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부터 잠자는 시간 빼고 일만 했는데 빚이 많다는 여자

박복한 팔자로 태어나

어릴적엔 친척집에서 혼자 눈치보며 얹혀살고

중고딩때 엄마가 재혼하면서

새아빠랑 사니까 좀 행복해질 수 있었나 싶었더니

엄마는 매일 장사하느라 늘 혼자였고

새아빠는 빚도 들고와서 집이 기울기 시작하더니

결국 스물한살부터 알바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나 키우느라 병 관리 못한 엄마는

점점 더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고

새아빠란 사람은 착한데

진짜 밥벌이 못해서 돈도 못 벌어오고

아직 어리딘어린 내가

엄마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없어 참고 살았는데

또 한번 빚보증 잘못 서신 새아빠 때문에

월급 받는 직장에 들어가고도

빚과 가난에 계속 허덕이게 되고..

수술비에 입원비에

투잡 쓰리잡을 뛰는데도 빚은 늘어가고

엄마의 우울증도 심해지고

조용한 날이 없는 집안

부모님 안 볼 각오로 독립도 해봤는데

수시로 쓰러져 구급차 실려가는 엄마 때문에

다시 병원비 구해보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대출사기 당해서 빚을 또 들고 온 아빠.

잘해보려다 그런거기에,

그저 무지해서 그런거기에.

애 딸린 우리 엄마 만나

불평 한번 안하고, 나 구박 한번 안하고

그저 늘 엄마 옆에 딱 달라붙어 있어주는게

고맙고 미안하고 짠해서 또 아무말 못하고

수십년만에 갑자기 친부에게 연락이 닿았는데

도와달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나에게 자신이 늙고 다치니 기댈 곳이 없다며

일하기 힘드니 먹여살리라고

같이 살집 알아보라는 정신나간 친부

그 모든걸 참고 이겨내고 버텼는데

빚은 2600만원이나 쌓여있고

제주도 한번 못가보고

21살부터 10년을 넘게 일만 했는데

하고 싶은것도 많고

살고 싶은데 살고 싶지가 않네요.

아픈 엄마한테 나까지 빚 떠안기는 절망감은

절대 주고 싶지가 않아서

빚은 다 갚고 죽어야지 생각하는데

이러다 엄마가 먼저 돌아가시면

이 절망감을 감당은 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추가글

얼굴도 모르는 저한테

많은 걱정을 해준 분들 중

중간중간 이런저런 방법을 제시해주신 분들이 있어

조금 설명을 해드릴까 합니다

제 빚은 8천만원이었고

회생은 이미 신청해서 이제 1년 조금 안되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입원과 수술이 거듭되어

늘어난 빚이 있었고 지금 남은게 2800만원인겁니다.

어머니는 30대 초반

미친듯한 시집살이와 가정폭력

그리고 남편의 외도를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나오셨고

지금의 저보다 어린 나이에 저를 데리고 집을 나오셨습니다

친척집에 맡겨놓고

밤낮없이 타지에서 일하신 월급은

모두 친척집에 갖다주고

어머니는 일하는 곳 쪽방에서 먹고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중매로 지금의 새아빠를 만나셨고

제대로 된 가정을 이뤄보자 하고

저를 다시 데리러오셨습니다.

새아빠가 좀 무능하고 도박도 하셨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강하게 말리셨고

지금은 직장에 잘 다니시며

용돈 받아 사셔서 도박은 손도 못 대십니다.

이전에 말했듯 지금 저는

저 혼자 엄마를 부양할 수도,

아빠의 빚을 감당할 수도 없기에

전 부모님을 끊을 수 없습니다.

엄마는 심장수술 두번을 하셨고

오랜 지병도 있으셔서

합병증에 지금은 시력도 거의 안 보이시고

거동도 불편하십니다.

요양원 비용도 비용이지만

요양원을 가시기엔 아직 젊은나이이시고

제일 큰 문제는 요양원에 보내면

제가 정말 불효자가 되는 것 같습니다.

치매도 아니고 할머니도 아니고

아직 검은머리 아줌마인데

돈 못벌고 아프다고 병원에 보내는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습니다

미련하다고들 하시겠지만

제 팔자 제가 꼬고 있다고 하시겠지만

생각해보면 엄마는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잖아요..

지금도 가끔

그때 친정에 돈 다 보내지말고

병원만 제때 갔다면 안 아팠을텐데,

내가 없었다면 좀 더 좋은 사람과

새출발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합니다.

추가글이 너무 길었죠?

힘들어서 고민하다 쓴 글이

이렇게 절 수다스럽게 할 줄은 몰랐네요.

그냥 누구한테든 말하고 싶었네요

힘들어지고 나쁜 생각이 들 때마다

정신 차리고 살아보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