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때 첫사랑이던 남자애를 어른이 된 후 다시 만나게 된 여 직장인

먼저 15년 전

제가 12살때 얘기부터 해야겠네요..

당시 제가 남자애들한테 괴롭힘을 많이 당했어요

절대 예뻐서 괴롭힘 당한건 아니고

제가 툭 건들면 우는 성격이라

반응이 재밌어서 때리고 괴롭혔던 것 같은데

근데 딱 한명.

제가 남자애들한테 놀림받고 얻어맞을때

여자를 왜 때리냐고 말린 남자애가 있었거든요.

그때마다 제가 고마워서 쳐다보면

뭘 봐? 한마디하고 돌아서던 친군데

웃긴건 그 친구 저 말고

다른 여자애들은 또 많이 괴롭혔어요..

암튼 그때 저희 학교만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생일인 사람에게 반 친구들이

천원 이하의 선물을 주는 룰이 있었는데

선생님 감시하에 생일 선물을 전달했고

가격도 꼬치꼬치 캐물으셨어요

그때 저희반이 32명인가 그랬는데

자신 제외하고 31명의 생일을 챙겨야 하니까

절대 생일선물은 천원이 넘으면 안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보통 지우개, 샤프, 학종이, 색종이

이런걸 주고 받았는데

그러다 제 생일날 그 남자애가

저한테 돌멩이를 준거에요.

그리곤 선생님이 그 친구를 막 혼내셨어요.

아무리 천원 이하의 선물이지만

돌멩이가 뭐냐고

너무한거 아니냐고요.

그 친구는 아무말 없이 선생님한테 혼났죠..

저는 그 친구가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생일선물이 돌멩이라 괜히 서운했어요.

그리고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데

그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다짜고짜 뭘 쥐어주고 후다닥 도망가더라구요

다이어리였어요

쪼맨한 자물쇠 달린거 아시죠?

뒤에 금액을 보니 3천 500원이더라구요

금액 때문에 학교에서 못준거였어요

그때 천원 넘는 선물을 주면

선생님이 문방구가서 환불 받아서

돈을 돌려주셨거든요

그리고 다이어리 첫장에

생일 축하한다 라고 적혀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때 어린 마음에 얼마나 설렜는지..

근데 그때는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었고

반에서 휴대폰 가진 애들도 거의 없을 때라

연락도 싸이월드로 했었는데

저는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딱히 그 친구랑 따로 연락을 하거나

그러진 못했던거 같아요.

그냥 저 친구가 나를 좋아하는구나

설렌다

뭐 그정도의 감정만 있었던걸로 기억해요

그리고 중학교도 같은 곳으로 올라갔는데

그 친구가 축구부에 들게 됐고

가끔 친구들이랑 지나가는척 하면서 구경하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한번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친구가 저한테 달려오더니

오늘 다른 학교랑 시합이 있는데

저보고 남아서 응원해주면 좋을거 같다고 말하더라구요

근데 그때 제 친구들이 옆에서 보고 있었고

놀리고 부끄러운 마음에

내가 그런걸 왜 보냐고

바쁘다고 까칠하게 거절했어요..

그리곤 그 친구도 약간은 화난 얼굴로

됐다고 하고 가버렸고

저는 그렇게 말한걸 꽤 오래 후회했던거 같아요

그날 결국 혼자서 몰래 시합을 보러 갔었는데

다른반 여자애들이 단체로 구경을 왔었고

그 친구랑 다른 여자애가

장난치는거 보다가 울면서 집에 갔던 기억이 나요.

그땐 어려서 몰랐는데

그게 제 첫사랑이였던거죠..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서 그런가

그 뒤로는 누군가를 쉽게 좋아할 수가 없더라구요

상처 받을까봐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첫 연애를 25살 겨울,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했어요.

근데 제 생각처럼 좋지만은 않았던거 같아요.

사실 제 감정과 상관없이

전남친이 저에게 너무 대쉬를 했고

또 거절하기 힘들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이정도면 받아주라고 등 떠밀어서

얼떨결에 사귄거라 더 그랬을수도 있는데

반년 좀 안되게 사귀며

감정 표현도 못하고 그냥 끌려다녔어요

떨리거나 설레는 감정도 없었고

첫경험도 반강제로 한거라

그냥 아프고 더러운 느낌만 들었고

아직도 생각하면 후회스러워요.

첫 경험을 반강제로 하고 얼마 안돼서

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제가 먼저 이별을 고했고

전남친은 미련없이 바로 새여친 찾아 떠났구요.

그게 또 한번의 충격이 되어

그 이후로 연애 하지 않고 혼자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sns로 초등학교때 같은 반이던

여자인 친구와 연락이 닿았고

반가운 마음에 매일 연락하며

퇴근 후에도 보고 주말마다 만났던거 같아요.

그러다 자기가 사실은

초등학교때 동창과 내년에 결혼을 약속했다고

지금 남친이 초딩때 친구들이랑 있다는데

겸사겸사 같이 인사하러 가자고 하길래 따라갔는데

근데 그 자리에 그 친구가 있네요.

저를 보자마자 정말 환하게 웃으면서

야!! OOO!!! 하고 제 이름을 부르는데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왜 울었는진 모르겠는데 지금도 이불 찹니다..

옆에 여자인 친구도 막 당황해서

너 왜이러냐고 하고

남자인 친구들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니까

너무 민망해서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그 친구가 제 손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왔어요

그리고는 다시 들어가서

자기 폰이랑 자켓 챙겨 나오더니

술 마셔서 못 데려다 주는게 아쉽다고

제 번호 따고는 어플로 택시 잡아줬어요.

그렇게 집에 갔고 그날 밤새 통화했어요

왜 울었냐

여전히 잘 우네 부터 시작해서

옛날 얘기도 하고 살아온 얘기도 하고

주말에 만나자해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도 하고

남자한테 설렌게 정말 얼마만인지

제 기억엔 초등학교때 이후로 첨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주말에 데이트하고

평일에 퇴근하고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금 목걸이를 선물로 주더라구요..

부담스러워서 안 받으려고 했는데

어울릴거 같아서 샀다하길래 일단은 받았고..

그리고 다음주 주말에 바다를 보러갔는데

트렁크에서 장미꽃 한다발을 주길래

졸업식날 부모님한테 받은거 제외하고

생전 꽃다발은 처음 받아봤다고 했더니

대뜸 통장 보여주면서

나랑 결혼할래? 라고 물어보는데

드라마에서 보던 프로포즈는

좀 더 화려하고 특별했던거 같은데

저녁 밤바다에서 꽃다발과 통장 보여주면서

밥먹으러 가자는 말처럼

정말 아무렇지 않게 결혼할래 라니.

근데 그말에 미친듯이 설렜던건 왜 일까요..

또 우느라고 대답을 못하니까

2주간 생각해봐 하고

집에 데려다주고 그날 카톡으로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지는 얼마 안됐지만

항상 너를 많이 그리워했어

그래서 이번에는 진짜 놓치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고

나 옛날에 너 좋아한거 너도 알고 있었지?

솔직하게 말하면

졸업하고 나도 연애도 제법 했는데

항상 연애가 끝나고 나면 니 생각이 나더라.

연락도 안 닿는 중학생이던 니 모습이

왜 자꾸 생각 나는지는 나도 모르겠었는데

너 보자마자 그냥 놓치면 안된단 생각이 들었어.

너한테 생각할 시간도 안주고

막무가내로 만날 약속 잡고

또 갑자기 고백해서 미안해.

생각할 시간 2주 줄게.

그동안 연락 안할거고

니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제대로 날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연락줘.

기다릴게.

라고 왔어요..

일단은 너무너무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려서 터질거 같고..

회사에서도 자꾸 멍 때리게 되고

고백하던 얼굴 생각나고

부끄러워서 어디에 숨고 싶은데

또 보고싶고 막 그래요

지금 연락 안한지 내일이면 일주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