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5살때 남편하고 결혼을 했고
1년을 못채우고 26살에 이혼했습니다.
혼전임심 그런거 전혀 아니었구요
그냥 제가 너무 어리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멍청해서 결혼을 결정했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7살이 많은데
뭐가 그렇게 좋았던건지
이남자 아니면 안 될 것만 같고
평생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결혼까지 하게 됐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이 후회스럽네요.
저는 사업 하시는 아버지 덕에
남들보다 좀 더 풍족하게 자랐습니다.
제가 외동딸이고
대학교를 진학했으나 맞질 않았고
하고 싶은 일을 얘기 했더니
제 편에 서서 다른 배움의 길을 열어주시고
제 명의로 된 작은 가게를 하나 해주신 뒤
20대 초반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렇게 남들처럼 연애를 하다가
현재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23살이던 저는
어린 또래 남자들만 만나보다가
30대의 남편에게서 어른스러움을 느끼고
결혼까지 결심을 했는데
그땐 제가 많이 좋아했기에..
제가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도,
그냥 둘이 좋으면 될 줄 알았고
제 짧은 생각을 미친듯이 후회해요.
결혼 당시
저희 부모님이 하나뿐인 딸이
시댁에서 혹시나 고생이라도 하실까봐
예단, 혼수 뭐 하나 빠지지 않게 해주셨고
심지어 남편이 집을 해올 때
부족했던 3천만원을 이자 없이 내주셔서
매달 100만원씩 드렸었습니다.
상견례 자리에서도
시부모님은 크게 나쁜 행색이 없으셨고
(그렇다고 좋은 분들도 아니였습니다)
결혼을 하더라도
크게 볼일이 없다고 생각했던게 실수였네요
결혼 후
고등학교 교사라는 남편 누나 분은
하나부터 저를 가르치려들고
시부모님들은 어려서 아직 모른다며
무시하는건 기본 일상이고
매일같이 저를 불러 일을 시키셨습니다.
이런말 하기 부끄럽지만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지 시켜주셨던 부모님 덕에
한식,일식,양식 등 자격등도 가지고 있고
요리를 엄청 좋아하는 터라
집에서 정말 남들보다 잘 해먹는 편입니다.
그런데 시부모님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다 지적하고 맘에 안 들어했습니다.
집에서 돈까스 카레를 해먹었던 날
연락없이 갑자기 방문하셔서
저녁 메뉴가 이게 뭐냐며
카레에 돈까스는 무슨 조합이냐
어려서 뭘 모르네,
우리 아들 이때껏 이런걸 먹였네
이런거 먹고 남자가 밖에서
돈을 벌어올 수가 있겠냐 등등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땐 저도 참다참다 화가나서
연락도 없이 오셔서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냐
기분 나쁜 티를 조금 냈었습니다.
그 외에도 어머님 아버님 결혼기념일이라며
조카들까지 모두 불러
삼계탕 10인분을 퇴근 후 저보고 준비하라고 하질 않나
오늘 허리가 아프니까
집청소를 못했다고 시댁와서
설거지랑 마당청소 좀 해달라고 하시고
(1주일에 한번은 꼭 시킴)
남편에게 말을 했더니
‘그냥 무시해..’ 라고 하고 그 어떤 중재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빠가 정비공장을 운영하시는데
직원분도 많으시고 규모가 꽤 되십니다.
근데 시아버지가 저한테 말도 없이
아빠를 찾아가셔서는
차 수리를 맡기고 온적도 있구요
아빠가 사장이다보니
이리저리 거래처 방문할 일도 많아
정작 공장에는 직원분들만 계시는데
직원분들께 아빠 이름 대면서
호통 치신 뒤 차만 맡겨놓고 오시고
부품이 좀 낡은 것 아니냐며
무상으로 새것으로 갈아달라고 하시질않나
저한테 막대하는 것도 속상한데
저희 부모님한테까지 가서
저러는게 점점 참을 수가 없고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심지어 저희 아빠는
제가 알면 곤란하게 생각할까봐
저한테 말도 안하고 2~3번 정도
무상으로 요구를 들어주셨다고 합니다.
남편놈도 알고 있었고
저만 빼고 전부 다 알고 있었더라구요.
아빠가 자꾸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했는데
시아버지가 저한테 전화하시더니
호통 치셔서 알게 됐었구요.
그때 처음 얘기를 듣고 남편한테 얘길 했더니
이미 알고 있다고 하길래
그때부터 점점 배신감이 들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 성격이
정말 다정다감 하시고
큰소리 내는 것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저한테 말도 못하고
매번 저 몰래 무상으로 차 수리해줬다는 거 생각하니
눈물나고 미쳐버리겠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엄마가 여행 다시시는 걸 좋아하셔서
제가 처음 알바해서 번 월급으로
부모님 제주도 3박 4일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
부모님이 그걸 기억하시고는
이번에 제주도를 한번 더 다녀오시면서
저한테 장문의 손편지를 쓴 뒤
저희집 우편으로 보내셨었는데
그걸 남편이 보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너 부모님 제주도 보내드렸냐길래
아니라고 어렸을 때
알바해서 번 돈으로 보내드렸고
옛날 일 생각나셔서 쓴거다 했더니
기분 나쁘다고
자기 부모님도 여행 안 가본지 오래됐다
자기 부모님도 일본 보내달라해서
우리 부모님이 제주도 갔다고
시부모님들도 여행가야 한다는게
애초에 이해도 안 가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라
보내고 싶으면 오빠 돈으로 보내줘야지
왜 내가 보내줘야 하냐 따졌더니
나중에 그걸 또 시부모님한테
장난식으로 00이가 여행 보내준대~
이런 소리를 들어놔서
저는 그런말 한적 없다고 난리치고
집안 날려먹을번한 적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월급은 각자 관리했구요
(맞벌이니까)
결국 여행 못 보내드렸더니
시누가 전화가 와선
저보고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여행 보내드리라고
여행 얘기를 꺼내놓고 못 보내드린다는건
도대체 무슨 행동이냐
지금이라도 여행 보내드리고
한살이라도 나이 더 먹은 사람 말 들으라고 하길래
결국 제 돈으로 여행 보내드렸습니다.
그 외에도 시댁 제사에
남편은 일한다고 못가니까
저만 가라고 해서 저도 일한다고 하니
남자랑 여자랑 같냐고 한 적도 있고
저보고 김장 못 담그러 올거면
김장비라도 보내라 (김치 안 받아먹습니다)
명절 때마다 집 못가게 하기
(가려고 하면 어려서 전통을 모른다고 타박함)
등등 말도 못할 정도로 많은 얘기가 있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저는 결혼하기 전에 부모님과 살면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있었는데
결혼하고 난 후부턴 우울증이 심해졌고
부모님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부터 나고
목소리 조차 행복하지 않은게 티가 나서
부모님이랑 전화도 잘 못하게 됐습니다.
일하고 집에 와서 밥, 청소, 빨래,
시댁에 안부전화, 시댁 일 등
제 시간은 단 1분도 없었고
집에서 퇴근해서 롤 하고 있는 남편 뒷모습 보고
아 이거 못참겠다
이혼해서 내 인생 살아야겠다 결심했습니다.
그 다음날 퇴근하고 다짜고짜
연락없이 친정으로 갔는데
엄마아빠가 원래 같이 살던 사람들처럼
왔냐고 자연스럽게 반겨주는데
울면서 나 못살겠다고
너무 힘들다고 앞뒤도 맞지않게 횡설수설 하며
얘기를 다 했습니다.
사실 나 이렇게 살고 있다고 했더니
엄마 아빠가 오늘부터 집에서 자라
두번 다시는 그 집으로 안 보낼 것이고
이혼 시킬거니
아무 걱정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라 하신 뒤
시댁 찾아가서
화도 안 내시는 분들이 쌍욕까지 하시면서
남의집 귀한 딸한테 뭔 짓이냐고
화를 미친듯이 내고 돌아오셨습니다.
이혼하는 과정도 참 험난했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집에 찾아오기도 하고
아빠 직장에 찾아오기도 하고
욕 문자를 보내다가도
이혼은 아닌 것 같다며 구구절절한
문자를 보내는 시댁 식구들이
미친 사람들 같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결국 이혼을 하게 됐고
지금은 부모님 집에 살면서
제 인생 살게 되니 행복합니다.
결혼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둘이 만나 혼자 살때보다
더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게 결혼인데
혼자 살때보다 힘들면 그걸 왜 하나 싶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전통을 빙자한
잘못된 문화가 깊숙히 박혀있고
여자가 집을 해오고 결혼 비용을 100% 다 내고
남자가 숟가락만 가져와도
결국 제사는 여자가 지내고 밥도 여자가 합니다.
안하는 집도 있겠지만
하는 집이 더 많을 뿐이고요..
한번의 이혼으로
많은 상처를 받으며 생각한게
두번 다시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 어린 선택과 섣부른 판단이
이런 불행을 불러왔지만
단지 그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혼 하시기 전에
꼭 잘 고민해보시고 생각하셔서
슬픈 결혼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런 결혼문화가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