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격이랑 정반대로 태어난 딸 때문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엄마

어제 8살 딸애 머리를 한 대 내려쳤습니다.

과잉행동이 너무 심해요.

평소에는 수줍고 내성적인데

차라리 그러면 가만히나 좀 있던가

(무리한 발표나 안녕하세요 소리 내어

인사 같은건 포기한지 오래입니다

제발 고개만 숙이고 등 뒤에 있어달라고 부탁했어요.)

낯선 어른이나 친구들

많은 사람들을 갑자기 보면 제 등이나

엉덩이에 코박기하고

어디서 배웠는지 우끼끼 우끼기끼낏 라면서

이상한 말을 반복해서 하고

부끄러운 상황이 되면

바보 같은 얼굴 하고 이상하게 혀를 쭉 내밀고 있다던가

눈을 까뒤집기 한다던가

볼을 부풀리고 있다던가 같은

꼭 이상한 얼굴 표정 행동 몸짓을 합니다.

본인은 부끄러워서 그렇다고 하고요

나아지겠거니 하고 정말 도 닦듯이 참고 있습니다.

저랑 남편 성격 영향은 절대 없는게

저는 부끄러움이 별로 없는 편이고

학생회장 같은 것도 몇 번 해봤고

남편은 수줍고 조별과제 발표나

대표인사 같은 때는 썩 나서기 좋아하진 않지만

심한거 아니고

사회생활도 무리없이 하는 정도입니다.

아이가 adhd인가 싶어

어린이집 선생님, 유치원 선생님하고 상담도 해보고

서울의 메이저급 대학병원은

어린 둘째 때문에 힘들어 못가보고

(저도 둘째 때문에 그런거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 생각하겠지만

둘째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래왔습니다

저도 어린 나이라 그렇겠거니

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계속 이러네요)

집 근처 대학병원 소아정신클리닉 가봤는데

긴장감이 좀 높은 편이라고만 했고

지능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동작성 지능이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전 낮을 줄..하긴 평소에 구두끈 묶기랑

젓가락질은 매우 잘합니다)

그리고 평상시 평범한 유치원 생활은

이상하리만큼? 별 이상없이 잘 한다고 합니다.

낯선 사람 만났을 때가 문제고요..

아무튼 어제 제가 참다 참다 터졌는데

아이가 입이 짧은 편이라

외식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합니다만

아버님 생신 외식이라 안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생선횟집에서 어린이 돈가스와

카레덮밥이 나와서 그걸 시켜줬고

심심해할까봐 장난감도 챙겨가고

평소 좋아하는 책 시리즈 아직 안본거랑

그림 그리기도 챙겨줬고

오늘은 할아버지 생신이니까

다른 가족들도 온다고

좀 지루해도 꼭 참아야 하는 행사니까

심심하면 엄마한테 바로 이야기하고

긴장이 되어도 엄마한테 이야기 하라고

그럼 엄마가 데리고 잠깐 나가주겠다고

조용히 먹고 얌전히 있어야해..

라고 약속 받아내고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그 앞에서 카레가 나오고

낯선 친척어른이 오자마자

와 설사똥이다! 와 설사똥 덮밥이다!

우웩 우웨엑 뿌지직 뿌지직 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이가 장난치면

바로 집에 오는거라는 조언은 도움이 안되는게

본인은 집에 가는걸 바라고 저러는거니까요..

(실제로 집에 몇 번 바로 왔더니

좀만 심심해도 바로 소리 지르는 습관이 생겨서

곤란해진 상황이 많이 있었습니다.)

도대체 8살인 애가

1시간 정도 되는 외식도 못참는게 말이 되나요?

애가 이상한짓을 하니까

어딜가든 데리고 갈 수가 없습니다.

아버님한테 애들 아빠하고만 생신잔치 하세요

하기도 좀 그래요.. 도대체 언제까지요..

그래서 그만.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야 그만.

조용히.

단호하게 말했는데도

계속 바보 얼굴을 하고 뿡뿡 방귀소리를 내길래

화장실 가고 싶니?

같이 화장실 갈까? 하고 끌고 나왔어요.

그리고는 아까 했던 말 다시 해봐. 했더니

히죽거리면서 또

설사카레~ 설사똥~ 하더라고요.

그순간 머리를 한 대 올려붙였어요.

큰 소리로 비죽비죽 울려고 하는데

그순간 딸이고 뭐고 얼마나 밉던지

순간 돌아버릴 것 같더라고요..

짱구 이런 것도 보여준 적 없고

나름 신경써서 키웠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다시해봐. 했더니

또 울먹거리면서 설사카레.. 설ㅅ..할 때

또 한대 올려붙이고

그러고 나서

식사시간에 똥 방귀 이야기하고

히죽거리고 떠들고 하지말라고

엄마가 몇백번은 이야기했지?

집에서부터 약속했지?

니가 짐승이냐 사람이냐?

개도 훈련시키면 알아듣는데

너는 도대체 개보다 못한거냐

좀 있음 학교도 가는데

너 거기서도 그러면 모자라다 욕 먹는다

제발 그러지마.

앞으로도 그러면 정말 나 너 안 볼거야 알았어?

좋은말로 하면 왜 말을 못들어? 하고

막 퍼붓다가 제가 엉엉 울었어요..

그러니까 다시는 음식 앞에서

더러운말 안한다고 약속하고

죄송하다고 하긴 했는데..

눈물 싹 닦이고 물 먹이고 들어가서

외식 겨우 마치긴 했어요.

오늘 아무 일 없다는듯이

일어나서 유치원 보내긴 했는데

제발 다시는 이런 일 안 생기면 좋겠습니다.

8살 다른 여자 애들은

말도 이쁘게 하고 새침하던데

전 나름 신경써서 키웠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고 미치겠고

이런일로 제가 얼굴 붉히고

소리 질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또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도망가고 싶어요..

다음에 또 그러면 어떡해야하나요

다른 집 애들은 어떻게 키웠길래 이런 짓 안하나요

+추가

전 사실 이번 일 이후로 고쳐진다고 해도

뭔가 허무할 것 같은게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상황 연습도 하고 곤란해도 집에도 와 봤다가..

정말 백방으로 노력해도 못고치던게

정말 원시적으로

8년간의 이성의 끈이 끊어져서 무식하게 팼더니

고쳐지면 그간에 노력이

너무나도 허무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그간 노력한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고쳐지지 않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전 애를 낳기 전엔 평화주의자였고

인간이 인간을 때려선 안된다고 생각을 했고

남에게 막말 한 번 해본 적도 없어요.

남을 크게 오래 미워해본 적도 없고

근데 제가 낳은 자식을

이렇게 미워하게 될 줄은 몰랐죠..

많은 조언 부탁드리고

병원도 다시 가보고

역할놀이도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