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마음으로 소개팅 나갔다가 경찰서에 다녀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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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어디서 만나서 어떻게 결혼하시는건가요..?

멀쩡한 남자들은 벌써 다 유부남이란게 사실일까요?

어제 살면서 첫 소개팅 하고 왔는데

충격 받고 몸 안 좋다고 회사에 연차냈어요..

소개를 해준 사람은

어제부터 자꾸 연락와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제 그 사람도 안 보고 살려구요..

주선자도 내 인생에 없던 사람으로요..

어제 폭염경보가 내린 오후 1시 쯤

카페도 아니고

지하철 4번출구에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너무 더워서

옆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있으려고 카톡을 드렸죠

근데 자기가 맛있는 식당을 알아뒀다면서

음료 마시면 배불러서 못 드실 거 같다고

절대 가지말랍니다..

어제 너무 더웠잖아요;?

결국 주변 편의점에 들어가서

살거 없나 이거저거 보고 있었어요..

근데 정말 너무 더운데

이분이 계속 안 오시는 거예요

편의점에 10분정도 있는데 너무 눈치보이니까

필요도 없는 보조배터리 사서

핸드폰 충전하는척 했어요.

약속시간도 이미 30분이나 늦었고

나보고 카페도 가지말라며 전화도 안 받고

카톡으로는 다왔다 무한반복.

그때 가버려야 했었는데..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계속 그 사람을 기다렸을까요..?

그래서 주선자한테

이사람 지금 30분째 안오고 있다고

카톡만 하고 전화는 안 받는데

나 바람 맞은거 아니냐 말하니까

그 사람한테 칼같이 전화오더니

둘 사이 일을 왜 이르고 다니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럼 왜 제 전화는 안 받았냐는 말에

첫목소리는 만나서 들려주고 싶었다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어요

지금 제가 글을 굉장히 차분하게 쓰고 있지만

저는 원래 입도 험하고

빈정거림도 수준급인 사람입니다.

진짜 쌍욕이 저절로 나오고

이미 표정도 굳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오후 1시 45분.

약속시간 45분을 넘기고 온 그 사람은

정말로 가관이였는데,

이 날씨에 깜장 정장을 입고

더워서 재킷은 손어깨로 뒤로 넘겨놓고

넥타이를 풀다 말았고

진짜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어요

더워서 그런거면 이해할수 있죠

그러면서 저한테

아니 이런데서 보자고하면 어떡하냐

진짜 더워죽겠네 하더니

대뜸 일단 밥 먹으면서 얘기하죠 하고

먼저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속으로 내가 언제 너랑 밥먹겠대..? 생각했어요.

약속장소 둘이 얘기해서 정했고

뭐 제가 태양신이라서 널 쪄죽이겠다 한것도 아닌데;

이미 마음에 설렘 따위는 사라지고

이거 먹고 택시타고 집에가서

에어컨 틀고 낮잠 자야지 하는 생각뿐

그렇게 도착한 식당은 낙지볶음식당.

이곳이 최고라며

여기서 한번 먹으면 다른데 못간다는 헛소리까지

아 이 사람은 나를 배려해줄 마음이 없으며

왜 늦었는지 설명하거나

늦은걸로 나한테 사과할 마음이 전혀 없구나

하는걸 깨달았죠

두번 볼 사이 아니니까 이제 체념이 됐어요

저런놈은 만나는게 아니다

배가 고프다고 똥을 먹진 않잖아요..?

아무튼 저한테

자기가 주선자한테 소개시켜달라고 졸랐다

아까 소리질러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그거말고 늦어서 미안한건 없어요? 하니까

하 진짜 그게 사정이 있었거든요 하면서

저한테 주절주절 설명을 하는데

무슨 중고딩 남자애들도 아니고

말끝마다 ㅅㅂㅅㅂ

정확하겐 쒸빠 그쒜끼 진쭈ㅏ

이런 느낌이였어요

저희 오늘 처음 본 사이 맞구요.

결국 내용은 어제 술먹고 늦잠 잤다는 얘긴데

그냥 죄송해요

제가 어제 술먹고 늦잠을 좀 잤어요 하면 되잖아요?

무슨 “영철이 새끼가 형 없음 안된다고

매달려서 갔더니 씨뽜 순 꼬추뿐이고 쒸빠

제가 그래서 이빨을 좀 털어서

거기 여자들 막” 이러는데

이새끼 건달인가? 하는 생각뿐

웃지도 않고 찡그리지도 않고 그냥 무표정 하니까

저보고 시크한 매력이 있다면서

그런것도 좋은데

자기는 오빠야~ 하면서 애교 부리는 여자가 좋다고.

그래서 저는 그런 애교 부리는 사람이 아닌데

다른 분 만나셔야겠다 하니까

어버버 하더니 제가 말을 하다보니까 좀 흥분해서..

예쁜 여자 앞에서는 말이 막 나온다고 죄송하다는데

이미 기분 다 상했고 진짜 짜증만 나는 거예요

셀기꾼 셀기꾼 말만 들었지

어떻게 포샵하면 저 훈제 타조알 같이 생긴놈이

빚다만 정우성처럼 나오게 하는지

저 기술 살려서 사기치면

진짜 절대 못잡겠다 싶고

제 키가 172인데 주선자 말로는 분명 186이라더니

암만봐도 커봤자 178?

절대 180 안될거 같은 키와 정장..

저렇게 입고 있을거면 도대체 왜 정장 입고 온거냐고요..

저보고 얼른 먹어보라고

이게 여름철 보양식이라는데

제가 천천히 먹을게요 먼저 드세요 하니까

아~ 먼저 드셔보셔야 얼마나 매운지 제가 알죠

아 안 속으시네~ 이거 진짜 매운데

이러면서 혼자 막 웃는데

도대체 어디가 웃음포인트인지 모르겠어서

재밌으신가봐요? 하니까

자기가 원래 장난끼가 많대요

아 진짜 답이 없구나 싶은데 갑자기

이모~ 여기 처음처럼 한병 카스 두병! 이러는데

하..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나

자기는 어색한 자리에선 술을 마셔야한다고

우리 친해지자고 술잔을 주는데

어처구니 없는 와중에 소맥 말고 있고

저 술 안 먹는데요.. 하니까

아이 잔이라도 받아두세요 하는데

그와중에 또 짠 하재서 짠 해줬더니

첫잔은 원샷! 이러면서 원샷하고..

속으로 진짜 답도 없는 새끼네 하는데

저보고 술 안 먹었다면서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 이러는데

아 진짜 오늘 하루 똥같구나 싶어서

그냥 일어났습니다.

죄송한데 우리 진짜 인연도 아니고

진짜 안 맞는 것 같다니까

진짜 무슨 영화대사처럼

앗차-! 제가 실수를 했네요

죄송합니다 앉으시죠 하는데

진짜 이쯤 되니까

이새끼 왜 이러는거지 싶었어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은 생각도 했고

이 기회에 참회해서 새사람 되어야겠단 생각도 했고

제 잔 가져가서 또 원샷하더니

나중에는 완전히 맛가서

혀 꼬이고 헛소리 던지고 실실웃고

자기가 보는 눈 진짜 높다면서

내가 월 500벌면 집에만 있을거예요?

솔직히 이른 나이도 아니고

너무 조건 따지지마세요

여자는 일찍 시집가는게 이기는거라니까?

이러면서 계속 헛소리 하는데

제가 많이 취한거 같으니까 일어나세요 했더니

자기 하나도 안 취했다면서

구구단 9단을 거꾸로 외우기 시작..

그것도 엄청 큰 목소리로..

그냥 도망 나오고 싶어서

5만원짜리 하나 꺼내서

이걸로 밥값하고 집에 가세요

전 가보겠습니다 하니까

그 돈 제 손에 쥐어주더니

저 그런놈 아닙니다!

이렇게 아주 씩씩하게 소리지르더니

카드로 계산하고 먼저 나갔어요

그대로 가버렸으면 좋겠다 싶어서 전 앉아있었죠

그랬더니 가게 밖 유리벽 너머로

얼굴 들이대고 저 있나없나 찾는거예요

얼마나 술이 취한건지

문열고 들어올 생각도 못하고

식당 이모님이

아이고 저 대낮에 저렇게 취했냐면서

저보고 저 남자 데리고 가야지 하는데

처음본 사람이예요 하니까

아이고 미친놈이구나

그냥 경찰 불러라 취객이 영업방해 한다고

경찰분들 오셔서 붙들고 가는데도

계속 소리지르고..

계속 저를 찾아야 된다면서

절 잃어버렸다고 막 어디계세요

미아되면 안돼요 이러면서 경찰차 타고 가는데

하 머리가 다 아프고..

그러고 집에 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길래

받아야되나 말아야되나 하다가 받았어요

경찰아저씨 전화였습니다.

ooo씨 맞으시냐길래 맞다니까

지금 어디냐길래 택시 안이라고 했더니

택시 차 넘버를 부르라는거예요

그래서 불렀더니

택시 아저씨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저를 쳐다보시고

저 역시 당황스러워서

떨리는 목소리로 통화를 계속 했죠..

제가 그사람 지갑을 훔쳐서 달아났다고

신고가 접수됐대요.

네.. 도둑년이 된 것입니다.

이것도 진짜 너무 답답한게

어차피 취객 말이라 무시하면 그만인걸

신고로 접수되면 수사를 해야된다길래

아까 그 낙지식당 근처 파출소로 가면 되나요 하니까

거기말고 좀 더 내려오면 파출소가 있다고

거기로 오라길래 택시 돌려서 갔어요..

갔더니 그 사람 의자에 누워서 자고 있구요

경찰분이 무슨일로 오셨냐길래

저 사람이 저 신고해서 왔다니까 앉아보래요

뭐 묻는말에 대답하고 있는데

내가 뭘하고 있는건지 싶고

저 사람 주머니에 지갑 없냐니까

자기들이 찾아봤는데 지갑은 없고

ooo씨 이름과 전화번호 보여주면서

이 사람이 가져간거 같다고 했다고 하는데

슬슬 짜증이 났어요

그렇게 한 30분을 앉아있는데

그 사람이 비식비식 일어나더니

자기가 얼마나 찾은 줄 아냐고 하길래

저보고 지갑 훔쳐갔다면서요? 하니까

oo씨 없어졌는데도 경찰들이 안 찾아주니까

경찰 일이 도둑 잡는거니까

oo씨 도둑이라고 했더니 찾아주잖아요..

이러는데

경찰분이 허위신고 쓰고

뭐 몇가지 적어달라고 하셔서 적었구요..

경찰분들이 저한테 취객말이라도

신고는 신고라서.. 죄송합니다 하는데

진짜 뭐라고 말을 해야될지..

그 사람이 자꾸 저랑 있어야 된다면서

저보고 가지말라고해서

주선자한테 알알서 주워가라 전화하고 집에 갔어요..

이게 제가 어제 오후 1시부터

오후 4시까지 겪은 일입니다.

제가 살면서 소개팅이 처음이었는데

첫경험이 너무 강렬해서 두번은 절대 싫네요..

이런거 흔한 일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