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엄마 말고 친엄마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된 여자 ㄷㄷ

저희 가족은 아빠, 엄마

그리고 저와 여동생으로 총 네식구이고

이십여년을 사는동안 집에서 큰소리 한번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화목한 가정이었습니다

부모님 금슬도 매우 좋았고

가족 자체 분위기가 매우 화목했습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로

좋은 대학에 안정적인 직장

그리고 저희 아빠 같은 좋은 남자를 만나

내년에 결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명절 연휴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망가졌습니다.

제가 거리가 꽤 먼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혼자 집에서 나와 살고 있는데

명절이라 집에 내려갔더니

집에 웬 모르는 여자분이 한분 와계셨습니다.

인사 먼저 드리고

누구시냐는 눈빛을 부모님께 보냈는데

부모님이 뭔가 난처해 하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엄마가 절 데리고 장보러 가자고 하여

짐을 놓고 바로 시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다시 돌아왔을땐

그분은 이미 떠난 뒤였고

행복한 저희 네식구 오랜만에 뭉쳤다며

영화도 보고 맥주도 먹고

그렇게 아무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건 다음날이었습니다

명절 당일 차례를 지내고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누가 이름을 불러 돌아보니

어제 그 모르는 분이 서계셨습니다.

그리곤 잠깐 차 한잔 하자고 하시길래

무슨 일이시냐고

부모님 집에 계시니 들어가자 했더니

저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다하여

근처 카페에 어리둥절한 상태로 가게 되었습니다.

해줄 말이 있다던 분은

막상 자리에 앉으니 침묵이 길어졌는데

입을 뗀 첫마디는 제 이모라고.

이 말을 듣고 무슨 정신으로 들었는진 모르겠는데

집에 와서 대충 정리해보니

지금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며

세살 터울 동생 역시 배 다른 동생이고

제 친엄마 되시는 분은

현재 엄마와 아빠의 외도로 저를 놓고

이혼했다 하셨습니다.

이모라는 분이 저에게 찾아온 이유를 물었더니

현재 친엄마가 몸이 많이 좋지 않다며

가망없이 하루하루 연명치료로 버티고 계시는데

가시기 전에 한번이라도

제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긴가 싶고

믿음이 전혀 안 가고 있는 상태에

그분이 엄청 우시는 모습을 보며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점점 실감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더 많은 얘기를 하셨습니다.

현재 엄마와 아빠가 불륜을 했고

친엄마는 이혼할 수 없다고 끝까지 버텼는데

애까지 딸린 이혼녀 만들 수 없다는 외할머니와

경제력 운운하며

혼자 절 키울 수 있겠냐는 아빠의 강압에

절 뺏기다시피 이혼하셨다고요.

그 당시면 간통법도 있었을텐데

어떻게 순순히 이혼하냐 묻고 싶었지만

그냥 머리가 너무 새하얘서

그 어떤 질문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혼 후에 친엄마는 정신을 놓고 사시다가

외조부모님 뜻으로 재혼을 하셨는데

우울증으로 얼마 못가 이혼 당하셨고

그 뒤로 혼자 생을 사시다가

병까지 걸리게 되어 현재 상황까지 오셨다고 했습니다.

평생을 저를 그리워 하면서도

갓난쟁이때 헤어져 친엄마 존재를 모르는 저에게

혼란을 줄 수가 없어서 나타날 수도 없었다고도 하셨고요.

이모란 분은 제작년 친엄마의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면서

저를 찾아올 생각을 몇번이고 하시다가

이미 저희 집을 찾아온 적도 몇번 있었고

그때마다 저희 부모님께서 돌려보내셨는데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억지로라도 저를 직접 만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제 회사나 자취집을 모르니

제가 본집에 오는 명절에 오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도 함께요.

드라마에서나 보던 얘기라

거짓말이라 믿고 싶어도 눈물 반 미안하단 말 반에

겨우 한마디 떼는 모습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서 더 힘드네요.

제가 살아온 모든 것들이 거짓이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이십여년간 배아파 난 동생보다

절 사랑해준 엄마,

세상 누구보다 우리 가족을 먼저 생각한 아빠

그리고 정말 친자매인 줄 알고 살아온 동생.

친엄마를 생각하면

엄마 아빠를 용서하지 못할 일인데

기억도 나지 않는 친엄마를

부정하고도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냥 없던 일이라 하고 싶어도

친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멀쩡하게 가족들을 볼 자신이 없습니다.

아직 부모님은 제가

이모란 분을 만났는지 모르시는 상태인 것 같고

밤새 술먹고 울고 아무 생각 없이 방에만 있는데

이와중에도 예비신랑이랑 싸운 줄 알고

부모님이 O서방 혼내준다며

우리딸 기분 풀라고 하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될까요..

추가글

술 먹고 해당 글을 작성한 뒤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생각나서 들어와보니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사실 다시 글을 쓸까말까도 고민 많이 했습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고 좋은 일도 아니어서요.

주작이라는 분들도 많은데

저도 차라리 주작이면 좋겠습니다.

그 뒤로도 제가 정신을 계속 못차리니

저녁에 부모님이 저를 따로 부르셨었어요.

눈치를 살피다

혹시 그 분을 만났냐면서 묻더라고요.

무슨 정신으로 말을 했는진 모르겠는데

침묵과 눈물이 반이었고

부모님은 엄마가 친엄마가 아닌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대화를 하셨는데,

친엄마와의 이혼 사유는 말씀 안하시고

그냥 어릴 때 재혼했고

친엄마처럼 키웠다고

혼란 올까봐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근데 평생 숨길 생각은 없었다며

친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운 것은 거짓이 아니라고요.

근데 전 거기에 대고

친엄마의 존재와 이혼 사유에 대해서

도저히 말을 꺼낼 자신이 없어서

얘기 듣다 방에 들어와 울다 지쳐 잠들었습니다.

시체처럼 보낸 명절이 끝나고

본집을 떠나 혼자 자취하는 곳으로 올때까지도

전 이유를 묻지 못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도저히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외면한 것 같네요

댓글에 친엄마를 꼭 찾아뵈란 얘기와

지금 부모님을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는데

사실 제 입장에선 친엄마와 이모를

조금 원망도 했습니다.

지금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진작 찾아오지 않고

왜 이제와서 왜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지

살면서 나에게 찾아올 기회가

분명 여러번 있었을텐데

왜 한번도 날 찾아오지 않았을까

이혼 사유가 정말 불륜이 맞을까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지냈습니다.

친엄마를 지지난주 발인때 찾아 뵙긴 했습니다.

정말 슬퍼서인지 그곳의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제 힘든 감정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울었고

친엄마가 그리워서인지 미안해서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생전 본적 없던 분들이 저를 끌어안고

가슴을 치며 우시는데

그냥 제가 죄인이 된 것만 같았고

이모는 친엄마가 너무 아파서

편지 한장 남기지 못하고 갔지만

마지막까지 제 이름을 불렀다고 하셨습니다.

제게 상처가 될까

평생 마음으로만 그리워하다 가셨다고

못만나고 갈줄 알았으면

이모가 절 찾아오지 않으셨을거라 하시네요

미안하다고요.

그 후로 주말에 아빠를 따로 만나고 왔습니다.

친엄마는 뵙지 못했지만

장례식에 다녀왔다고 말했고

이모란 분한테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고도.

결론은 이모가 하신 말씀은 다 맞았었습니다.

친엄마와 아빠가 관계가 소원할때

경리로 들어온 지금의 엄마를 만났다고 까지만.

더 세세한 얘기는 듣질 못했지만

딱히 묻지도 않았습니다.

친엄마한텐 다음생이 있다면

평생에 걸쳐 용서를 구하고 빚 갚겠다고.

지금 엄마를 너무 사랑했고

저와 지금 우리 가족들을 너무 사랑한다고.

사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집보다 화목했던 집이었기에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오고

지금은 부모님이랑 연락 안하고 지냅니다.

차라리 댓글처럼 친엄마를 보러가라는 말을 듣고

명절 당일에 바로 갔다면

얼굴 한번은 뵙고 왔을텐데 후회도 들고

친엄마는 평생 저를 기다렸을텐데

왜 고민하다가 기회를 잃은건지 후회되네요.

아무튼 긴 글 읽어주신 분들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 부모님과 나중에는 모르겠지만

현재로썬 연락은 끊고 살려고요.

기억속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친엄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피는 물보다 진하네요.

힘든 나날이 이어지겠지만

힘내서 살아볼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