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도 안 하고 꾸미는 걸 모르는 경리가 있었음.
원래는 인사만 하는 어색한 사이였는데
어느날 사무실에 둘만 있고
어색하게 일하고 있는데
열린 창문 틈새로 장수말벌 한 마리가 들어와서
내 주위를 날아다니니까 내가 놀라 주저 앉으면서
“에땍뻐까응” 이라고 비명 지름.
(마누라 피셜로 비명이 저랬다고 함.)
그거 보고 경리가 파일철로 장수말벌 때려 잡는데
흔들다리 효과인지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더라.
그 사건 이후로 밥도 같이 먹으면서 친해지고
주말에 만나서 놀러 다니고 그랬는데,
어느 날 사장이 경리한테
생일인데 점심먹고 퇴근하라고 하길래
아 생일이구나 하고 그날 점심시간에 경리한테
선물 받고 싶은거 있냐고 물어보니까
경리가 이미 내가 선물이라서
3년 동안은 선물 필요 없다고 하더라.
난 그냥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경리는 사귄다고 착각하고 있었음..
근데 저 말 듣고 나도 꼴려서
진지하게 만나기 시작했고 결혼했다.
지금은 중견기업으로 이직해서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랑 마누라 30kg씩 쪄서 힘들다..
그리고 2년 뒤 후기..
옛날에 ㅈ소 경리랑 결혼했다던 애다.
지금 마누라는 163에 50kg대로 돌아갔고
난 아직 90kg대 유지중
얼마전에 98kg까지 찍고 나서
내 인생에 0.1t이 될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0.1t에 도전한다고 말했다가 쌍욕 먹었다.
체중관리 한다고 마누라가 도시락 싸주는데
체중이 안 줄어든다고 걱정한다.
근데 난 도시락을 먹는다고 했지,
도시락만 먹는다곤 안했음
도시락 먹고 회사밥 먹으면 오후가 든든한데
왜 도시락만 먹음?
부모님한테 지원은 필요 없다고 해서
컴퓨터 2대, 매트리스 1개만 들고
마누라가 모은 돈으로 원룸 전세 박고 시작했다.
그렇게 살면서 돈 차곡차곡 모으다가
여윳돈 좀 생기고 투룸으로 이사하고
현재는 신축빌라로 이사해서 살고있음.
그냥 둘이서 소소하게 컴퓨터랑
주변기기 같이 업그레이드 하는 재미로 살고 있고
평일에는 보통 같이 게임하는데
처음에는 롤 같이 했거든
마누라가 아이언이라 부계정 파서
플레까지 봇듀로 멱살 잡고 끌어올려줬는데
마누라가 실력이 진짜 아이언 급이라
패드립을 하도 먹어서 롤은 접고
배그나 오버쿡드, 집중포화 같은 게임만 한다.
배그는 마누라랑 합쳐서 평딜 70이고 봇 만남 ㅋㅋ
차는 sm3, 6만따리 270만원에 주워와서
9만 찍고 210에 팔았고
지금은 싼타페 dm 프라임 3만짜리 주워온거 10만 찍었다.
주말에 체력 여유 있으면 여행 다니니까
키로수는 금방 찍더라.
부모님, 장모님 지원 안 받으니 힘들긴 했는데
부모님도 갑자기 차 뽑아서 강아지랑 여행다니고
장모님도 이른 나이에 마누라 낳고
장인어른 떠나 보내고 힘들게 살아오셨는데,
요즘 동네 아저씨랑 연애하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재밌게 노신다는 얘기 듣고
마누라가 괜히 지원 안 받은게 아니구나 느꼈다.
행복한 인연 만나게 해준
장수말벌님께 매우 감사드리고
너네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