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했단 사실 숨기고 15년 키웠는데 양아치로 자란 아들

15년 전 아기를 입양했다.

첫만남은 아기가 너무 예뻐서 홀린듯이 바라봤다

남편도, 친정도, 시댁도 너무 예쁘다며

우리집 식구가 된걸 두팔벌려 모두가 환영했다.

교육,의식주,쇼핑 등등 아무 문제도 없었고

우리 가족은 남부러울거 없이 살았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교복에서 미묘하게 담배+향수 냄새가 나고

언행도 많이 거칠어지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처음엔 사춘기라 그러겠구나

내가 잘 보듬어줘야지 하며

나랑 남편은 친부모 못지않게 신경을 썼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학교 징계위원회에

부모 소환이라고 한 4번은 불려갔다.

경찰서나 법정은 가지 않은걸 다행이라 생각했다.

공식적으로 불려간게 4번이고

대부분은 물건을 손상하거나

갈취로 인해 피해학생 부모에게 전화가 와

큰일로 키우지 않을만큼 합의를 봤다.

근데 이 짓도 이제 지친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언제부터 이런건지 모르겠다.

아이 문제가 생기고 난 후부터

남편과 나의 사이도 점점 멀어져갔고

남편도 많이 지쳤다.

사회생활도 힘든데 어느날은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몇번을 전화, 문자를 해도 연락두절.

미치는 줄 알았다.

혹시 바람이라도 핀건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서

거리를 서성이다 편의점에서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

난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고

그 편의점에 찾아가 알바생에게 물어봤더니

정말로 편의점 의자에 하루종일 앉아있었다고 한다.

나도 남편도 심적으로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날 잡아서 정신과를 갔다.

우울증.

쉽게 말해 우울증이다.

난 공황장애도 있는거같다.

전화소리, 아이 또래들 목소리, 큰소리.

밖에서 사람을 보면 어느새 손바닥이 차게 식었다.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이 문제였다.

순간 우리 부부 머릿속에서 든 생각은 파양.

하지만 이내 정색했다.

남들 부부도 똑같이 고생한다

우리만 이런 결정을 할 필욘없고

입양했을 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으로 키우자고 결심했으니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근데 이 결정도 얼마 가지 않았다.

학교에서 전화가 또 왔다.

사유는 아이가 교내 화장실에서 불법촬영을 했단다.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목이 맥혔다.

우리애는 그럴 애가 아닌데,

친구를 잘못 사귄거겠지 동조된거겠지

학교로 가는 동안 머릿속으로 수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다.

혼자 4교시가 끝나기 전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있다가 점심시간에 촬영을 했단다.

우리가 가정교육을 잘못 가르쳤나,

무언가 계기가 있었나,

끊임없이 아이에게 물어보고 되돌아봐도

나도 남편도 도저히 모르겠다.

오히려 다른 부모보다 더 잘해줬다.

결국 내가 평소에 가장 혐오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으로 자라났다.

천성이 그런 것인지 내가 잘못 키운건지

우울감이 끝없이 생겨난다.

아무도 만나기 싫고 텅빈 집이 허무하고

폰을 들여다보기가 무섭다.

순간 파양이란 단어가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아이만 없으면 될 것 같다’

친자식도 아닌데 우리 부부가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다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아이는 자신이 입양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는 순간 엇나가게 될까봐,

파양 당하는 순간 상처를 받게 될까봐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지만 너무 힘들다.

남편과 상의를 했다.

아이를 파양할지,

입양을 했고 파양을 고민 중이라 사실대로 얘기하고

한번 더 기회를 줘야할지.

사춘기니까..

지나면 괜찮아 질거야 위로를 받지만 그럼 나는..?

난 진짜 안 괜찮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상담을 받아도

무기려갛고 끊임없이 두통이 몰려온다.

위가 아프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랜다.

그냥 내일이 오지 않고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15년 전 입양을 준비하며

육아 관련 서적, 강연을 남편과 많이 보고 배웠다.

필요할땐 훈육도 하고 매를 든적도 있었다.

어쩔땐 사랑한단 한마디에

다 잊을만큼 행복하기도 했고

그저 내가 자랐던 것들 보다,

남들이 자란 환경들보다 더 잘해줬다.

혹시라도 파양을 하게 되더라도

15년 키운 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셋이 손을 잡고 상담을 받아보려고

아이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런 자리가 싫은지 거부했다.

그리고 고심끝에 사실을 털어놓았다.

전부.

너의 출생과 우리의 상태.

1시간동안 시간을 줄테니 생각을 해보라고 했다.

우리의 조건은

일주일에 두번은 상담 받기,

통금, 전학간 학교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기.

이 약속을 받아내려 했다.

아이는 자기 겁주는거라면 기분 더러우니까

하지말라고 하지만

우리는 정말 냉정하게 말을 했다.

결국 우리의 결정은

진짜 내 자식이다 하고 1년을 악물고 버티기로 했다.

지금은 심적으로 힘들지만

점점 바뀌는 과정을 보게 된다면 괜찮지 않을까.

괜히 자존심 세우지말고

1년이라는 유예기간 동안 약속을 꼭 지켜달라 했다.

우린 너를 사랑으로 키웠고

지금도 너를 사랑해서 이러는 거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널 포기하고 싶진 않다고

그렇지만 최후의 수단으론 파양을 고려할 것이라고.

적잖이 충격을 받긴 했는지

셋다 한동안 말이 없는 상태였고

바람이나 쐬고 들어오라고 용돈을 쥐어줬다.

많은 공부를 하고 입양을 했지만

부모는 처음이라 내가 잘한건지 모르겠다.

다른 방법도 분명 있을텐데

아이에게 너무 큰 충격을 안겨준건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생각 나는 방법이 없었다.

정답은 없겠지만

이게 우리의 최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