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락을 하던 여자사람 친구가 있다.
아니 있었다.
시간은 내가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중학생 때 너에게 관심이 있어 먼저 연락하게 되었다.
그 당시 너와 연락하던 도중
네가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너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그게 남자친구에 대한 배려이고
예의라고 생각해서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생 때 이후에 너와 가끔 연락을 하곤 했다.
20살이 될 무렵 수능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때 너와 만나기로 했다.
이때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너한테 먼저 만나자 했는지도 모르겠다.
너와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모르고 영화를 잘못 예매해놨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너와 영화 볼 생각에 들떠있었다.
그리고 너와 만난 후
너에게 자초지종 설명하고 다른 영화를 예매했다.
영화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너에게 밥을 먹자고 말했고
너와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며 너는 노란색 니트와
너의 이름이 있는 목걸이도 나에게 당돌하게 자랑했다.
나는 네가 노란색 니트가 정말 병아리같아서
잘 어울리고 목걸이도 이쁘다고 말했다.
너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는데
네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 않았다.
영화 보는 것보다 너를 보는 게 더 좋아서 너를 지켜보았다.
네가 깼을 때 영화를 보는 척을 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네가 내 여자친구는 아니었지만
크리스마스를 너와 보낸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그 후 너와 만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먼저 만나자고 말하지는 못했다.
너와의 연락도 점차 줄었고
어느샌가 연락을 안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너를 우연히 길을 가다가 마주치게 되어서
다시 연락하게 되었고
연락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중에
같은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다.
우리는 인연일까 생각도 했다.
그리고 학교 축제 기간 때 네가 나를 불렀고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얼른 준비하고 달려갔다.
우리는 같이 솜사탕도 먹으며 공연도 봤다.
그 이후에도 가끔 만나며
한 번은 너의 집 근처로 가서 같이 걸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던 도중
우연히 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다한증과 수족냉증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네가 내 손을 만져보고 싶다며 잡아주었다.
나는 미안했다.
따듯하고 촉촉한 손으로 너의 손을 잡고 싶었는데
차갑고 축축한 손으로 너의 손을 잡고 있어서 미안했다.
그래도 너는 괜찮다며 내 손을 계속 잡아주었다.
너에게 미안했지만 너무 좋았다.
내가 오랫동안 좋아하던 사람이
내 손을 먼저 잡아주었으니 너무 행복했다.
그 후에는 용기를 내어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같이 영화도 보고 밥도 먹게 되었다.
네가 집에 갈 시간이 되어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도중에
너와 마주 보며 나는 너에게 수줍게 고백을 했다.
네(A)가 나(-)에게 물었다.
A “연애하고 싶어서 나 만나는 거 아니지?”
-“응 아니야. 네가 정말로 좋아서 그래.”
그렇게 너는 내게 안기며 내 고백을 받아주었고
내 옷에 너는 의도치 않게 입술자국까지 남겨주어서
옷을 한동안 세탁하지 않고
내방에 잘 보이게 걸어두었다.
가을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너는 내 여자친구가 나는 너의 남자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고 있는 너를 보면서
네가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너에게 연락이 왔다.
A “나 버스 탈 때 갈 때까지 지켜봐 주는 거 좋아하는데!”
나는 네가 계속 보고 싶어서 본 거였다.
네가 좋아하는 건지 모르고 한 거지만
네가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 이후로 난 네가 버스 타고 갈 때마다
항상 너를 지켜봤다. 손도 흔들어주었다.
너도 맨 뒷좌석까지 가서 나를 지켜봐 주고
손도 흔들어주었다.
내가 집에 갈 때도 우린 그렇게 인사를 했다.
나는 야간을 다니고 너는 주간에 다녀서
학교를 다닐 때 우리는 잘 보지 못했다.
네가 내 여자친구인 것도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사귀고 5일이나 지나서야
너에게 처음 만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사귀고 첫 만남이다.
난 그때 너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핫팬츠에 분홍색 후드티, 올림머리.
집에서 급하게 나온 너였지만 너무 이뻤다.
학교가 끝나고 간 시간이라 별로 만나지도 못하고
그냥 걷다가 집에 왔지만
너와 손잡고 걷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이제는 내가 너를 보고 싶을 때 부르면 볼 수 있고
뭐든 같이 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 이후 잠깐이라도 너를 보려고
학교를 더 일찍 갔고
여자친구가 생기면 꽃을 사주고 싶어서
꽃을 몰래 사 들고 가서 기다렸다.
네가 웃었다.
너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고 귀여웠다.
너는 꽃 한 송이를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다며
나에게 말했고
꽃을 받아보는 것도 처음이라고도 말했다.
너처럼 이쁜 사람이 꽃을 나에게
처음 받아보는 게 믿기지 않았지만
내가 너에게 꽃을 처음 준 사람이라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나는 주간으로 옮겼다. 너도 기뻐했다.
너와 아침에 같이 학교도 가고
같이 점심시간에 밥도 같이 먹고
학교가 끝나면 같이 집에 갈 수 있단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내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한 번은 네가 도시락까지 싸와서 같이 먹은 적도 있었는데
네가 싸온 도시락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고
그 어떤 진수성찬 부럽지 않았다.
내가 너의 옆에 없어도 네가 내 여자라는 것과
네가 “임자 있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커플링을 맞췄다.
너와 손 사진을 찍을 때
항상 커플링이 잘 보이게 사진을 찍었다.
행복해하는 너의 모습을 보니
커플링을 맞추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인지 한 번도 커플링을 뺀 적이 없었다.
나는 너 몰래 인형을 뽑아서 너에게 주었고
네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네가 웃었다.
너의 웃음은 언제 봐도 이뻤다.
내가 인형을 뽑을 때면 함께 행복해했다.
못 뽑아도 괜찮았다.
다음 기회가 있기에.
널 만나면서 내가 사랑을 주는 만큼
너도 나한테 사랑을 주었고 나는 그런 네가 너무 좋았다.
내가 너한테 속상하다고 말하고
너와 말을 조금만 안 해도 너는 나한테
“안아줘” “웃어줘”라는 말을 해줬다.
웃고 싶어도 애써 웃음을 참은 적도 있었다.
우리는 이야기를 할 때
옛날이야기를 추억으로 삼아 이야기하고
19살 때 갔었던 음식점도 다시 가서
추억을 새록새록 피웠다.
그때보다 우린 훨씬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우린 같은 중학교도 나와서
너와 내 사진도 같이 보며 웃었다.
그리고 너는 내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보면서
“이렇게 입고 나한테 고백하지.”
“이때 나한테 만나자고 연락하지.”라는 말을 했다.
그때는 내가 자신감이 없었다.
속으로는 무척이나 후회했지만
지금은 네가 내 여자니까 괜찮았다.
그만큼 우린 특별한 인연이었던 거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난 네가 더 좋아졌다.
너의 친구들도 네가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더 이뻐졌다고 말했다.
맞다.
그래서 너와 연락하거나 만날 때는 항상 설레었다.
내 친구들과 너 친구들이 잘 어울린다고도 말하고
“네가 군대도 기다려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리는 잘 만나고 있었다.
불행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너랑 있을 때 친근감이 있게 저장되어있는 사람에게
연락 오는 걸 보고 내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냥 학교에 친한 오빠라고 했고
“이 오빠는 나 여자로 안 봐”라고 말했다.
나도 여자인 친구랑 연락하는 것도 있고
너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별말은 하지 않았다.
저장해 놓은걸 그냥 이름으로
바꿔달라고 말했지만 바뀌지않았다.
그리고 너와 취미나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있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너는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오토바이는 언제 타봤는데?”
같은 과에 아는 오빠가 있어서 타봤는데
그 오빠가 너에게 오토바이를 잘 탄다고
칭찬한 것도 내게 말해주었다.
오토바이도 그 오빠한테 배울 거라고 말했고
나는 그런 너에게 그건 안된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로 네가 말 안 하고
그 오빠와 같이 있다던가
그 오빠와 약속을 잡았다던가
비슷한 일로 적지않게 다투었다.
하나하나 기억하고 싶지는 않으니
너하고 내가 한 번씩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만 말하고 싶다.
그래도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잘 지냈다.
너의 말 한마디면 괜찮았다.
“그 누구보다 여보가 우선순위야.”
라는 말 한마디
시험이 끝나고 우리는 만나기로 했었는데
시험 끝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안 와서 학교로 갔다.
시험을 본다는 너의 강의실은 비어있었고
너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학교를 찾아보던 중 너를 찾았다.
시험 끝나고 연락 안 한 것도 그렇고
말도 없이 그 오빠와 같이 있었다는 거에 꾸짖음을 했다.
너와 싸우고 밥을 먹으며 나는 너에게
“휴대폰 좀 봐도 돼?”라고 물었고
너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해서 결국 보지 않았다.
아니 보지 못했다.
짜증이 난 너의 표정도 보였다.
-“이건 여보가 짜증 낼 상황이 아닌데.
그 오빠하고 연락 좀 안 하면 안 돼?”
A “알았어 앞으로 연락 안 할게..”
우리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음날 너와 만났다.
“그 오빠하고 연락 안 하고 있지?”
너는 카카오톡 대화 목록까지 보여주면서
“안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너의 한마디면 다 믿었다.
며칠 후 너는 피곤하다며 오후에 낮잠을 자고 온다 했다.
12시가 지나가는데도 일어나질 않길래
씻고 다시 자라고 말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
너는 워낙 잠을 많이 자는 걸 알았기에
네가 자길래 전화를 못 받는 줄 알았다.
잠시 후 너에게 연락이 와서 받았다.
바람소리가 들렸다.
A “아르바이트하는 곳 매니저가 불러서
지금 옷 갈아입고 택시 타고 가야 해! 이따 연락할게!”
-“응 도착해서 연락해줘!”
다른 건 말할 틈도 없이 전화가 바로 끊겼다.
한참이 지나도 연락이 없길래
몇번을 전화해보니 가방 안에서 전화가 받아졌다.
너는 이미 술자리에 있었고
언제부터 나갔는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너에게 물었다.
-“왜 거짓말했어”
A “여보가 밤늦게 나가는 거 싫어해서 그랬어..”
이 일 때문에 너는
“내가 잘못했어. 우리 싸우지 말자.”
라고 말했지만 내가 너무 속상했다.
늦게 나가는 건 이해할 수 있는데 거짓말한 게 너무 싫었다.
‘일어났으면 일어났다고 말이라도 해주지.’
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너는 나에게 아무 말 없이 잠이 들었다.
다음날 너에게 연락이 왔다.
딱딱한 휴대폰 위로 보이는
딱딱한 너의 말투가 느껴졌다.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 찾아가서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했고
너는 정말 싫다며 말했다.
“내 휴대폰 보면 우리 끝이야”
너에게 이런 말을 들은 거는 처음이다.
못 보게 막길래 보는 척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아직 그 오빠랑 연락해?”
A “응..”
배신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화가 나서 집에 가는 척을 했고
속으로는 ‘잡아줘’를 외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네가 나를 잡아줬다.
너는 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앞으로 그 오빠와 연락 절대 안 하겠다. 말 해줘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싸워서 뭐 하겠어.
내가 화내서 뭐 하겠어.’
라는 생각으로 다시 너를 믿었다.
그날 밤 너와 같이 있다가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연락이 안 되는 너에게
전화를 해봐도 너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그리고 연락이 된 건 새벽 1시가 넘어서였다.
너에게 전화를 해서 물었다.
-“혹시 그 오빠랑 한 거야?”
A “알면서 왜 물어봐?”
-“통화목록 캡처해서 보내줘”
A “내가 보내줄 거 같아?”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서 그냥 전화 끊어버렸다.
다시 너에게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오지 않자 너에게 전화를 다시 걸었다.
-“왜 그러는거야??”
A “나 흔들리는거 같아. 그 오빠가 나 좋아한대”
-“그래서 내가 연락하지 말라고했잖아. 연락하지말아봐”
A “못하겠어. 계속 연락이 하고싶어져.”
-“안해봤잖아. 한번 해보고 생각해보자.
지금 만날 수 있어?”
A “아니 지금은 피곤해서 안될거같아”
눚은 시간이였지만 지금이라도 너를 찾아가
너의 마음이 변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다음날 오후에 너에게 연락이 왔다.
너는 우리 집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이렇게 말했다.
A “나 이제 준비하고 나가야 돼서
이따 아르바이트 가야 하니까 나갈때 연락할게.”
-“응 알았어. 나올 때 연락해줘”
나는 잠이오지않는 밤에 써두었던 편지를 들고
바로 너의 집으로 갔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에게 전화를 해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너의 가족들보다
먼저 그 오빠(B)한테 전화를 걸었다.
-“혹시 A이랑 같이 있어요?”
B “네 같이 있어요.”
-“다른 좋은 사람 만나세요.”
B “이미 좋은 사람 만났는데요.”
벌써 너의 남자친구가 되어있었던 거 같았다.
나한테 준비하고 나간다 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네가 나를 정말로 떠나갈까 초조했다.
입이 바싹 마르고 심장도 그 어떤 때보다 빨리 뛰었다
통화를 하고 너를 찾아갔다.
너의 집 근처 다리 밑에서 둘이 같이 있었다.
둘이 같있는걸 봤는데
이상하게 화가 나지도 짜증이 나지도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잘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변한 네가 믿기지도 않았고
너를 잡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도 컸다.
그리고 너의 옆에 있던 B가 말했다.
B “그동안 그쪽이 너무 잘해줘서 말하기 미안했다네요.
이제는 A와 당당하게 만나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바람 피우는 게 당당해요?”
B “바람 아닌데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너는 나에게 미안함을 표현하며 말했다.
나와 맞추었던 커플링도 끼고 있었다.
A “그동안 거짓말 많이 하면서 둘이 많이 만났어.
지금도 거짓말하고 둘이 만났잖아.”
-“응 알아.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해봐.”
A “내가 이러는데도 내가 좋아?”
-“응. 좋아”
A “나 같으면 그냥 욕하고 헤어졌을 텐데”
나는 아니었다.
너를 놓치기 싫었다.
한참을 우린 같은 말만 반복했다.
나는 널 설득하고 너는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네가 아르바이트 갈 시간이 다 돼서
나는 너에게 같이 가자고 했지만 너는 싫다고 했다.
그리고 너에게 “내일 만나자”라고 말했다.
“알았어”라는 대답을 들은 뒤 둘이 갔다.
너 옆에 있던 사람의 말이 들렸다.
“내일 또 만나?”
그리고 너와 B가 같이 가는 걸 지켜만 봤다.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편지도 너에게 주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받은 전단지처럼 버려질까 봐 주지 않았다.
오래돼서 순서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B가 했던 말은 기억이 난다.
“그쪽이 A를 중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거 아는데
A가 하자는 대로 해요.
A를 정말로 좋아한다면 A가 원하는 대로 해야죠.”
“A와 헤어지면 힘들 거 아는데
힘든 거는 혼자 견뎌내야죠”
친구를 만나서 정말 서럽게 울었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고
네가 “거짓말이었어”라고 말하길 빌었다.
나는 너의 아르바이트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너를 만났다.
너의 표정은 시큰둥했지만
난 네가 탄 버스를 따라탔다.
-“그냥 친한 오빠사이라면서. 널 여자로 보지 않는다면서.”
A “내 마음을 숨기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던 건가 봐.”
-“내가 싫어졌어?”
A “아니 . 그냥 내가 변한 거야.”
-“변하게 된 이유가 뭔데?”
A “원래 내 모습으로 돌아온 건가 봐.
그리고 너한테는 말을 잘 못하는데
B한테는 다 말할 수 있는 나를 발견했어”
-“그걸 나한테도 말해주면 안돼?.”
A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는걸.
그리고 너하고 B는 다른 매력이 있어.
그래서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되던 너와
다음날 저녁에 다시 만났다.
만나자마자 너와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손을 보니 커플링도 빠져있었다.
네가 말했다.
“어제까지는 정말 모르겠었는데
오늘 오빠와 만나보니까 알겠어.”
헤어지자는 말을 하겠다는 느낌이 왔다.
내게는 첫 이별이지만
너의 표정과 말투에서 다 느껴졌다.
-“생각해봤어?”
A “응. 이제 그만하자.”
우리가 맞췄던 커플링을 나에게 주면서 이야기했다.
솔직히 네가 나에게 돌아와 줄줄 알았다.
그만큼 널 믿었고 넌 누구에게나 착한 애였으니까.
내가 조금만 속상해하면
항상 나에게 달려와주던 너였으니까.
근데 나랑 헤어질 때는 눈물을 안 흘리더라.
그렇게 나 없이는 못 살 거 같았던 네가
나랑 헤어지는게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너를 보내줬다.
이 순간만큼은 눈물도 나지 않고
잡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네가 집으로 가는 버스 탈 때까지 기다려주면서까지
우리는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래도 프로필 사진하고 상태 메시지는 아직 나네”
A “이게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어.”
그렇게 너에게 배려를 받고 헤어졌다.
달이 떠있어도 후덥지근한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버스 타고 가는 널
끝까지 보고 손도 흔들어주었다.
너는 더 이상 날 보지도 손도 흔들어주지도 않았다.
나는 집에 가면서 너와 맞추었던 커플링을 처음으로 뺐다.
내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을
계속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습관과
비누에 커플링이 긁힐까
조심히 손을 닦는 내 습관은 며칠 동안 여전했다.
조그마한 반지가 하나 빠졌을 뿐인데
나에겐 손가락이 없어진 느낌이었다.
너의 프로필 사진과 배경, 상태 메시지가 지워졌다
이제 너에게서 나는 사라졌다.
그렇게 내게 너무 짧았던 나의 첫 연애가
이렇게 끝났다.
괜찮지 않았다.
그 어떤 기회조차도 나한테는 없었다.
네가 더 이상 내 여자도 아니다.
사랑의 끝은 그리움인가 보다.
아무도 없는 너의 집 앞에 꽃과 편지도 주고
아르바이트 끝날 때 찾아가서
이야기하자고 말을 해봐도 약속이 있다고 가버리고
어쩌다가 그 약속이 둘이 데이트하는 날이라서
둘이 데이트하러 가는 것도 봤다.
너는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너는 날 잊지 말라고 말해줬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널 만나는 동안 항상 내 머릿속에 너를 그리고 있었다.
그만큼 너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그 무엇보다도.
나는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연애 초기 때
“연인끼리 숨겨서 좋은 거 없어.”
“네가 내 욕을 해도 좋으니 할 말 있으면 다 해줘.”
라고 말한 적도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해도
너한테는 말하는 게 힘들었던 일이었나 보다.
너의 잘못이 아니다.
원래 너의 성격인 거다. 나도 그렇듯이
나는 아무리 슬픈걸 봐도 운 적은 없다.
감동적인 건 느낄 수 있는데 눈물은 나지 않는다.
네가 나한테 로봇이라고도 말한 적도 있다.
헤어지고 너에게 찾아가
“한번 안아주면 안 되지?”라고 물었을 때
너는 “내가 안아줄게.”라고 말하고 나를 안아주었다.
너의 품은 언제나 포근했다.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평소에는 네가 내 품에 쏙 들어왔지만
그때만큼은 내가 너의 품 안에 쏙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너의 품안에서 울던 도중 네가 한말도 기억한다.
“여보 울지 마.”
아마 무의식적으로 한말인 거 같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너와 했던 대화와 너와 찍은 사진들을 본다.
너와 찍은 수천 장의 사진과
사귀기 전부터 헤어지고 난 후 너와 했던 대화들이
이제는 그저 휴대폰 용량을 차지하는 것들이 되었다.
그래도 너와 지내왔던 행복했던 추억이다.
손쉽게 버튼 하나로 지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우리가 잘 만나고 있을 때
네가 “헤어지더라도 사진은 지우지 말아 줘.”
라고 부탁한 것도 있다.
내 손목시계가 다시 움직인다.
고장 나있던 내 손목시계를 수리받았다.
너랑 만나는 동안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마음에 고치지 않았다.
행복했던 시간이 끝나고 내 손목시계가 움직인다.
네가 학교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네가 아르바이트하는 곳까지 갈 일도 없어졌다.
이제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나는 나대로 흘러간다.
너와 사귀기 전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나는 너한테 최선을 다해서 사랑을 준 거 같고
나도 너한테 정말 큰 사랑을 받았고
너를 충분히 붙잡아도 봤다.
조금이라도 후회되는 건 네가 안아달라 하고
뽀뽀해달라 할 때 안아주고 뽀뽀해줄 걸 그랬다.
뭐가 그렇게 심술이 났는지 모르겠다.
내가 고백했을 때 “밀당하지 말아 줘.”
라고 말한 너의 부탁도 잘 들어준 거 같다.
너는 내 생일을 챙겨줬지만
나는 너의 생일을 챙겨주지 못했다.
안 했다는 표현이 더 좋을 거 같다.
너의 생일은 너 옆에 있는 사람이 챙겨줄 테니까.
내가 챙겨줘도 넌 아무렇지 않을 테니까.
웃는 모습을 못 볼 테니까.
둘만 쓰는 말투도 있다는 것과
내가 그 말투를 싫어하는 것도 너는 알고 있다.
나에게 그 말투를 여러 번 보내기도 했다.
내가 뭐라하면 너는 항상 오타라고 말했다.
누가 봐도 오타라고 보기 힘든 말투인데도 말이다.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
‘누구나 실수하면서 사는거지’ 하며 넘겼는데
횟수가 거듭될수록 그 오빠한테 보낸다는 걸
나한테 잘 못 보낸 거 같았다.
괜찮은척했다.
이제는 너한테 숨길 것도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네가 그 오빠와 카톡하고 문자 한 내용 다 봤다.
우선 미안하다.
너무 숨기길래 휴대폰을 오랫동안 봐왔었다.
그 오빠 번호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난 너를 믿었고
그 오빠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 만큼
생각이 있는 줄 알아서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몰래 보다가 갤러리를 본 적이 있다.
너와 내가 있는 사진들 사이로
그 오빠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은 너의 사진이 있었다.
네가 그 오빠랑 북서울 꿈의 숲 갔을 때
찍은 포즈랑 비슷해서
우리 학교에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우리가 같이 도시락도 먹고 자주 갔던 곳이라서
옷은 네가 오토바이를 탈 때 입고 싶어 하던
가죽 라이더 재킷이라서 알았다.
사진이 찍힌 시간을 봤다.
나한테 거짓말을 하거나 말없이 만났던 거 같다.
난 네가 말한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보고도 너한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말하게 되면 싸우게 될 거같았다.
내가 눈 한 번만 감으면
우린 싸울 필요도 네가 울 일도 없었다.
또 다시 괜찮은척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다 알고 있었는데
나도 내 스스로 속이고 있었나 보다.
이제는 너와 밥도 같이 먹지 못하고
너를 기다리지도 못한다.
나한테는 너를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설렘으로 다가왔다. 네가 생각날까봐 무섭다.
그동안 진심으로 고마웠다.
너를 만나는 동안 나도 너에게 상처 줬다.
나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것이
서툴렀던 나를 만나느라 수고 했다.
나만 잘하고 너만 잘하고 그런 연애는 아니었다.
둘 다 잘했다.
다만 시간에 따라 변함이 있었을 뿐이다.
내 사랑을 받아줘서 고맙다.
내게 사랑을 줘서 고맙다.
너를 만난 시간에 비해 너무 짧은 글이지만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거 같다.
학교에 치이고 아르바이트에 치이고
취업 준비에 치이면서 나를 만나느라 고생했다.
너무 아쉽다.
널 만나는 동안 내 전부는 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