되어보였다.

그리고 그것의 긴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쳐서 기분 나쁘게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힘껏 헤엄쳐도 앞으로 나아가기힘든 이 거세 조류속에서
저 앞에 있는 사람형체는 꼿꼿 하게 서서 지며넹 시선을 고정시킨채 미동 조차 하지않았다.

삼촌은 뭔가에 홀린듯 잠시 넋을 잃고 그 형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찢어질듯 높은 톤의 음성이 물속에서 나지막히 들려왔다
그건 분명히 사람이 인위적으로 내는 소리였다

해녀들의 숨소리르 입으로 흉내내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는 듣기 거북할 정도로 몹시 불쾌했다

소리를 찾아 사방을 둘러본 후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삼촌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미동도 없던 사람의 형체가 몸을 서서히 움직이며 삼촌쪽으로 방향을 틀고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빗바랜 색동저고리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사방으로 뻗친 기다란 머리카락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것은 고개를 좌우로 까딱까닥 거리며 기이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물살에 의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것으로 보기엔 자세가 상당히 비정상적이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진 삼촌은 서둘러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글고 그때 귀 바로옆에서 또다시 그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란 삼촌이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괴형체가 있었던 아래쪽 역시 아무것도 없었는데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그섯이 삼촌의 코앞에 서있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이 물살에 휘날리며 삼촌의 얼굴을 마구때렸고
전방의 시야를 다 가릴정도로 커다란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자
삼촌은 자신도 모르게 냅다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몸속에 남아있던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버렸고 삼촌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키고 말았다.

다량의 바닷물이 순식간에 삼촌의 폐와 식도로 들이쳤고
가슴에 엄청난 통증을 느낀 삼촌은 급히 수면을 향해 헤엄쳐 올라갔다

그런데 그 순간
한쪽 다리가 갑자기 꿈쩍도 하지 않았다.

불빛을 비춰 확인하려했지만 랜턴은 두번 깜빡 거리더니 휙 나가버렸다

삼촌이 새카만 물아래로 손을 뻗어 다리쪽을 더듬거렀고 손끝에 날카로운 손톱과 크고 기다란 손가락들이 만져졌다

누군가의 손이 삼촌의 왼쪽 오리발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다
삼촌은 마구 발버둥을 치며 오리발을 벗어던진후 사력을 다해 위쪽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밖의 상황은 더더욱이 암담했다.

로프는 이미 놓친지 오래고 태왁을 찾기는 커녕 어느쪽이 육지인지 구분조차 할 수가 없었다.

달빛 하나없는 어둠 속에서 비바람과 함께 강한 퍄도가 끊임 없이 삼촌을 덮쳐와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없었다.

구명장비 하나도 없이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밤바다한가운데 둥둥떠있는건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었다.

삼촌은 또다시 발목이 붙잡혀 물속으로 끌려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작정 앞으로 헤엄치기 시작했다.

패닉상태에 빠진 삼촌은 참을 수 없는 공포를 견디지 못해 그저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거친 숨을 쉴대마다 머리위로 끊임없이덮쳐오는 파도때문에 공기를 마시는건지 바닷물을 마시는 건지 분간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제 더이상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힘이 다빠진 삼촌의 정신이 흐려지던 찰나
무언가 단단한게 머리에 쿵하고 세게 부딪혔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삼촌은 손에 닿은 물체를 붇잡고 필사적으로 위로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머리에 부딪힌 그것은 커다란 암초였다

온몸이 암초에 찍히고 긁혀 피가 흘러내렸지만 고통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구사일생으로 간신히 물밖으로 올라온 삼촌은 잠시 숨을 고르며 저 멀리 보이는 마을 가로등의 희미한 불빌을 바라보았다.

머리와 몸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려내렸고 그제야 정신이 들며 고통이 밀려왔다

상처가 꽤 심각해서 서둘러 지혈을 해야했지만 머리에 흐르는 피에 빗물이 섞인 채 얼굴을 뒤덮어 버려 눈을 제대로 뜰 수가없었다.

삼촌은 랜턴을 집어들었다.

“제발…제발 좀 켜져라”

그렇게 랜턴 뒷부분을 몇번 치자 탁하고 불이 들어왔고
불빛을 빛춰 주변을 둘러본 삼촌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주변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철근들이 모두 붉은 색이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신방이 그 누구도 얼씬조차 하지말라며 신신당부했던 그곳에 삼촌이 위태롭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조금 전 물속에서 겪었던 악몽같은 일을 떠올리며 좌절해버린 삼촌은 고민끝에 갯바위를 벗어나 육지로 가기로 했다.

육지까지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였지만 만조때 수심이 제법 깊은데다 비바람이 거세져 파도가 꽤 높아진 상태였다.

이미 탈진한 상태로 만신창이가 된 몸이 이 성난 파도를 뚫고 무사히 육지에 닿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파도에 휩쓸리거나 물속에서 봤던 그것이 또다시 나타날지도 모른다

삼촌은 자리에서 일어나 랜턴으로 주변을 비춰보았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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