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초딩 2학년때부터
중학생때까지 아토피를 앓았었는데,
부모들 마음 다 똑같겠지만
울엄마도 부던히도 노력했었음
안가본 병원이란곳은 없었고
당시 부산에 살았는데
경남지역에 있는 한의원 중에
아토피 잘 고친다고 소문난 곳은
안 가본 찾는게 빠를 정도로 거의 다 가봄.
그러다 한곳에서
찜질방을 보내라고 처방해준 곳이 있었음
그래서 부모님이 하시던 치킨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목욕탕 겸 찜질방에 회원권을 끊고
학교 마치면 학원도 안가고 찜질방을 갔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 꽤 오래 다녔음)
부모님은 치킨집 하시느라 바빠서
나 혼자만 찜질방 가고
가끔 아빠가 오토바이 타고 들락날락 하시면서
잘 있는지만 보고가심
올때갈때 안 바쁘시면 태워주기도 하셨고
바쁘면 걸어가는거고.
근데 사우나가 알다시피
조폭 형님들이 자주 들락날락 하시잖아.
그 아저씨랑도 오가다가 자주 마주쳤는데
저학년 초딩 하나가
부모님이랑 같이 오는 것도 아니고
목욕탕을 혼자 왔다갔다 하니 신기했나봐
어느날 이것저것 막 물어보시더라고
근데 그때는 조폭 영화를 볼 나이도 아니었고
조폭마누라 같은거나 광고에서 몇번 본게 다니까
몸에 그림 있다고 조폭일거라고는 생각 자체를 못했음.
그냥 조폭이 뭔질 몰랐다고 보는게 맞겠네.
일단 그 아저씨가 얼굴도 안 무섭게 생기기도 했고
(항상 스포츠머리였음. 한 30대 초중반?
인상은 엄청 순하게 생기셨었음.)
내가 그때 그림 그리는걸 좋아해서
막 장래희망 얘기도 하고
아저씨는 장래희망이 뭐냐고 물어보고
그 아저씨랑 웃고 떠들면서
오만 tmi를 다 떠들었음
나중에는 자기 등에 있는 문신
더 멋지게 그려볼래? 라고 하셔서
담날 매직 들고와서 문신도 그려줬는데
유성매직이라
아저씨가 다 지울 때까지 집 못간다고 그런 적도 있음.
목욕탕 청소 하시던 아저씨도
원래는 그림 그리는거 좋아하셨다고 하셔서
셋이서 그림 그리기 대결도 했었음.
그렇게 계속 친해지니까
나보고 아저씨라 부르지말고
앞으로는 형님이라 부르라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다른 아저씨들처럼
안녕하세요 형님 반갑습니다 형님
이렇게 대충 따라불렀음.
같은 조폭 분들도
자주 목욕탕에 오셨는데
나는 모르는데 그분들은 나를 알아보기도 했음.
뜨뜻한 물에 몸담고 있었는데
어떤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가 오더니
나 혼자 있는거 알아보시고
“아 니가 OO이 동생이가” 하면서 웃으시던데
다른 사람들은 아저씨한테 깍듯이 했는데
이 험상궂은 아저씨는 OO이라고 하는거 보니까
내 생각에는 그 분이 더 센 사람이거나
친구 같아 보였음.
그러면서 집 가기 전에 밥 먹고 가자고
짜장면도 몇 번 얻어먹었고
하루는 나를 집까지 태워준다고 하셔서
겁도 없이 차에 탔지.
(아는 얼굴이니까)
차 종은 기억 안나는데
빤딱거리는 검은색 승용차였던 걸로 기억함.
그러고 치킨집 앞에 도착하니
아빠가 갑자기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나오더라고
그러고는 나는 치킨집 안에 앉아있고
둘이서 무슨 무슨 얘기를 하던데
크고 나서 아빠랑 술 한잔하면서
그 때 무슨 얘기 했냐고 물어보니까
아빠는 처음 보자마자 조폭인 걸 알았대.
나이도 젊은데
양복에 금 목걸이 차고
빤딱거리는 비싼 차 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별말은 아니고
“데려다 주신 건 감사한데
앞으로는 저희가 데려오겠습니다”
라고 말하셨다고 하더라고.
아빠 피셜 그때 살짝 쫄았다고 하시더라.
그 뒤로도 목욕탕에서 자주 보긴 했었는데
중학교 들어가고 나서는
학원 다녀야해서 목욕탕을 한번도 못갔음
그러다 학교에서 학폭 당할때
울면서 집에 걸어가고 있다가
이 아저씨랑 길에서 마주쳤는데
왜 울고 있냐 물어봐서 싹 다 말해줬더니
담날 학교 마칠 때 쯤에
아저씨랑 다른 아저씨 한명 와서
포스만으로도 걔 오줌 지리게 혼내고
형님이 삼촌이라고 말해뒀으니까 걱정말라고
이런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명함 줬는데
그 명함 잃어버려서 연락처를 찾을 수가 없음.
그 뒤로 괴롭힘 당한적 없기도 하고.
크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진짜 겁도 없었던 것 같음.
근데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주작인 줄 알아서 좀 억울하긴 해.
부산 해운대에 있는 목욕탕이었는데
지금은 이름 바뀐 것 같더라.
나는 조폭이라고 너무 안 좋게는 생각 안함..
좋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