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리 진급한 해에
신입사원으로 23살짜리 예쁘장한 애가 들어왔음
얘가 우리 파트로 오게 됐는데
난 펜스룰 준법자라 거리를 뒀지.
우리 파트 직원이긴한데 조가 달라서 별 접점 없다가
내 부사수가 영업직으로 가면서
얘가 내 부사수로 오게 됨.
얘가 하얗고 예쁘게 생기다 보니까
다른 남자 직원들이 치근덕 대는게 매우 심했는데
얘가 바보처럼 쩔쩔 매면서 거절도 못하고
마음 고생 하는게 내 눈에도 보이니까
영 마음에 안 들어서
남자 직원들이 얘한테 치근덕 거릴 때
가서 일이나 하라고 꼽준 적 몇번 있었는데
나한테 고맙단 말도 못하고
눈물 글썽거리면서 나 보면서 인사만 하더라고.
어휴 저래서 사회생활 어찌하려고 ㅉㅉ 하고 지나쳤지.
그 이후로도 사적인 얘기는 1도 안하고
거리두면서 선을 지켰음
근데 한번 회식때 술이 들어가니까
사적인 얘기도 좀 하게 됐는데
얘가 의외로 나랑 취미가 같은 걸 알게 됨.
검은사막이라는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 하는 남자도 찾기 힘든데
여자가 검은사막 유저인 것도 모자라서
심지어 서버도 나랑 같았음.
(옛날엔 서버가 여러개였음)
이때부터 거리두기고 뭐고 급속도로 친해짐
나는 얘가 어리기도 하고
괜히 꼰대소리 들을까봐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절대 만들지 않았는데
대부분 얘가 먼저 연락오고 그랬음
근데 한번은 얘가 울상 짓더니
자기만 먼저 카톡하고 전화하고 그러는 거 같다면서
자기는 나랑 가까워지고 싶은데
뭔가 거리감 느껴지고 섭섭하다는거야.
그래서 난 또 걔 기분 안 상하게 하려고
나처럼 서른 넘으면 만사가 귀찮아서
톡 답장하는게 최선이다
뭐 이런 식으로 어찌저찌 둘러댔음.
그러고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얘가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부모님이 집 팔고 상주로 귀농하시게 됐다고
자기 혼자 첫 자취로 원룸을 구하려는데
월세가 너무 비싸서 고민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뭐 잘 알아봐바 좋은 집 있겠지 하려다가
걍 내 집 방 3개니까
니가 가정부 하면서 하나 쓰던가 하고
반농담 반진심으로 개드립을 쳤음
근데 얘가 당황하더니 얼굴 빨개지면서
선배님 진짜 그래도 돼요? 하더라
그래서 뭐 너만 안 불편하면 상관없지ㅇㅇ 했는데
걔가 진짜로 짐 싸들고 우리집으로 들어옴.
물론 진심도 섞인 말이긴 했는데
뭔가 후배 여직원이랑 동거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진짜 이상해지고 묘해지더라
그러다가 지금 애가 둘이다.
니들은 후배 여직원이 월세 걱정하면 드립칠 생각 하지마라
글 쓰고 있는데 쟤 또 배민으로 야식 시킨다 아
하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