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9명 있는 어떤 깡촌 회사에 사무직으로 가게 된 30살 무직 백수

내 나이 30살 되는동안

정상적인 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고

집에서 놀면서 나이만 먹었음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여기저기 취직 제대로 된 자리에 하려고

사람인에도 올리고 면접도 몇 번 봤는데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냐

아무것도 한 게 없냐고 면접 보는 족족 탈락.

그러다 한 회사에서 전화가 옴

회사가 광양에 있는데 내일 올 수 있냐고.

검색해보니 너무 멀어서 고민하다가

숙소제공이란 말에 걍 오케이 했다

그리고 어제 준비 깔끔히 하고

정장까지 깔끔한 걸로 입은 뒤

면접보러 광양까지 내려감

가는 길에 좀 헷갈려서 좀 늦었는데

내가 입 터는 기술은 있어서

긴장 약간 되는 속에서 어찌어찌 찍어준 주소 찾아감

근데 하..

사무실이 논밭있는 외지에 있는데

밭들 사이에 그냥 창고 하나 달랑 있더라

이게 회사라고?

면접 수십군데 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 봤음..

암튼 그냥 문 열고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일하다말고 멀뚱멀뚱 나 쳐다봄..

근대 패션이 전부

나시 아니면 허름한 반팔 입고 있음..

그거 보고 속으로

‘아 내가 여기 취업하면 쟤들 관리 하는건가?’

이러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나 여기 면접왔는데 대표님 어디 계시냐 물어보니까

그 중 한 5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아재가

“그런 소리 못 들었는디?” 하고

다시 지 할일 하더라

그래서 그냥 그 전화왔던 번호로 전화해보니까

면접하기로 한 사람이

지금 어디 출장가있다고

과장한테 자기가 전화해서 말해놓겠다 함

그리고 잠시후에

창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중

초록색 허름한 티 입은 사람이 전화 받더니

다짜고짜 나한테

“야 너 일로와바” 이러는거임

진짜 다짜고짜 반말이었음

그래서 일단 따라갔더니

“바닥에 있는 조그만 자재 주워서

저기 벽쪽에 있는 바구니에 종류별로 정리해놔”

이러는거임.

아니 그래서 내가

“아 저 여기 일하는 사람 아니구요 면접 왔습니다”

하니까

“내가 여기 과장이니까 일하러 왔으면 시키는거나 해”

라면서 딱 잘라 말하길래

하는 수없이 자재 정리하고

무슨 큰 바퀴같이 생긴 통에

케이블 감는 작업 계속 반복하고

내가 도착한게 1시 좀 넘어선데

오후 7시까지 그 짓을 계속 했음

그러다 7시에 밥 준다고 따라오라고 하는데

무슨 오토바이 탄 사람이

반찬통 싣고 배달 오더라고

호박무침에 숙주나물 무말랭이에

말라 비틀어진 생선 줌.

그거 다 먹고 이제 퇴근하나 싶었는데

또 따라오라 한 다음에 계속 일 시킴

아무말 없이 일하다가

한 9시 반쯤 너무 힘들어서 처음 질문함

“이거 몇시 퇴근인가요?” 물어보니까

“일하러 와서 그런 쓸데없는 질문 하는거 아니다

기본이 안 되어있네”

이따구로 말을 함

그리고 옆에 있던 아재가

“여긴 분량이 다 끝나야 퇴근이다

몇 시 퇴근 정해진 거 없다”고 함.

결국 11시 좀 지나서 퇴근..

그래도 숙소는 좀 괜찮겠지 했는데

그냥 창고 옆에 컨테이너 박스였음.

안에 들어가보니

이층침대 4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참고로 난방이랑 냉방도 안 됨.

이딴곳에서 어떻게 자라는거지 싶어서 걱정했는데

건물 밖 세면장에서 세수하고 누우니까

1초만에 바로 잠들더라

그리고 6시에 기상해서 아침밥 주는데

무슨 6.25도 아니고

찐감자랑 찐고구마를 줌

그거 먹고 또 한 10시까지 개처럼 일하니까

대표라는 사람이 드디어 얼굴을 비춤

그러면서 “야 새로운 애냐?” 하면서 말 거는데

전화로는 존댓말 했으면서 다짜고짜 반말함

“여기 분위기 어때? 괜찮지?”

“우리들은 가족보다 더 끈끈해~” 이럼.

그래서 내가 여기 정확히 무슨일 하는데냐 물어보니까

뭐 케이블이나 기기관련 부품 들어오면

연결하고 정리해서 납품하는거라고 함.

전화로 사무직이라 하시지 않았냐 하니까

“뭐 가끔 사무도 보니까 사무직 맞지” 이럼.

그리고 탑차에 뭐 나르라고 시키고

계속 말도 없이 노동만 계속 함

점심?

사골 끓이는 큰냄비 꺼내오길래

와 드디어 진한 사골 한 그릇 같은거 주는건가 했더니

삼양라면 끓여서 그거 먹으라고 줌

그나마 냉동 오징어 몇마리 넣어주던데

그거 먹으면서 대표놈 하는말이

“신입 들어왔으니 푸짐하게 준비한거다”

라면서 나보고 생색내고

“니가 이 회사에서 5년만 참고 개같이 일하면

이 회사에서 니가 중요한 사람이 돼있을거야”

라고 하는데

무슨 대표 포함 전체 사원이 9명인데

중요한 사람 돼서 뭐함?

거기다가 외노자 두명은

과장한테 발로 차이고 주먹질 당하면서 일하더라..

당장 추노하고 싶은데

여기가 논밭 오지라서

택시 불러도 안온다고 하고

근처에 아무것도 없어서 어케하지 고민하다가

저녁에 납품 나간다고 그러는거임

그 말 듣자마자

“제가 따라갔다 오면 안됩니까?

이 회사에서 꼭 성공하고 싶습니다”

하면서 자원하니까

대표랑 과장이

“아 이새키 아주 빠이팅 넘치고 크게 될 인물이네”

이러면서

괜찮은 놈이라고 껄껄대면서 허락함

그래서 탑차 조수석에 타고 나가는 길에

건널목 쪽에서 잠깐 신호대기 하면서 폰보고 있길래

오른손으로 문 열면서

왼손으론 자동차키 뽑아서 뛰어내린 다음

자동차 키 날려버리고

도로 옆 밭으로 진짜 미친듯이 뜀

그랬더니 기사가 쌍욕하면서

“야이 미12@친새기야 차 키 줘!!!!!!!!”

하면서 쫓아오는데

진짜 전속력으로 한참을 뛰다 돌아보니까

기사놈 차키 찾았는지 탑차랑 사라졌더라

진짜 아무리 걸어도 아무것도 안나오다가

1시간 넘게 걸었나

부숴지기 직전인 주유소 하나 보이길래

가서 물 한잔 얻어먹고

진짜 지나가는 차마다 사정사정해서

얻어타고 간신히 터미널까지 도착해서 추노 성공..

자고 일어나니까 부재중 4통 왔던데

그냥 다 무시했음

웬만하면 시골에 있는 ㅈ소기업은

무서워서 못가겠다..

니네도 일자리 찾아볼때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