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친구가 양아치들한테 괴롭힘 당하는 거 보고 눈 돌아가서 엎은 남자

내가 학교 다닐 당시에는

키큰 순서대로 번호가 정해졌었는데

난 매년 1번, 2번할 정도로 덩치가 있었고

이 친구는 엄청 외소한 체격을 지녔었음

아직도 기억나는데

나랑 친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다가

같은 아파트 아주머니가

형이랑 동생이냐고 물어봤을 정도로 차이가 심했음

당시 우리집이 잘 살던 아파트라 놀거리가 엄청 많았고

친구는 좀 떨어진 동네에 살았는데도

우리집에 맨날 놀러오고 그랬음

친구집은 반대로 가정환경이 좀 불우했는데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아버지는 멀리 공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할머니하고 둘이서 살고 있었음.

그리고 그 할머니는 시장에서 포장마차를 하셨는데

나랑 친구랑 놀러가면

항상 공짜로 전을 부쳐주셨는데

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엄지 치켜 올리면

할머니까 해맑은 미소로 좋아했던 기억이 남.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아무튼 그러다 중학교때였나

친구랑 나랑 같은 학교에 진학했는데

우리 아버지 사업이 너무 잘 됐고

조금 떨어진 더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친구랑 등굣길이 엇갈리게 됐음.

결정적으로 서로 반도 달랐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친구랑 많이 멀어지기 시작하더라

가끔 마주쳐도 내가 반갑게 인사하는데

친구는 먼저 고개 돌리거나

일부러 피하는 느낌도 받았고

그땐 왜 그러는건가 아예 몰랐음.

그러다 한번은 친구가 어떤 애랑 지나가는데

뭔가 억지로 어깨동무한 느낌을 하고

친구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라.

근데 친구 얼굴이 엄청 어두운거야.

내가 쟤 밝은 얼굴을 알잖아.

그 후에도 뭔가 여기저기서

그 어두운 냄새를 맡았던 거 같은데

2학년이 되고 나서 확실하게 알게 됐음.

왜냐면 나랑 그 친구랑 같은 반이 됐거든.

2학년이 되고 나서도

나는 옛날에 친구랑 놀던거 생각나서

자꾸 다가가고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자꾸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혼자 사라지고 그러더라.

그러다 한번은 어딜가나 하고 따라갔는데

학교 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곳에

뭔 양아치들이랑 같이 있길래

친구가 나쁜 길로 빠졌나 생각하는 동시에

그 양아치가 친구 정강이를 발로 차버리더라.

그거보고 빡쳐서

너네들 지금 뭐하냐 왜 얘 발로 차냐 물으니까

그 놈들은 친구랑 놀고 있는 거라고 하던데

딱 봐도 친구 괴롭히는 거였거든.

그래서 내가 얘 데리고 간다고 하고 빠져나왔음.

그 후 친구한테 여러가지 물었던 기억이 나는데

친구는 첨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자꾸 나한테 숨기려고 하는거임

그래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캐물으니까

그제서야 뭐라뭐라 하나씩 말하기 시작하더라.

얘랑 나랑 다른반이던 1학년때

같은반 양아치들한테 이유도 모른채 찍혀서

지금까지 괴롭힘 당해왔던 거였음.

아까도 말했듯이

친구가 많이 외소했는데

다른 이유도 없이 외소하단 이유로 괴롭힘 표적이 된거.

진짜 그 말 듣고 내가 너무 미안한 감정이 들더라

나는 이전에도 친구가 이상하단 걸 느꼈고

뭔가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혹시 친구가 괴롭힘 당하고 있는건가 의심한 적도 있었는데

근데 그땐 귀찮아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그 이상 깊이 파고들지 않고 방치했던거임.

그래서 너무 미안했고

앞으로는 나랑 다니자고 걱정말라고 말했음.

우리반 다른 친구들도 눈치채고

친구 엄청 챙겨주려고 노력 많이 했었고.

양아치들이 친구 점심시간마다 불러냈었는데

그 다음날에도 친구한테 나와보라고 하길래

내가 왜 부르냐

같이 공차러 갈건데 부르지마라 하면서 막으니까

그 뒤로는 친구 더이상 부르지 않더라.

참고로 친구는 선생님한텐 말하는 걸 원하지 않았음

그땐 이해가 안 갔는데

혹시라도 할머니가 이 사실 알면

속상해하실까봐 그랬던 것 같음.

아무튼 그러다보니 한동안 어두웠던 애가

나랑 놀 때처럼 많이 밝아졌던 기억이 남.

예전처럼 웃고 떠들고

나한테 장난도 치고, 같이 플스방도 놀러가고.

그렇게 우린 다시 둘도 없는 친구가 됐음.

그런데 어느 날이었나

나랑 친구랑 같이 가고 있는데

우연히 그 양아치들이랑 마주친거임.

그때 양아치가 친구한테 아는 척을 했는데

친구가 반사적으로 반대로 얼굴을 돌렸거든.

근데 갑자기 양아치가 친구 머리채를 붙잡고 비틀더라

이젠 아는 척도 안하냐고.

근데 그거 보니까 내가 눈이 휙 돌더라고

아무것도 모르겠고 주먹부터 날아가더라

내가 싸움을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체격이 또래 애들이랑 차이가 많이 났음.

양아치는 내 가슴팍까지 밖에 안 왔던 기억이 남.

솔직히 말하면 그냥 개싸움이었는데

눈 돌아가니까 진짜 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

그 담날에 학교에서 싸웠다고

담임한테 쳐맞고 양쪽 부모님들 다 불려왔음.

근데 우리 아빠가 당시에

공장 돌리면서 사업이 엄청 잘 되던 시기고

여유가 꽤 많았는데

그 양아치 부모는 딱 봐도 뭐가 없어보였음.

아직도 기억나는게 시장에서 생선 판다고 했었나

여담으로 내가 여기서

세상은 공평하지 않고 격차가 있다는 걸 배웠음.

그때 우리 엄마는 (아빠는 일 때문에 못옴)

딱 봐도 엄청 좋은 옷만 입고 왔는데

그쪽 부모는 뭐라해야하나

최대한 단정하게 입긴 했는데 헐거운 옷?

내가 싸운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그쪽에서 먼저 굽신댔었음.

아니면 나는 모르는 뒤에서 뭔가 있었는진 모르겠는데

그쪽 부모가 먼저 양아치한테

고개 숙여서 사과하게 시키더라.

선생님은 나한테 엄청 온화했고

그 양아치네에겐 살갑게 대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음.

양아치가 했던 짓이나

평소에 친구 괴롭혔던 것들

선생님한테 다 말씀드린 것도 있었지만

아직 어렸던 나도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남.

아무튼 그날 일 이후로

친구 건드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친구가 나한테 고맙다고 하는 일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더 고맙긴 함.

그 일 아니였음 지금까지

얘랑 나랑 친구가 될 수 없었단 생각도 들고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나중에 대학가서 서로 떨어졌는데도

전화해서 서로 만나고 놀러가고

군대 휴가 맞춰서 나오고

친구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내가 옆에서 3일동안 같이 지켜주고 그랬다.

아까도 말했지만

친구가 불우안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친구 아버지를 제외하면

장례식때 참석한 친가족들도 얼마 없었기도 했고.

아무튼 옛날 생각 많이 나네

지금은 오히려 내가 친구한테 맞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