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며 대충 인생 살던 여자가 강아지 키우고 싶어서 생긴 일

고등학교 다닐때부터 우울증이 심했음

그땐 그냥 학교 다니는게 힘들어서

우울한 줄 알고 버텼는데

나중에 졸업하고 성인 됐는데도 계속 우울했음

기껏 들어간 대학은

사람들 불편해서 관두고 등록금만 날리고

알바 짬짬히 하다가 말다가 하면서

나 겨우 연명할 돈만 벌고 숨만 쉬며 살았음

집에서는 계속 누워만 있고

딱히 티비보거나 폰 보거나 하지도 않고

취미 생활도 아예 없었음

나는 내가 몸도 아픈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마음이 아파서 몸도 아팠던 거였음

아무튼 그러던 어느날에

집가는 길에 있는 수족관 앞을 지나가는데

이상하게 들어가보고 싶은거임

들어가서 물고기들 구경하다가

엄지손가락 한마디만한 진주린이 너무 귀엽게 있길래

얼떨결에 두마리를 사게 됨

채집통에 대강 바닥재 깔고

스펀지 여과기 하나 넣고

얘네들 키우기 시작했는데 첨엔 너무 귀찮았음..

금붕어가 먹는걸 엄청 밝히고

환수도 자주 해줘야하고..

귀찮은데 내가 데려온거니까

물 받아놨다가 일주일에 한번 환수도 해주고

먹이도 이것저것 사줘보면서 키웠는데

어느날부터 얘네들이

나만 보면 쪼로로 따라와서 반기는거임

나는 일평생 누군가가

나를 반겨주고 그런 경험을 처음 해봤음

그래서 얘네들이 너무 이뻐보이더라

띄엄띄엄 하던 알바도 더 열심히 하고

집에오면 얘네한테 인사도 하고

채집통 앞에서 얘네들 보며

시간 때우는 일이 점점 많아졌음

나 없으면 못사는 애들이 생기니까

더 성실하게 살게 되더라고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책임감과

충만함을 느끼며 살았고

더 좋은 집으로 옮겨주려고

어항 큰걸 사서 바닥재도 좋은거 깔고

유목도 넣고 수초도 넣고

이쁘게 꾸며서 이사도 시켜줌

근데 내가 뭔가 잘못했는지

얘네들이 퇴근하고 와보니 둘다 용궁갔음

나중에 울면서 찾아보니

실리콘독을 안 뺐거나 물이 깨졌더나

둘 중 하나가 원인 같았는데

한참을 울면서 후회하다가 딱 느꼈음

이렇게 작고 여린 생명은

나 같은 둔탱이가 잘 키울 수 없다는거

나는 최소한 중형견은 키워야 한다는거

건강하고 활발하고

오래도록 내 곁에서 내 가족이 되어줄

강아지를 키우겠다고 울면서 다짐함

그날부터 나는 강아지를 키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쉬는날도 없이 일을 하기 시작함

오전엔 편의점 알바

밤엔 대리운전 주말엔 주차장 안내

어차피 친구도 없고 쉬어도 할 것도 없어서 일했는데

죽자고 일해도 돈이 진짜 안 모였음

기술이 없으니 돈이 어케 모이겠음..

버는게 적으니까 계속 몸만 상했음

그러다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대형면허를 땀

그리고 중장비 면허도 땄음

현장 일이라는게 남보기엔 힘들어보여도

막상 해보니 매력이 넘쳤었음

누구 눈치볼 것도 없고 자유롭고

밖에서 바람 맞으며 일하니까

우울증도 점점 좋아지더니 약도 끊음

술도 안먹고 옷도 안사고

화장도 안하고 거지같이 버티면서

죽자고 돈만 벌면서 죄다 저축함

그러다보니 이십대의 어리던 나는

이제 서른 아홉이 되었고

드디어 마당 딸린 집을 살 수 있게 됨

여기가 지방이라

마당 있는 집이어도 비싸진 않지만

그래도 내 이삼십대를 갈아서 산거임

집사고 제일 먼저 한건 포인핸드 깔긴데

드디어 원하는 강아지를 입양할 수 있게 됨

이 집에서 강아지랑 매일 산책하고

품에서 재우고 퇴근하면

나 보면서 꼬리치는 강아지랑 웃으면서 살거임

예방주사도 맞히고 보험도 들어주고

낮에는 유치원 보낼 수 있는 능력도 있다 생각함..

그때 날 떠난 금붕어 두마리로 인한

죄책감에 다시는 책임감 없는 입양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나와의 약속을 이제부터 열심히 지키려고함..

이사하면 입양부터 하려고 진행 중인데

만약 그때 수족관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여전히 짬짬히 알바 하다가 말다가

최소한의 돈만 벌고 숨만 쉬며

삶의 의미를 모르고 살았을듯..

금붕어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이

책임감 키우려 노력하게 해줬고

그 세월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중

나중에 강아지 입양하게 되면 또 글 쓰러옴!

다들 한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