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노답 집안인거 알자마자 바로 손절하고 집에 가버린 여친

결혼 예정이었다지만 상견례도 안했고

날잡기도 전에 파토났으니

그냥 여친분이라고 부르겠음

우리집 남아선호 진짜 심각한 집임

요즘 세상에 그런집이 어딨냐고 하겠지만

아직 있음ㅎㅎ;

어릴 때부터 오빠는 하늘이고 나는 땅

평생 차별 받고 살아서

오빠나 부모님한테 별 애정 없음

친구들도 우리집 오는거 극혐함

나한텐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매달 생활비 보태라는 말에

대학은 장학금으로 다니면서

알바해서 월 30만원 드리는 조건으로 본가에 사는 중임

어중간하게 나갈바에

제대로 돈 모아서 멀리멀리 나가려고 버티는거지

다른 애정어린 사유는 없음

암튼

언니랑 오빠는 6년 교제한걸로 알고있고

이번에 결혼 얘기 나오면서

부모님께 인사 드린다고 우리집 옴

근데 우리 엄마아빠 손님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바닥에서 맞이함

방석도 없는데 맨바닥에 앉으란 말에

언니가 좀 당황 멈칫 하더니

내가 옆에 꿇어앉아있는거 보고 똑같이 꿇어앉음

오빤 양반다리

내가 봤을땐 이때 1차로 마음 상하신듯

엄마는 차도 안내오고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 시작함

‘여자가 내조를 잘해야 남자가 기가 산다

결혼은 가족간의 화합이니

요즘 되바라진 애들처럼

각자 부모님은 각자 챙기잔 이런 식의 생각은 말고

친부모 딸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이런 뉘앙스로 말함

잔소리라고 보긴 좀 애매한데

친딸인 내 입장에서 들어도

저 언니 몰래 따라나가서 말리고 싶었음.

암튼 언니 눈치 보여서

나라도 냉장고가서 음료수 내옴

다 마시고 대화 좀 더 하다가

엄마가 식사하자며 밥 차리는동안

음료수 마신 컵 좀 씻어달라고 하심

언니가 좀 멈칫하더니 컵 씻음

오빠도 남아선호에 쩔어있는 등신이라

뭐가 잘못되고 있는건지도 모르고

혼자 룰루랄라 즐거움

그리고 밥을 차렸는데

새로 한 음식이라곤 김치찌개 밖에 없고

나머지는 걍 평소 먹던 반찬

누가봐도 손님 맞을 준비 1도 안했음

거기서 습관처럼 너무 당연하게

나한테 남은 식은밥을 주면서

언니한테도 식은밥을 줌

물론 옆에선 김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밥

오빠랑 아빤 받으셨고

이쯤에서 언니가 현타온듯

아빠가 언니한테

“2년만 합가해라. 분가할때 집 해주겠다”

라고 하니까 언니 대답 안함

아빠가 합가의 좋은점과 중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하시는데 대답 안함

원래도 설교 좋아하시긴 함..

늘 뭔가 가르치려 하시는데

딱히 좋은 가르침은 없다고 해야하나

언니 가만히 듣고만 있는데

아빠가 계속 대답을 강요함

대답 안하면 다시 똑같은 말 연설

암튼 그러다가 한 3번쯤 강요 받고 났을때

언니가 갑자기

“아 저 그냥 결혼 안하겠습니다” 라고 함

난 그래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진짜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옴..

보통 저런 생각 수십번 들어도

나중에 남친한테 따로 통보하거나 그럴텐데

대놓고 아빠 면전에다가 얘기함

정적 흐르다가

아빠가 뭐? 라고 하니까

아니 그렇잖아요 행복하려고 하는 결혼인데

벌써부터 행복하지가 않네요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 상하는데

그냥 노력하지 않고 포기하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함

엄청 차분하게 아빠 눈 똑바로 보고.

엄마는 옆에서 화를 내며

결혼 같은 중대사를 이렇게 쉽게 정하냐며 버럭함

오빠는 그제서야 상황판단 한건지

엄마한테 화내면서 그만하라고

둘이 얘기 좀 하겠다고 언니 데리고 나감

나갔다가 10분만에 들어온거보니

언니가 안 받아주고 그냥 돌려보낸듯

오빠 집에 오자마자

엄마한테 왜 그랬냐고 난동부리는데

아빠한텐 한마디도 못함

이와중에도 여전히 찌질한 새키;

아빠도 괜히 엄마탓하고

그냥 이 집은 문제 생기면 다 여자 잘못임

그러니까 엄마도 빡쳐서

언니한테 사과한다고 연락처 물어보더니

언니한테 연락했다가 통화거부 당하고

톡 남겼는데 그것도 차단당함 ㅋㅋㅋㅋ

지금 3일 정도 지났는데

오빠는 정신나간놈처럼 매일 언니한테 집착중이고

엄마는 사과했다가 화냈다가 반복하고

아빠만 걔 별로다 그러고

나는 걍 남일이라 생각하니까 존나 재밌음

언니 성격 진짜 시원해서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더라.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저러면

누가 시집 오고 싶겠냐고ㅎㅎ

내가 볼땐 우리가족들

전부 똑같이 당해보고 정신 좀 차려야 된다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