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결혼했는데 다른 여자가 좋다.
나는 결혼한지 4년정도 됐고
돌 넘은 아이 하나도 있다.
겉으로는 너무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고
실제로 애기도 너무 예쁘고 사랑한다.
아이가 주는 행복이 이렇게 클줄은
낳기 전까진 전혀 모르고 살았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일거다.
아니, 오히려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에게 다정한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자
가장으로 보일거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
사실 결혼 자체도 떠밀려서 한 느낌이고
아내의 외모부터 취향, 취미까지
나랑 맞거나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다만 아내는 성격이 너무 좋았고
그당시 아내가 나를 많이 좋아했다.
주선자도 분위기를 잘 만들어줘서 그런가
아내의 고백에 결국 사귀게 됐고,
4년 연애 후 나는 아내의 그 좋은 성격과 알뜰함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물론 식장 들어갈때까지도
‘이게 정말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그땐 늦었었다.
다시 결혼 전으로 돌아가면
내가 다니던 금융회사 특성상
남초회사였던 칙칙하고 재미없던 직장에
한 임원분의 여비서가 입사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그 여비서의 자리는 내 옆자리였다.
당시 코시국이라 마스크를 썼지만
나는 첫 눈에 알 수 있었다.
‘이상형이다.’
늘씬한 키와 하얀 피부,
센스 있게 코디한 세미오피스룩,
긴생머리,
마스크 위로 보이는 오똑한 콧등과 큰 눈망울.
그녀는 완벽하게 나의 이상형이였다.
나는 사무실이나 회사의 분위기에 대해
알려준다는 핑계로 자연스럽게
커피 한잔, 두잔.. 그러다가 점심, 저녁.
결국 술까지 먹게 되면서 그녀와 친해졌다.
친해져보니 그녀가 더 좋아졌다.
개그코드, 취미, 취향,
심지어 좋아하는 노래들과 그 노래들을 좋아하는
구체적인 이유 등
외모 외적인 감성적인 부분들까지
정말 완벽한 나의 이상형이였다.
그렇게 같이 술 먹는 날들이 늘어가고
몰래 새벽에 통화하는 시간도 늘어갔다.
다만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선은 절대 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이런 스릴에 점점 더 중독되어갔다.
언제 넘을지 모르는 선에 대한 기대,
불안 등은 나를 중독시켰다.
예상 했겠지만 나는 이 때
현재의 아내와 이미 몇년째 연애하던 중이였고,
공교롭게 여비서 또한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오래된 남자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새벽에 통화를 하며 위험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각자 헤어지고 우리끼리 사귈까?’
용기가 부족했을까 아니면 확신이 없었을까?
우리는 결국 각자의 위치에서
익숙하고 오래된 서로의 애인과 결혼을 하게 됐다.
우리도 그정도 모험정신은 없었던거지.
결혼 후 그녀와 종종 연락은 했지만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냥 안부 정도만 물었지.
아내는 원래부터 외모를 꾸미는 것에 관심이 없었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것이 더욱 심해졌다.
푸석푸석한 피부,
할머니 츄리닝(?), 쓰면 눈이 콩알만해지는 안경..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성적매력은 제로,
어쩌면 마이너스였다.
그렇게 우리는 2년 가까이 리스로 살았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그녀가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녀도 나도 이미 이직을 한 상태이지만
서로 꽤 가까운 위치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루는 용기를 내어 만나자고 했고,
내심 거절 당할까 두려웠던 마음도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흔쾌히 보자고 했다.
그대로였다.
하얀피부, 늘씬한 몸매, 관리 잘된 얼굴과
본인이 어떻게 하면 제일 돋보기에
예뻐질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아는듯한 셀프 코디.
나는 또 한번 반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위험한 만남이 재개됐다.
그녀의 남편은 지방에서 일을해서 주말부부였고
내 와이프 또한 종종 처가로 가는 일도 있고
워낙 의심을 안하는 성격이라
의외로 여비서와의 만남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가 좋아하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카페, 이자카야..
사실 어디든 같이 있으면 데이트가 즐거웠다.
잊고있던 설렘이 시작됐고
다시 20대가 된 기분이였다.
만남의 횟수가 늘 때마다
흑백이였던 내 세상에 새로운 색이 하나씩
덧칠해지는 기분이였다.
서로 좋아하는 작가, 배우, 가수,
노래, 뮤지컬 등을 얘기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었다.
예전과 다른점이 있다면
은근슬쩍 가벼운 터치 정도의 스킨쉽도 자연스러워지고
대화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어제도 그녀와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아내에게는 옛 직장 동료를 만난다고만 말했다.
성별만 말 안했을 뿐이지 거짓말은 아니였다.
어제 수위 높은 대화 중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욱이(가명)는 은근 용기가 없고 소심해.
솔직히 그냥 너랑 하고 싶은데 너무 많이 참았고
오늘은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거절하지 않을텐데 왜 그런말은 안해?’
순간 어지러웠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나와 밤을 보내고 싶다는 말을 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 왠지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고,
처음으로 아내에게 큰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대답을 얼버무리고
그녀를 택시태워 보낸 뒤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온갖 알 수 없는 감정들과
생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내가 지금 해왔던 행동은 외도일까?’
‘하지만 육체적인 선은 절대 넘지 않았고,
친구끼리도 밥 먹고 술도 먹을 수 있는거잖아’
‘아냐 솔직히 너도 알잖아.. 이건 잘못됐어.
아내에게 거짓말 하면서까지
만나야 되는 관계면 잘못된거야’
‘그러면..어제 사실 그녀와 끝까지 갔어야 하나?
그랬으면 오히려 이 부적절한 관계를
매듭 지을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그녀와 주말에 볼 뮤지컬을
예약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미친놈이다.
이렇게 사람이 위선적이고 나약할 수 있을까?
끊고 싶은데 끊기 싫다.
끊기 싫은데 끊고 싶다.
이혼해야되나?
근데 나만 이혼하면 의미가 있나?
애기는?..
그럼 그냥 이렇게 계속 몰래 만날까?
아니..끊어야겠지?
3줄 요약.
1.나는 결혼한지 4년정도, 애도 있음.
2.전 직장에서 알게된 여비서와
정서적으로는 부적절한 관계지만 육체적인 선은 안 넘음.
3.아직도 그 여자가 너무 좋음.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