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다가 진짜 퇴사 당한 여직원

30대 초반 직장인인데요

제가 혼잣말을 하는 버릇이 있어요..

이전 회사에서도 지적 받았던건데

버릇이라 잘 안 고쳐지더라구요..

아무튼 이번 회사 2년 좀 안되게 다니고 있는데

제가 입버릇처럼

아 피곤하다, 아 배부르다 이런말을 자주하고

퇴사하고 싶다, 아 퇴사 마렵다

이런 말도 자주하는 편이긴한데

보통 직장인들도 이렇게 살고 계시지 않나요?

어느날은 제가 밥먹으면서

아 배부르다 ㅠ, 배가 너무 부르다 어떡하지

이러면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과식할까봐

밥 먹을 때마다 주문걸듯이 이렇게 자주 말함)

갑자기 옆에서 밥먹던 상사가

배 많이불러? 하길래 그냥 그렇다고 했더니

천천히 먹으려고 아껴둔 불고기들을

젓가락으로 뭉텅 집더니

옆에 막내한테 다 줘버리더라고요?

막내는 고맙습니다 이러고.

어이없어서 쳐다보니까 왜 쳐다보냐고

배부르다길래 도와준건데 뭐가 잘못됐냐고 해서

제가 그래도 제껀데.. 하면서 말 흐리니까

앞으로 밥 먹을때마다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말만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이후로도 두번정도 이런 일이 있었고

두번 다 맛있는 것만 빼앗겨서

배부르다고 말하는건 어떻게 또 고쳤어요..

그러다 이번에 좀 심각한 일이 생겼는데

제가 피곤하다는 말을 달고 살긴 하지만

누구한테 대꾸를 바란게 아니라

그냥 혼자서

아ㅠ 너무 피곤하다, 피곤해서 죽을 것 같다

피곤해서 미치겠네.. 이러고 있는데

그 반찬 뺏어간 상사가

월요일 아침에 안 피곤한 사람이 어딨다고 자꾸 그러냐고

일부러라도 다들 힘내려고 하는거 안보이냐면서

동료들도 보고 있는데 꼽을 주더라고요..

이분이 진짜 평소에도 말을 너무 밉게 하는게 짜증났고

반찬 뺏긴 것도 불만이 쌓였던 상태라

저도 말이 곱게 안나가고

피곤한걸 피곤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냐

다들 퇴사날만 바라보고 사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갑자기 누구씨는 그런가봐요?

퇴사하고 싶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짜증나서 네 라고 대답하니까

뭐 그러면 어쩔 수 없다고

사직서 이번주까지 제출하고

부장님한테는 자기가 보고하겠대요.

상황이 왜 갑자기 그렇게 되는건지 모르겠는데

동료들도 다들 들었으면서

모르는척 자기 일만하고 저는 벙쪄있는데

그 상사는 그냥 가버리더라고요

그냥 한말이겠지만 그래도 짜증나서

조용히 일하고 있었는데

오후에 부장님이 저보고

누구씨 퇴사 한다면서? 어디 좋은 제의 받았나봐?

이러고 지나가시더라고요..

아니.. 상황이 너무 이상해지고

아직 내일채움도 안 끝났고 반년만 더 하면 되는건데

당황스러워서 동료한테 상담했더니

퇴사하고 싶었던거 도와주신 것 같은데 뭐가 문제냐고

사직서 양식 인트라넷에 경로 있다고

말해주곤 그냥 가버렸어요.

그러다가 수요일엔 진짜 제자리 대신할 사람

뽑는다고 공고문이 올라갔고요 ㅠ

아니 그냥 직장인 다들하는 푸념 좀 했다고

사람을 이렇게 자르는게 어딨나요..?

답답해서 부장님한테 면담신청 하러갔더니

이미 본인이 퇴사의사 밝혔고

구두로 승인이 난거고 구인광고도 시작됐다면서

제가 아무말도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근데 진짜 저는 혼잣말한 것뿐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퇴사하게 되면

내일채움이랑 실업급여는 어떻게 되는지 알아봤더니

둘다 제 의사로 나가는 것처럼 된거라

내일채움은 없어지는거고

실업급여는 당연히 못받고..

그런 와중에 다음주 프로젝트 마감기념

+제 송별회 한다고 공지가 올라왔어요..

저는 이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고

왜 갑자기 이렇게 된지도 모르겠고

동료들도 매일 그렇게 피곤해하더니

원하는대로 퇴사하면 좋은거 아니냐고 하고

제 편이 아무도 없어요

이런 경우는 솔직히 권고사직이라 생각하는데

저 아직 사직서 제출 안했고

계속 다니겠다고 말하고

구인공고 내려달라고 해도 되는건가요?

진짜 다들 하는 말인데

왜 저한테만 이러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