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살려달라고 애원한 동물원 알바생

2009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1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원숭이 같은 동물만 보면

그때가 생각나서 오줌 지리고 그런다..

당시 전역을 앞둔 말년 시절.

밖에 나가면 뭐할지 막막해서

소대원들한테 알바 뭐할지 추천을 받고 있었는데

대충 편의점, 당구장, 피시방 3대 알바를 시작으로

수많은 알바리스트가 나오다가

위병소 근무 마치고 온 일병 녀석이 들어오더니

“동물원 알바 어떻습니까!?

초식동물들 완전 귀엽습니다!”

라고 하였는데,

진짜 딱 내가 원하던 알바였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바로

이력서를 들고 서울에 있는 동물원에 찾아갔다.

가서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일주일 이내로 연락 준다했고

그렇게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가 전화가 와서

내일부터 당장 출근할 수 있냐는 말에

아이고!! 당연히 가야죠!!! 라고 했다.

그렇게 그날밤..

나는 양들에게 파묻혀

하모니카를 부르는 달콤한 꿈을 꾸며 잠에 들었다.

다음날, 간단한 짐을 챙기고

약속시간에 동물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동물원 소장님이 날 반기셨고

군생활을 시작으로

대화가 오가면서 나의 신상정보를 파악하셨다.

그렇게 30분정도 지났나?

내 사수라는 사람이 들어왔는데

뭔 고릴라 한마리가 탈출한 줄 알았다.

덩치 ㅈㄴ 크더라..

그리곤 기선제압하듯 5초간 나를 쳐다보더니

“따라와”

“ㄴ..넵!!!!!”

그렇게 가는 길에 사수랑 간단히 통성명을 하는데

생각보다 말이 잘 통하더라.

나이도 나보다 한살 위고

생긴거랑 다르게 엄청 착했다.

그나저나 내가 할일이 뭔지 몹시 궁금했고

‘아니 근데 ㅅ바 난 어디서 일하는거지?’

‘포근한 양떼 목장일까?’

‘아니면 사나운 맹수들이 있는 사파리일까?’

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는 ㅅ발 둘다 아니고

웬 원숭이들이 나를 반기고 있더라

순간 나는 멈칫했다.

내가 생각했던 동물원 생활이랑 많이 어긋났고

원숭이들이 매우 크고 사나워보였다.

그러다 사수가 맨꼭대기에 앉아있는 놈을 가르키더니

저 놈이 원숭이들 대장이라고 알려주더라..

그때 대장 원숭이가 쳐다보면서 씨익 웃는데

오싹해서 나도 모르게 눈 깔았다..

아무튼 나는 사수한테서

원숭이들 서열과 먹이준비, 규칙들을 배웠고

그 후로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사수와 같이 일을 했다.

그렇게 두달 정도가 지났나?

기억하기 싫은 끔찍한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사수가 휴가를 냈다.

집에 일이 있어서 7일정도 휴가를 가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수가 없는 동안

나는 다른 고참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근데 이 ㅅ발 고참놈이 짬이 차서 그런지

지가 할 일도 나한테 다 시키고 도망가더라.

진짜 3일정도 일하다가 너무 빡치고 ㅈ같아서

혼자 담배 피면서 고참놈 욕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때 맞은편에서 그 고참놈이 뛰어오더라.

ㅆ바 순간 내가 뒷담 깐거 들었나 하고 쫄아있는데

근데 나보고 비상이라면서

급하게 원숭이 우리로 데리고 가더라.

갔더니 원숭이들이 우끼끼끼 캬아아악! 거리는데

뭔 일인가 하고 보니까

원숭이들이 서열정리 하려고 싸우는거 같더라.

원숭이들끼리 싸워봤자 얼마나 싸우겠냐 할텐데

실제로 보면 진짜 개무섭다.

니들 원숭이 무시하지마라.

파운딩은 기본이고

머리채 끌고가서 벽에 몰아놓고 공격하는데

몇몇 사람들은 불행한 학창시절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결국 마취총으로 제압하고

다친 원숭이랑 공격한 원숭이를 따로 격리시켰다.

그렇게 망할 놈의 고참놈 일도 내가 하고

격리된 원숭이들 밥 주는것도 추가로 하게 되고

하..진짜 사수놈이 보고싶어지더라..

아무튼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사수놈이 복귀하기 하루 전 날이 되었다.

그날도 격리된 원숭이놈 먹이 주고 있었는데

공격한 원숭이 쪽에 먹이줄 때마다

나도 때리면 어쩌지? 라는 생각 때문에 쫄아있었고

솔직히 싸우면 이길 자신 없었다..

근데 이새끼가 오늘따라

구석에 쥐죽은듯이 가만히 있길래

새끼~ 그래도 반성은 할줄 아나보네 하고

안심하고 뒤돌아 나가는데

뒷통수에 똥 같은게 날아와서 돌아봤더니

원숭이 이새끼가 나한테 펀치를 날리더라;;

진짜 눈앞에 별이 보이는데

진짜 광대뼈가 무너지는 기분이었음..

근데 한대만 때리는게 아니라

눕혀놓고 파운딩을 하는데

진짜 이러다가 뒤질 것 같애서

나도 모르게 원숭이한테 살려달라고 애원까지 했음.

다행히도 지나가던 직원이 발견하고

마취총을 쏴서 살았는데..

난 그자리에서 그대로 기절했다..

전치 3주 나오고 입원했는데

안전사고 일어나서 고참놈은 소장한테 끌려가

쿠사리 먹고 감봉까지 당했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는 문병온 동물원 윗대가리한테

초식동물 쪽에서 일하고 싶다고

“초쉭동ㅁ물 쪽에서 일하고 시퍼요”

라고 발음도 안되는데 강력하게 어필했고

남을 알바기간동안 꿀빨며 지내다 그만둠.

그 이후에 모아놓은 돈으로 백수짓 하다가

살면서 학창시절에도 싸워서 이긴적 없었는데

원숭이한테 쳐맞고 지니깐

억울하고 자괴감이 미친듯이 들더라

그래서 복싱 배우러 갔는데

사람한테도 똑같이 쳐맞기만 하길래

2주하고 힘들어서 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