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만 먹으면서 9kg 뺐다가 정신이 나가버린 여동생..

우리집에 감자만 2달째 처먹고 있는

정신 나간 애 생각나서 글 써본다

비극의 시작은 2달 전 쯤이었음

우리집이 식료품을 웬만하면

대형마트 쇼핑몰에서 주문해서 먹는데

엄마가 감자 한박스를 시킨다는걸

갯수를 잘못 눌러서 5박스를 시킴.

배송기사 아저씨가 감자박스를 계속 내려놓으시는데

엥? 어?? 어??? 하다가 5박스나 쌓여서

그 때 엄마가 주문 실수한 걸 알게 됨.

암튼 엄마는 이거 절대 다 못먹는다면서

오래 두면 썩는다고 반품한다고 하셨는데

막내 여동생이 방에서 나오다가 그걸 보더니

“그냥 먹자. 내가 다 먹을게. 어차피 나 다이어트 해야돼”

라고 하는거임

마침 동생이 다이어트 할거라고

거실 바닥에 매트 깔고 요가하고 난리칠 때라

엄마도 그냥 “그래라” 함

그 말 듣자마자 동생이

감자 한박스를 뜯어서 씻고 찌기 시작했고

오랜만에 감자 삶는 냄새에

가족들이랑 사이좋게 감자 나눠먹었는데

진심 이 때만 해도 동생 멀쩡했다;;

이날 이후로 동생이 진짜

물이랑 감자만 먹기 시작함.

매끼마다 찐감자 2개씩 먹었던 것 같음.

솔직히 한 3일정도 하다가 때려칠 줄 알았는데

내가 출근 때문에 아침을 먹고 있으면

동생은 찐감자 두 개를 접시에 담아서 거실로 감.

감자 먹는 모습도 가관인게

전쟁 피난민 마냥 벽에 등을 기대고

감자를 두손으로 잡은 뒤

허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후후 불어먹음.

일 끝나고 집에와서 다 같이 저녁 먹을 때도

동생은 어김없이 찐감자 2개를 불쌍하게 먹고

또 다음 먹을 감자 삶기를 무한 반복..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는데

밤에 갑자기 맥주가 땡겨서

마트에서 맥주랑 치킨을 사와서

가족들이랑 먹고 있는데

그만하고 좀 먹으라고 해도 동생은 죽어라 안먹음.

초점 없는 눈으로 쳐다만 봄.

그거 보고 아 이년 마음 독하게 먹었구나 생각하고

한숨 쉬고 자러 들어갔고

또 다른날에는 밤에 컴퓨터 하다가

배가 고파서 주방으로 갔는데

솥에 찐감자가 미친듯이 쌓여있길래

두개 정도 접시에 덜어서 방으로 가는데

복도에서 동생이랑 마주쳤더니 하는 말이

“내 감잔데?.. 뭐해..?” 이러는데

진심 존나 무슨 귀신 들린년 마냥 무서워서

“아 배고파서 좀 먹을려고..” 이러니까

“그거 갯수 맞춰서 찐건데.. 오빠가 그걸 왜 먹지..?”

이러면서 화장실로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진심 존나 무섭더라.

감자 귀신 붙은게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음..

그리고 1달 쯤 됐을 때였나

동생 혼자 감자 4박스를 처먹고

이제 1박스 밖에 안 남았은 상태였는데

무심코 감자 다이어트 시작 전 동생 모습과

지금 동생 모습을 비교해보니

살이 엄청나게 빠진게 느껴지는거임

진짜 뼈까지 보일 정도로 ㄷㄷ

가족들도 그러고보니 살 엄청 빠졌다고 하고

맨날 55-56 왔다갔다 하는 애였는데

물어보니까 9kg나 빠졌다고 하더라

거울 보면서 혼자 실실 쪼개면서 좋아하고

감자 먹을 땐 동태 눈깔로 변해서 감자 쳐먹고

암튼 또 한번은 주말 오후에

오랜만에 마당에서 가족들끼리

삼겹살 구워먹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고기 먹고 있을 때

동생은 영혼 나간 사람 마냥 찐감자만 먹길래

아니 고기 냄새 맡으면 되려 먹고 싶을텐데

여기 왜 나와있냐고 했더니

고기 냄새 맡으면서 먹으면 고기맛 난다고 개소리 하길래

내가 “그만 깝치고 몇점 먹어라

이거 먹는다고 살 안찐다;” 라고 하니까

동생이 불판에 있는 고기를 보곤

과도로 찐감자를 고기 모양으로 자르고

불판에 올려서 굽길래

얘 진짜 정신 나간건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찐감자만 먹다가 기름에 구워진 감자를 먹으니까

눈 존나 커지면서 너무 맛있다고

연거푸 지랄을 해대더니

먹는 동시에 감자를 계속 잘라서 구움.

안쓰러워서 허브솔트 좀 뿌려줬더니

이런맛 너무 오랜만이라고

휴게소에서 파는 통감자 같다고 쳐 울먹이기 시작

그러면서 감자만 한 3-4개를 혼자 쳐먹는데

속으로 저러면 다이어트 의미가 있나?

생각했는데 걍 아무말도 안했다

그리고 현재 2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오늘 아침에도 감자 2개 후후 불어먹으면서

지 혼자 실실 쪼개는거 보다가 나왔음

입맛에 잘 맞는건지

아니면 정신이 나간건진 모르겠는데

확실한건 감자 귀신 붙은게 분명한듯

다이어트 시작 전이랑 비교하자면

살은 진짜 확실히 존나 빠졌고

피부도 좋아진 것 같음.

원래 피부는 무결점이었는데

우유주사 맞은 것 마냥 허얘짐.

확실히 다이어트로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정신 나가는게 단점인듯

어제는 또 찐감자 질린다고

으깨서 먹더니 식감 다르다고 좋아하던데

진짜 어디 좀 모자란 애같음

오늘은 또 지 유학 시절에 쳐먹던

감자요리 생각난다고 내 아이디로 글까지 썼던데

퇴근하고 마트 들려서 치킨스톡인지 뭔지 사가야함

감자에 정신나간년임

1.감자 잘못시킴

2.동생이 감자 다이어트 함

3.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