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생긴 동생이랑 닮고 싶어서 성형까지 했는데 실패했다는 언니

동생이 굉장히 이쁘게 생겼습니다.

부모님 좋은 곳만 닮아,

어릴때나 지금이나 꾸미는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대충 입고 화장을 안하는 편인데도

번호 자주 따이고,

학창시절 동생 보려고 남학생들이 교실 찾아오고

심지어 대학가서도 타대 학생들이

동생보려고 찾아올정도로 고급스럽게 생겼습니다.

저도 예쁜 동생이 자랑스러워요.

근데 동생은 그런데 언니는 왜 그러냐는 말들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제가 짝사랑 하는 남자애가

동생을 좋아하던 기억만 3번 있었고,

동생한테 고백하려고 저희 집에 찾아온 남학생이

제 얼굴을 보고는 저랑 동생이랑 너무 안닮아서

동생이 성형수술했다는 헛소문이 돌아

동생이 울면서 학교다녔던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그 소문이 진정되고 나서 사람들이 하는 소리가,

왜 쟤네 언니는 성형을 안하냐고

심지어 동생 친구 어머님이

저희 어머님한테 훈수까지 두기도 했습니다.

저는 어린시절부터 치마, 드레스 이런 옷들을 좋아하고

동생은 바지를 좋아했는데

둘이 옷을 바꿔입으라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은 안그러시긴 했지만

은연중에 제가 못생겼다는것은 인정하셨고요.

이렇듯 저는 객관적으로도 정말 못생겨서

어린시절부터 외모 콤플렉스가 극에 달했습니다.

제가 노는 애가 아니었음에도

일찍부터 화장하고

조금이라도 단점가리고 예뻐보이려고 애쓰고,

덕분에 화장기술이 성형급으로 늘어서

첫남자친구의 경우

제가 화장 지우면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어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때부터

얼굴 성형 수술 및 시술을 자주해서

성형미인 급은 되었고,

이제는 동생이랑 닮았다는 말도 자주 들어요.

가끔씩 동생친구들이 비록 화장한 얼굴이어도

언니가 더 이쁘다는 식으로 말하면

쾌감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동생보다 이쁘다, 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제야 동생이랑 닮아보여서요.

성형을 못했던 학창시절의 경우에는

공부라도 더 잘하려고 애썼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지만

동생을 의식한 탓도 컸습니다.

동생을 미워한적은 없지만, 솔직히 부러웠어요.

일찍부터 착하다, 공부잘한다 등

남들에게만 보이는 사회적가면을 써야만

호감을 얻는 저와 달리

동생은 아무리 막 굴어도 친구가 잘 생기더라고요.

그나마 대학을 가고난 후에는

동생에 대한 열등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나름 명문대가고 성형으로 자신감도 얻고,

또 동생이 착해서 언니로서

못난 모습 보이기싫어서 그랬습니다.

근데 얼마전에 열등감이 다시 생겼습니다.

제가 상대방 측의 후려치기 및 막말로

파혼한 지 얼마 안되었는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동생이 저한테 지금 남자친구랑

결혼한다는 사실을 말하기 어려웠나봐요.

동생과 엄마가 대화하는 걸 제가 우연히 듣고 알았어요.

동생이 엥간한거는 저한테 제일 먼저 말하는편인데

숨겼다는 사실이 섭섭했지만 이해했습니다.

근데 동생 남자친구의 스펙과 집안이..

진짜 좋더라고요.

동생도 남자친구 스펙보고 만난게 아니었고

몰랐다가 결혼 얘기가 나오니 이번에 안거긴 한데

동생 남친 부모님이

준재벌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더라고요.

동생 남친 스펙 좋은 것은 진작에 알고 있긴 했지만

저정도인지 몰랐어요.

동생 남친의 경우 부모 도움 없이

혼자힘으로 자수성가 한줄 알았는데

그냥 부모님이 쿨하게 자식을 독립적으로 키운 것일 뿐

도움은 얼마든지 바로 주실 수 있는 위치더라고요.

가장 부러운 부분이,

원래 그분들이 자식들 결혼에 한푼도 안주려고 하시다

제 동생이 너무 예뻐하셔서 결혼 밀어붙이려고

인서울 40평대 아파트를

아들 부부 공동 명의로 해주신다고 하네요.

정작 제 동생은 그분들께 딱히 뭐 한게 없거든요.

특히 그쪽 어머님이 저희 엄마를 우연히 뵌 적 있는데

동생이 너무너무 예쁘다고,

얼굴도 얼굴이지만

자기 아들이랑 결혼시키기 아깝다고 칭찬하시더래요.

그리고 저희 측도 그런집에서

동생에게 왜 저렇게 잘해주냐고 의문 품을 정도에요.

솔직히 동생의 스펙이

동생 남자친구에 비해 그리 뛰어나진 않습니다.

지방대 예체능 학과 나와서

지금 자기 전공분야 입시학원 강사하고 있어요.

저말 들으니 제가 파혼한거 기억나서 혼자 울었어요.

저는 스펙은 저랑 비슷하지만

후려치기 및 막말

매번 하대하는 듯한 행동은 기본이고

집안도 저희집보다 기우는 남자 만났었는데

그쪽 집에서 저를

자기 아들보다 모자라단 식으로 얘기하는데도

전남친도 딱히 이를 막아주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알았는데

제가 자기 아들 무시할까봐 그랬다고 합니다.

막판에 전남친이랑 크게 싸우고 이별했는데

그때 전남친이 저한테 그랬어요,

니가 이정도 스펙 안쌓고 성형 안했으면

자기 만날수 있었겠냐고.

그때만해도 저말이 상처보다는

마음 굳히는 용도로 쓰여서 크게 신경 안쓰였는데

동생 결혼과정 보니까 다시 떠오르네요.

어제는 동생커플 상견례했는데

양가 부모님 사이에 덕담이 오고가더라고요.

저 상견례 할때는 견제와 눈치와 비난만 가득한 자리였고

끝내 고성이 오갔는데

특히 저희 아빠가

전남친 부모한테 버럭버럭한 뒤 집에 와서 우셨는데,

그걸 떠올리니 밥이 안넘어갔어요.

그걸 보시더니 동생 예비 시어머니께서

사돈 처녀 어디 아프냐고

본인들이 더 맛있는데 예약할거 그랬다고 하시는데,

순간 숨이 탁 막혔어요.

전남친 아버지는 상견례 때

밥먹다 대뜸 여기가 싸더라고, 하셨거든요.

동생 잘못 아닌거 알아요.

제가 속좁고 컴플렉스 덩어리인거 잘 알아요.

동생의 행복 언니로서 빌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싫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