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수술 성공시켰는데 오히려 욕 배 터지게 먹은 의사 센세..

환자단체나 무슨 의료소비자단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들의 요구는 매우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진실된 사과.

그것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내가 페이닥터 시절.

GB empyema(담낭농양)로

응급실로 내원한 70대 여자환자.

40도가 넘는 fever(열)에 WBC는 20000대

(정상 4000~10000),

platelet은 지금은 정확히 생각은 안나지만 매우 낮았다.

BP(혈압)도 떨어진다.

환자의 배를 보니 long midline incision scar

(정중선 절개상처)가 있었다.

“예전에 무슨 수술 하신거예요? “

“몰라요, 뭔 장이 안좋다고 해서 수술 했어요.”

할아버지(남편)가 말했다.

이 정도의 수술창 크기라면 분명히 복강내 유착은 심할 터..

복강경 수술은 불가능했다.

” 응급수술 하셔야 돼요.”

환자의 흉부 전면에 ecchymosis(반상출혈)

까지 나오는 상태에서 전원하거나

항생제를 쓰면서 기다려 볼 수도 없었다.

더구나 PTGBD(경피적 담낭배액술)을 해 줄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없을때였다.

할아버지에게 permission을 받고 응급수술.

80이 넘는 노인에게

급하게 설명을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할아버지, 자제분들 안 계세요?”

“있지.”

“지금 바로 좀 오시라고 해주세요.”

주섬주섬 효도폰을 꺼내어

더듬더듬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거는데

큰아들, 큰딸.. 전화를 안 받는다.

세번만에 받은 세번째 자녀.

받기는 했지만..

“지금 바로는 못 온다는데.. 애들 학원 데리러 가야된다고.. “

기가 막혔다.

“아니, 지금 어머니가 돌아가시게 생겼는데

학원 픽업 때문에 못 오신다구요? 그게 말이 돼요? “

“바쁘니까 그렇겠지..”

이해를 했는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할아버지의 싸인을 받고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말 해 뭘하랴..

유착을 피해 Rt. subcostal incision

(우측 늑골하 절개)로 들어갔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을 정도.

게다가 관절염으로 인해

오랫동안 steroid 약물을 먹어온지라

trunkal obesity(복부비만)도 장난이 아니었다.

어찌어찌 dissection(박리)을 해서 담낭을 노출시켰는데

이미 까맣게 썪어버린 담낭.

Calot’s triangle 등 주위 조직에

온통 edema(부종).

흐늘흐늘한 조직을 박리하다가

cystic artery(담낭동맥)이 터져서 잡느라 애먹었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수술은 없는 법.

3시간 넘게 수술을 하고

환자는 ICU(중환자실)로 갔다.

“힘들긴 했지만 수술은 잘 됐어요.

연세가 있고 원래 너무 심한 상태로 오셔서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어서

며칠간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하다가

좀 좋아지시면 일반 병실로 옮기실게요.”

할아버지에게 설명했다.

그때까지도 자식들은 오지 않았었다.

다행히도 나에게 있어

실력인지 운인지 환자는 잘 회복했다.

ICU로 회진을 가서 환자와 할아버지에게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음을 설명하고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겼다.

이럴 때만큼 외과의사가 된 것이 뿌듯할 때가 없다.

외과의사는 월급받을때가 뿌듯한게 아니라고..

제발 좀.

회진을 마치고 진료실로 돌아와 진료를 보던 중에

할아버지가 외래로 불쑥 들어온다.

“큰일 났어요, 큰일”

“피가 철철 나요. 빨리요 빨리..”

할아버지와 함께 병동으로 달려갔다.

2층외래에서 4층 병동까지 계단을 뛰어올라 가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금와서 cystic artery가 터진건가? 그럴리가 없는데..’

2층의 거리는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진다.

JP drain(배액관)이 fresh blood로

가득차 있을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뛰었다.

‘아.. 다시 열어야 하나? 그러면 엉망일텐데..’

6인실인 병실로 들어가자

간호사들이 죽 둘러 서있다.

“아.”

시뻘건 침대시트.

꽤 많이 젖어있기는 했다.

bleeding focus(출혈부위)는

iv line site(정맥 수액삽입 부위).

환자를 cart로 옮겨 침대위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액 연결부위가 떨어지면서

angioneedle과 수액라인이 분리되어

피가 나고 있는 것을 간호사가 모르고 그냥 갔던 것.

피가 흘러서 침대시트를 적시고야

할아버지가 발견하여 간호사에게 말하고

나에게 달려온 것이었다.

보기에는 엄청나 보이지만

젖은 정도로 봐서는 약 100 cc 정도의 실혈.

흔히 하는 말로

‘대세에 지장은 없는’ 정도.

“이 봐요, 이 봐.. 피가 이렇게나 많이..”

할아버지가 소리쳤다.

주위 다른 환자들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쳐다본다.

“잘못되는 거 아니여?”

의사나 간호사들이야 늘상 보는 것이고

100cc 정도의 실혈이

무슨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그만큼 시각적 효과를 불러오는 것이 없다.

“아니예요, 할아버지. 피가 좀 나기는 했지만

문제 생길 정도로 출혈이 있었던 것은 아니예요.”

“이렇게 뻘건데?

빈혈 생기겠어 ! 수혈해야 되는거 아니야?”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응급 CBC를 나갔다.

기억으론 Hb(헤모글로빈) 10이 조금 넘었던 것 같다.

완전히 정상 레벨은 아니지만

70 넘은 할머니의 Hb 수치로는 acceptable한 상태.

“괜찮아요, 출혈이 그리 많은게 아니어서

수혈까지는 안해도 돼요.”

“그래도..”

“죄송해요, 할아버지.

저희가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건데 미처 못봤나봐요,

죄송해요.

저희가 명백히 잘못한거니 제가 사과드릴게요.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테니 걱정 안하셔도 돼요.”

위험한 상태의 고령의 환자를 수술 잘 하고도

욕을 먹어야 한다는게 짜증이 났다.

station으로 돌아와서 간호사들을 혼냈다.

“좀 제대로 하자, 쫌..

지금부터 15분마다 바이탈 체크해서 보고해.”

revenge order를 내고 외래로 돌아왔다.

그거 조금 피 났다고

바이탈에 문제가 있을게 뭐가 있겠나?

그러나 오더는 오더다.

간호사들은 죽어나는거지 뭐.

문제는 그날 오후 늦게 일어났다.

외래로 딸 두명이 왔다.

처음 봤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전화를 했겠지..

뭐라고 했을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우리 엄마 어쩌실거예요?”

적의가 가득한 눈으로 쏘아보며 말한다.

“뭘요?”

“뭘요 라니요? 모르시고 있는 거예요? 설마?”

“환자분 피 나신거요?”

“예.”

“실혈이 그리 많았던 것도 아니고 피검사 해봐도

혈색소 수치가 나쁘지 않아서 괜찮으실텐데요”

“아니, 괜찮다니요?

엄마가 저렇게 힘이 하~나도 없으신데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우리 엄마 잘못되면 어떡하실거예요?”

“잘못되실 일 없습니다.”

“왜 장담하세요?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무슨 일이요?”

“그건 선생님이 더 잘 아시겠죠, 저희가 어떻게 알아요?”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하신거는 따님이시잖아요.

제가 한 말이 아니구요.”

“지금 저하고 말꼬리 잡으시겠다는 거예요?”

“나.. 참. 제가 무슨 말꼬리를 잡아요?”

“나참이라뇨? 지금 태도가 그렇잖아요, 태도가 !!”

딸이 언성을 높였다.

“……”

“이거 선생님이 책임지세요.”

“예, 그래요 그럼. 뭐에 대해서 책임을 질까요?”

“뭐에 대해서라뇨? 출혈된거 책임을 지셔야죠.”

“예, 그럼 수혈을 해 드리면 되겠어요?”

“어머, 수혈은 안해도 된다면서요?”

“예, 수혈까지 할 필요 없는데

보호자분께서 출혈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하시니

수혈을 해 드리면 되겠냐고 묻는겁니다.”

“그건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는 거구요.”

“그럼 어떤 책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나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자신들도 말하기 뻘쭘해 하는 말을

직.접. 듣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배상을 하셔야죠, 배상을..”

헛웃음이 나왔다.

“배상이요?”

“그럼요, 병원에서 환자에게 잘못해서

출혈이 그렇게나 많이 된거잖아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배상을 하셔야죠.”

“실혈 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수혈은 해 드리겠다니까요?”

“지금 출혈이 문제가 아니라구욧!”

“예? 지금까지 출혈이 문제라고 하셨지 않아요?”

” 아이.. 참.. 환자랑 보호자가 놀랬잖아욧!”

“..하”

“환자와 보호자가 놀래서 어떻게 됐으면 어쩔뻔 했냐구욧 !”

이쯤되면 예상을 뛰어넘는 어거지다.

“놀라서 어떻게 되는데요?”

“사람이 놀라면 쓰러질 수도 있고..

뭐.. 중풍이나 심장마비나

뭐.. 그런게 생길 수도 있잖아요.”

“여기 병원입니다.

그런게 발생하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그런 말이 아니잖아욧!”

또 화를 낸다.

뭘 바라는지 모르는게 아니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못돼서

보호자가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게 한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시나요?”

“그건 선생님이 먼저 말씀을 하셔야죠.”

“제가요? 저는 뭘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참 답답하시네..”

“저도 그러네요. 제가 뭘 했으면 좋을지 말씀하세요.

가능한거면 해 드릴게요.”

“돈으로 주시면 되죠.”

눈을 맞추지 않고 말한다.

‘오케이. 이제야 나오는구만..’

“아, 돈 얘기라면 제가 관여하는게 아니고

원무과에서 하는 거니까

원무과장을 만나서 얘기 하세요.”

“원무과장을 저희가 왜 만나요?

선생님이 잘못한거니 선생님이 만나셔야죠.”

“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간호사가 환자를 옮기다가 발생한 일이고

저는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었는데요.”

“어머, 그래도 선생님이 주치의니까

선생님이 다 책임을 지셔야 되는거 아니예요?

의사들이 이렇다니까 의사들은 다 똑같애.”

‘응, 그래.. 드디어 나왔구나.’

“할머니가 위독한 상태에서

조금만 지체해도 돌아가실 판에

응급실로 와서 혈액검사 수치도 굉장히 나쁘고,

예전에 수술하셨던 과거력 때문에 수술도 많이 힘들었고,

담낭은 썪어서 돌아가시기 일보직전인거를

겨우겨우 살려내고 중환자실에서 3일동안이나 있다가

이제 병동으로 옮기시기까지

전 한번도 따님들 뵌 적이 없어요.

수술전에 동의서 받을때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80넘은 양반한테

설명할 때 따님들은 어디에 계셨어요?

애들 학원 픽업해야 된다고

못오신다고 했던 따님은 누구세요?

따님이세요? 따님이세요? “

둘에게 손가락질 하면서 물었다.

“..”

“죽을 사람 살려 놓고 3일이 지나서도 병원에 안 오다가

그거 피 좀 났다 싶으니까

병원에서 뭐 좀 뜯어내려고는 오실 마음이 들던가요?”

“뜯어 내다뇻!”

“아, 시끄러워요!

부모님 위독하실땐 코빼기도 안보이다가

돈 좀 되겠다 싶으니까

이제야 병원에 나타난거잖아요!

우리가 뭐 이런 일 한두번 겪는 줄 알아요?

돈이요? 못 드립니다. 못 드려요.”

“어머, 어머.. 뻔뻔한 것 봐. 우리가 가만 있을 줄 알아요?”

“그래요, 어쩜 이렇게도 레파토리가 똑같은지..

고소하고 소송 거실거죠?

그럼, 그러세요, 소송거세요.

법정에서 뵙겠습니다. 나가세요.”

“뭐 이따위 병원이 다 있어 !!”

나가면서도 욕을 하면서 나가더라.

그러나 매번 process는 똑같다.

아~~무 일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