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 하고 혼자 살고 있는 80년생 노총각 아재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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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포기하고 혼자 살아도 괜찮다는 사람 많은데

혼자 사는게 괜찮은 건 딱 30대까지임.

비혼 솔로 라이프를 외치며

‘~할 바엔 혼자 살지’를 외치는

대다수의 사람은 20대거나 30대임.

비혼을 외치며 궐기하는 40대? 적어도 난 본적 없음.

일단 난 80년생이다.

먼저 살아본 사람으로서 현실적인 얘기 좀 해보자면

20대는 당연히 인생의 여름이니까

모든 것이 반짝이고 생동감이 넘침.

30대는 20대만큼 반짝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사회에서 자리 잡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서 생활이 안정되니까

‘뭐 이정도면 혼자 살아도 되겠는데?’

그런 생각이 슬슬 피어오름.

돈쓰는 재미도 있고,

자기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굳이 누굴 만나기도 귀찮음.

하지만 ’40대’부터는 진짜 달라진다.

세상에서의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슬슬 나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며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어짐.

직장에서도 어느정도 괜찮은 위치에 있지만

인간적으로 나에게 다가오거나

‘나’에게 관심있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아무리 둥글게 지내도,

아무리 젊게 살려고 해도

그냥 어느샌가 그렇게 되는거다.

영원 할 것 같던 ‘청춘’?

혼자서도 괜찮을 것 같았던 ‘청춘’은 그렇게 시들어간다.

40대는 그래도 나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수준인데,

50대는 나를 찾는 사람이 아예 없다.

혼자 사는 50대에게

본인의 시간을 할애 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은 없음.

출근을 하지 않는 한 사람을 만날 일도 없고

출근해서 직원들과 만나도

그건 그냥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일 뿐

진정한 ‘만남’의 의미가 되지 않음.

표면적인 대화, 겉도는 안부,

진심에 닿지 않는,

진심에 닿을 생각 자체가 없는 그런 시스템적 관계.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결혼 이야기를 하는게 아님.

사람 ‘혼자’ 사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며

보금자리보다는 숙소에 가까운 공간에 불을 켜고

보일러는 켜놨지만

따뜻한 느낌은 전혀 없는 횡한 공간.

퇴근길에 포장한 음식을 식탁에 깔고

습관적으로 티비를 킨 뒤

아무말 없이 기계적으로 씹고 배를 채우고,

가게에서 제일 비싸고 좋은 메뉴를 사왔지만

나눌 사람이 없으니 그냥 허기를 채우는,

목적이 전부인 영양분 일뿐 별 다른 의미는 없음.

누군가와 일상을 나누고 싶지만

전화할 곳도 마땅히 없음.

친구들은 이미 자기들 인생 사느라

연락 안 닿은지 오래 됐고

부모님도 40살이 넘은,

혼자 사는 자식의 통화가 편할리 없음.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좋아하는 예능이 나오면 멍하니 틀어놓고

티비 속에서 서로 떠들며 즐거운 사람들을 보며

혼자 웃다가 11시가 넘은 시계를 보고

아까 먹은 음식 그릇들을 치움.

간단히 설거지하고 욕실에 들어가서 씻는데

욕실 거울에는 어느새 주름이 생기고

푸석해진 내가 서있다.

씻고 나와서 집안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으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무도 없는 집의 공간감을 오롯이 혼자 느끼며 잠듬.

간간히 들려오는 윗집 아랫집의 생활소리,

가족간의 대화 소리, 웃음 소리를 들으며

나에게 허락 될리가 없는 생활을

잠시나마 상상해보며 옛날을 후회함.

그때 그랬다면, 그때 안 그랬다면.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만족감보다 후회가 밀려오는 잠을 청함.

다음날도 아침에 일어나 기계적으로 욕실에 들어가고

누군가에게 좋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흠잡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씻고

노총각이란 말을 들을까

이런 저런 옷을 고민하다가

결국엔 무난한 옷을 골라입고

정적만이 배웅하는 집을 나선다.

결혼해도 그렇다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안다.

같이 살아도 외롭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고.

하지만 분명한건

혼자 사는 중년 남자의 삶은 그리 아름답진 않음.

‘난 아닐거야.’

‘난 혼자 살아도 즐거울거야.’

희망회로 돌리지 않았으면 함.

낙관적일수록 절망감이 크니까.

취미가 없으니 궁상 떠는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취미생활을 안해봤던 것도 아님.

운동하다 다치니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몸을 쓰지 않는 취미를 하자니

독서,영화,음악 쪽인데

이런 문화 쪽은 누군가랑 나눌 수 있을 때 즐거운거니까.

혼자 시간 때우기엔 좋을진 몰라도

‘아..그래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방법이 없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안하게 된거고.

이 글을 보고 부정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결국은 시간 문제다.

혼자 사는게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

너희들도 나처럼 꼭 혼자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