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6때 쯤
우리 아버지가 휴대폰을 한번 잃어버리셨음
근데 그 때 주운 사람이
전화번호부에서 할머니 번호를 보고 전화를 해서
아버지가 돈 때문에 죽게 생겼다고
500만원 입금하란식으로 보이스피싱을 했었대.
물론 할머니도 그 말 듣고
깜짝 놀라서 속아넘어갈뻔 했는데
마침 공 차고 집에 오신 아버지를 만났고
가벼운 헤프닝으로 넘어갔었다함.
근데 그 후로 아버지가
할머니가 너무 심하게 놀래신 걸 보고
또 휴대폰을 잃어버리게 된다 하더라도
전화번호부의 번호가 누구인지 모르게
전부 다 바꿔놓기 시작했대.
근데 이게 웃긴 게
보통 누군지 못알아보게 하려면
가족이고 친구고 상관없이
전부 다 실명으로 적어놓잖아?
근데 아버지는 이러면 자기가 헷갈린다고
자기가 부르는 별명+실명을 개조해서 적어놓으심..
예를 들어보자면
내가 중학생때 아버지 폰에 전화가 왔는데
‘만우을’ 이라고 적혀있었음
그래서 아버지한테
만우을이란 분한테서 전화왔다고 하니까
엄마니깐 내가 받으라는 거야.
그래서 전화 받고 난 뒤에
아버지한테 왜 만우을로 저장했는지 여쭤보니까
“그래야 휴대폰 잃어버려도
주운 사람이 니 엄마가 누군지 모르지”
하시면서 안 알려주시길래
엄마한테 따로 물어보니까
마누라 > 마눌 > 마누울 > 만우을
이렇게 계속 바꿔나간 거라고 하시더라.
그런 식으로 우리 할아버지는
아버지 > 안은지
우리 할머니는
어머니 > 엄연희
우리 삼촌은 아빠한테 불리는 별명이 ‘말코’인데
전화번호부에는 Marco 라고 적혀있음.
내 동생은 ‘딸램’에서 ‘진달래’로 바뀜.
이것도 물어보니까
처음엔 달래 였는데 뭔가 허전해서
앞에다 진을 넣었다고 하시더라.
또 우리 이모 중에 세례명이 본명이라
이름이 안드레아 인 이모가 있는데
그 이모는 안들희 라고 적혀있거든?
근데 또 나는 아들램에서 안들레로 바뀜.
근데 골 때리는건
아버지 전화번호부에 나랑 이모 자매로 등록되어 있음ㅋㅋ
아빠가 하는 말이
이렇게 해두면 사기꾼들이 사기 쳐야 되는데
안은지, 엄연희, 진달래, 안들희, 안들레
이런 이름 밖에 없으니깐
사기 절대 못 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지금은 세월이 좀 흐르면서
요즘은 잠금만 해놔도 된다고 했는데도
그냥 편하고 혹시 몰라서 그렇다면서
가족 뿐만이 아니라 친구나 지인 번호도
전부 다 바꿔놓으셨는데
지금은 전화 받을 때마다 아버지도 모르셔서
누구세요? 하고 꼭 물어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