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 한 일이 저한테 생겼네요.
아직도 뭐가 뭔지 머릿속이 정리가 안돼고 울분이 터집니다.
남편과는 직장에서 만나 결혼 했고,
남편이 먼저 1년동안은 아이 갖지 말고
둘 만의 시간을 갖자고 해서 그러자 했었습니다.
이후에 임신시도를 했는데 잘 안 됐고,
둘 다 검사해봤는데
남편이 기형정자가 좀 많다고 하더군요.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녔지만
시간을 단축하려면 인공수정을 시도해보는게 좋다고 해서
난임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병원 다니기 시작한지 5개월 쯤,
남편이 큰 사고를 당했고
한 달 정도 중환자실에 있다가 결국 깨어나지 못 했습니다.
그게 6개월 전 일이고요.
정말 그 때 부터 지금까지
무슨 정신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힘든 시기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시부모님이 잠깐 집에 들르라고 연락을 하셨어요.
그동안 서로 걱정돼서 연락하고 왕래하긴 했었지만
집으로 오라 하셨던 적은 없었기에 의아했지만 갔습니다.
두 분 다 한참을 말을 못 꺼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죽은 남편의 아이가 있다는 겁니다.
태어난지 1달 정도 됐다고..
무슨 말씀이시냐 물어보니,
몇 주 전에 시부모님께 어떤 여자한테 연락이 왔는데,
본인은 남편의 대학 동기이며,
남편의 아이를 출산했답니다.
이름이 아무개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부모님도 아는 이름이었다고요.
작년 동기 모임 때 오랜만에 남편을 만났고,
둘 다 술에 취해
기억도 나지 않는 상태에서 관계를 가졌고,
각자 사귀던 사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아무일 없던 걸로 덮기로 하고
그 뒤로는 연락을 일체 안했었다고요.
그 여자는 원래 생리 불순이 심해
몇 개월 동안 생리 안하는것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임신을 알게 된게 5개월 쯤이었고,
당시 사귀던 남자의 아이인 줄 알았으나
여자가 임신한 시기에 그 남자는 해외 출장중이었어서
그 남자 아이일 수가 없다보니 남자와는 헤어졌으며,
당시에는 바로 기억이 안 났는데
남편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남편과 술에 취해 실수
(라고 하는 것도 저는 정말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했던게 기억이 났더랍니다.
바로 연락 하려고 했었으나
남편이 사고로 중환자실에서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좀 회복 되고 나면 얘기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결국 죽었고,
그 때는 이미 중절이 불가능한 시기였다고 합니다.
남편은 죽었고, 아이는 지울 수 없으니
시부모님께 연락 해봤자
자식 잃은 상심에 더 힘들어지실 것 같아서?
혼자 출산까지 했다는게 여자의 말이었습니다.
시부모님은 이미 친자확인까지 하셨더군요.
조손간 친자확인이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은 외동이었기 때문에 남편의 아이가 맞답니다.
이 얘기를 들으며
죽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 분노가 치솟고,
그 여자가 저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는데,
당시에는 죽은 아들 자식이 죽기전에 바람을 피워
사생아까지 있다는 사실을 과부 된 며느리에게
왜 얘기하시는지가 가장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래서 죽은 아들이 와이프 배신하고
사생아 만든걸 굳이 왜 얘기하시냐,
시부모님은 알게 되셨더라도
저한테는 끝까지 숨기셨어야 하는것 아니냐,
작정하고 숨겼으면 제가 모르게 넘어갈 수도 있는건데
왜 얘기를 하시냐 물었더니,
그 아이를 제가 키워줬음 하신답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제 아이도 아닌, 남편이 바람피워 태어난 사생아를
남편도 죽어 없는 마당에 제가 왜 키웁니까?
제가 말문이 막혀 아무말을 못 하니,
아이를 키워주면
시부모님 유산을 모두 저에게 주신다고 하시면서,
원래 아들이 죽었으니
며느리인 저는 상속 대상이 아니지만
손주가 있으면 손주의 보호자로서
손주 몫의 유산을 받을 수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시부모님은 객관적으로 여유로우신건 맞습니다.
근데 저는 관심 없었고요.
관심이 없다보니 재산이 얼마나 있으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러면 저한테 끝까지 숨기시고
그 유산 그 여자한테
손주 몫으로 주시면 되는 것 아니냐 했더니
여자가 아이를 못 키우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입양 보내려고 했는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입양 보내는 것 보다는,
자식 하나 없이 먼저 간 아들을
안타까워 하실 시부모님 생각에
연락했던거라고 하더군요.
시부모님은 저희 사이에 아이가 없었으니
앞으로 평생 보지 못 할뻔 했던 손주가 갑자기 생긴거죠.
본인들은 나이가 있으니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 할 것 같고,
생모는 아이를 못 키운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아이의 존재를 알면서도
모르는 곳에 입양을 보내는 것도 못 할 짓 같으시다고요.
그래서 어차피 손주몫으로 줄 유산이면
그냥 그 여자한테 주고
아이 키우라 하시면 되지 않겠냐 했더니
여자가 유산만 받고 아이를 내버릴까봐
그러지는 못하시겠답니다.
그러면서 저는 남편과 결혼도 했었고
유산 받고 입 싹 닫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이 있다는식으로 말씀하시고요.
태어나기도 전에
아빠가 사고로 죽은 손주가 불쌍하다시며,
저한테도 불쌍하지 않니.. 하시는데.. 참
제가 돈에 환장한년도 아니고
돈줄테니 남편 사생아 키우라하면
제가 넙죽 예~ 할 줄 아신걸까요?
제가 얼마나 만만해보였으면 그런 말씀을 하시는걸까요.
그래서 저는 돈만 받고 애 안 내버릴꺼라는 보장 있으세요?
저의 어떤 부분을 보고 그렇게 믿으세요?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어떤 대답을 할거라고 생각하시는데요? 라고 물으니
저희가 아이를 갖고싶어 노력하다
아이를 못 가진 채로 남편이 죽었으니
사생아라도 남편 아이니까 받아줄꺼라 생각하셨답니다.
또 자식 먼저 보낸 본인들을 불쌍히 여겨서라도
받아줄꺼라고 생각하셨다네요.
저를 얼마나 멍청한 호구로 보셨길래..
제가 갖고 싶었던건
저와 남편의 아이지 사생아가 아니다 하니
낳은 정보다도 기른 정이 더 큰법이라며,
생판 남의 아이도 입양해서 잘만 키우는데
결혼했던 남편의 아이니
더 잘키울 수 있지 않겠냐는게 시부모님 논리에요.
근데 저는 저 말이 어떻게 들렸냐면요,
남편의 기형정자 문제로 병원을 다니긴 했어도
남편 아이가 하룻밤에 생겼으니 남편문제는 아니고
제 문제로 저희 사이에 아이가 안 생겼던 것일테고,
그 상태로 남편이 죽었으니
남편한테 미안해서라도
사생아를 키워 보답하라는 뜻으로 들리더군요.
못키운다 했고,
앞으로 이 일로 연락 마시라 했습니다.
그러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남편 죽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새 살림 차릴 생각하는거냐고.
그러지 않고서야 불쌍한 본인 아들 생각해서라도
아이는 키워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저를 비난 하시더군요.
더 이상 말 섞을 가치도 없어서 가방 챙겨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 아직 남아 있는 남편 짐을 보니 또 울화가 치밀어
미친 것 처럼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다가 결국 친정으로 갔습니다.
친정 부모님께 따로 말하진 않았는데
남편 죽은 것 때문에 힘들어하나보다 하시는지
별말씀 없으시네요.
친정에 도착한 직후에
집 현관 방문자 알림이 떴길래 보니
시부모님이더라구요.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집까지 쫓아왔는지..
그 뒤로도 두어시간 마다 방문자 알림이 뜨더라구요.
시댁이랑 신혼집이 차로 20분 거리라
계속 집에 왔나 들여다보는건지..
그런 행적이 더 소름끼쳤습니다.
도저히 집에 돌아가지도 못 하겠고,
출근할 정신도 아니라
아예 휴가를 쓰고 친정에 있었더니
월요일 아침에 저 출근 시간 전 쯤에
또 방문자 알림이 떴더라구요.
전화를 안 받으니 문자를 계속 보내길래
다 차단해버렸습니다.
아이는 절대 안키울겁니다.
아이는 죄가 없다지만, 저는 무슨 죄인가요?
반대로 제가 외간 남자와 바람피워 임신했더라도
너희 사이에는 애가 없으니
아들한테 그냥 키워라 하실까요?
남편 죽고 나온 보험금 등은
도저히 제가 받을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시부모님한테 드리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으시더니 이런 상황을 염두하고
안받으신건가 싶기도 하고요.
남편 죽고 여태 죽지 못해 살았는데,
지금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네요.
내일 안에 친정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부모님과 모레 신혼집에 가서 짐 다 빼와야겠어요.
횡설수설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편과 사내커플이었다보니
한두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라
죽은 사람 욕보이는 것 같아 주변엔 말도 못했는데
몇 분이나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쓰고나니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느낌이네요.
추가글
폭풍 같은 1주일이 지났네요.
일단 댓글 중 많이 보인 내용에 답변을 하자면,
1.집은 저와 전남편 공동 명의였습니다.
2.보험금을 시부모한테 주려고 했던건,
저와 전남편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면 몰라도
아이도 없었고 결혼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비록 지정 수익자는 저였지만,
다 큰 아들 한 순간에 잃은 시부모한테 드리는게
더 도리에 맞다고 생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스스로가 참 등신 같네요.
3.대습 상속에 대해서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시부모가 얘기한 유산 상속은
제가 나중에 시간이 지나 재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키워주면 아이 몫의 유산을
제가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앞으로 절대 재혼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이것도 잘 모르겠네요.
어떤 생각이었는지는.
4.아이가 장애가 있는지,
아이의 친모와 전남편의 관계가 오래된 불륜인지,
시부모가 둘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등등
저는 전혀 관심 없습니다.
전남편은 이미 죽은 사람이고,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은 명확하며,
저는 아이를 키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더 묻지 않았습니다.
아이 친모의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이 사실인지,
시부모가 둘 사이 관계를 알고있었다는 것을
저에게 숨기기 위해 한 거짓말인지 관심 없습니다.
5.저는 더 이상 그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나 친모, 시부모 전혀 궁금하지 않고
어떻게 살던 신경 쓰지 않고 싶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아예 전남편과
시부모를 제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상간 소송을 하라는 조언을 많이 봤는데,
그 조차도 귀찮습니다.
그냥 가능한 빨리 잊고 원래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런 제가 답답해보이시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렇습니다.
6.만약 아이가 전남편의 친자로 인정받아
나누어야 할 재산이 있다면 줘버리고 끝내고 싶습니다.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네요.
그 돈 없어도 저 사는 데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만약 그 사생아가 받아 낼 몫이 있고,
받아 낼 의지가 있다면 어떻게든 알아서 연락하겠죠.
7.시부모는 나이가 많습니다.
둘 다 70대 중-후반이고,
전남편을 늦게 낳은 편이며,
저랑 전남편도 나이차가 좀 있습니다.
글 쓴 날, 저녁 때 친정 부모님께 바로 말씀 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장 시댁에 찾아가시려는걸 겨우 말렸고요.
어머니는 아무말 못 하시다가
노인네들이 노망났냐며 분노하셨어요.
다음 날 아침, 부모님과 함께
신혼집(편의상 신혼집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에 갔습니다.
전 날까지도 계속 방문자 알림이 떴었기 때문에
혼자 가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 것 같아 동행을 부탁 드렸어요.
아, 본문에 짐을 빼러 가겠다고 써서
오해하신 분들이 많은데,
일단 당장 친정에서 출퇴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짐을 가지러 간다는 뜻이었습니다.
제가 글을 오해하게 썼네요. 죄송합니다.
신혼집으로 가서 필요한 짐을 챙기고 있는데,
시부모가 또 다시 들이닥쳤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현관 앞에 계시다가
시부모를 보고 소리를 지르셨고,
방에 있던 저와 어머니는 그 소리를 듣고
시부모가 왔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께서 저에게는 나오지 말고
짐 마저 챙겨라 하시고 본인은 나가셨고요.
짐을 챙기며 들려오는 소리는,
저희 아버지는 당신들 딸이 하루 아침에 과부됐는데
존재도 몰랐던 사생아 키우라고 하면 키우겠냐?
라며 따지셨고,
시부모는 손주의 존재를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 있는데 어떻게 안 거두냐는 입장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당신들 핏줄 당신들이 알아서 거둬야지
왜 피 한 방울 안 섞인 내 딸이
당신네 핏줄을 거둬 인생을 얽매여야 하냐고 하셨고요..
그렇게 현관 앞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셨고
제가 짐을 다 챙겨 나오자 시부모는 저를 붙잡으려 했고,
저희 부모님은 저를 끌고 나오려 하셨습니다.
엘리베이터도 못 타게 온몸으로 막아대는데,
노인네들이 그런 힘이 어디서 났나 싶을 정도로 완강하여
결국 12층에서 지하주차장까지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시부모는 나이가 많아 계단을 빨리 못 내려오더라구요.
따라 내려오다가
엘리베이터를 탔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다행히 아버지 차 까지 마주치지 않고 내려와
다시 친정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친정 부모님 번호는 시부모가 모릅니다.
전화 할래야 할 수가 없겠지만
혹시 몰라 친정 부모님 휴대폰에
시부모 번호 모두 차단 해 놓았습니다.
시부모는 제 친정 지역이 어디인지 정도만 알고
정확한 주소를 모르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는 못 할 것 같고,
친정 부모님 사업장도
지역만 대충 아는 수준이라 찾아 갈 일은 없겠지만..
제 회사가 걱정이네요.
전남편이랑 같은 직장이었기 때문에
시부모가 제 직장은 알거든요.
더 이상 찾지 말고 알아서 하셔라,
죽은 아들 회사 동료들에게
아들 자식이 바람피워
사생아까지 만들고 죽었다는 사실 알리고 싶지 않으면
회사로 찾아오지도 마셔라,
다시 한 번 만 내 앞에 나타나면
경찰 부르겠다고 문자를 보냈었고,
그 때문인지 아직 회사로 찾아오진 않고 있네요.
저는 그냥 이대로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 아이를 시부모가 키우던
친모가 키우던 입양을 보내던 제가 알 바 아니고,
시부모 사후 유산이 누구에게 상속되는지도 관심 없습니다.
전남편 사후 직후에는 재혼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전남편만 그리워하며 힘들었는데,
이런 일이 있고 나니 마음이 확실히 정리 됐습니다.
당장 새로운 인연을 만날 여유도,
재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만,
그 이유가 시부모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함은 아닙니다.
본문에도 썼다시피 관심 없습니다.
저도 외동이고,
시부모로부터 상속받게 될 유산 정도는
제 부모님으로부터 받게될 유산과
비슷한 수준일거라 생각되고,
더 많던 적던 관심없습니다.
조언들 주신대로, 곧 변호사와 상담해보려고 합니다.
공동명의 재산이었던 신혼집 처분을 위해서요.
원래는 계속 거기서 살 생각이었지만,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테니 처분해야하니까요.
그 아이가 현재 전남편 호적에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생아고 전남편의 핏줄인 것은 확인 됐으니
나누어야 할게 있는지,
지분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상담해보려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