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굶은 사람 마냥 먹을 거 보이면 눈 돌아버리는 남편

연애 당시에는 식탐 많은 줄 몰랐습니다

1년 만나고 바로 결혼했는데

같이 생활 해보니까 도저히 못참겠네요

먹을 거 가지고 싸우는게 창피해서

베프한테도 말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혼합니다.

연애 당시에는 식탐의 식자도 모르는

그냥 매우 평범한 남자였고

결혼하고도 한동안은 정상적으로 식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치킨이나 햄버거를 시키면 집까지 안 시키고

배달기사 힘들다는 핑계를 대면서

굳이 1층 공동현관까지 받으러 내려간 뒤

닭다리나 감자튀김을 1층부터 먹으면서 옵니다

첨엔 왜 저러나 싶다가 점점 빡친게

깨끗하게 포장 뜯어서 먹고 싶은데

케찹 줄줄 빨면서 기름 범벅인 손으로

이리저리 후정거린거 보면 밥맛 바로 뚝 떨어지고

배달음식 시켜먹기 시작한 뒤로

봉인해제라도 된건지

진짜 식탐이 미친놈 마냥 시작됐는데

같이 밥 먹다가 잠깐이라도 자리 비우면

내 국그릇 뒤져서 고기 건져가느라

식탁에 비온거 마냥 후두둑 국물 흘려놓습니다.

고기반찬이나 햄이라도 있는 날엔

젓가락에 꼬치 만들듯

주르륵 꽂아서 먹는데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젓가락질 하기 귀찮아서 라고 합니다

열받아서 한 그릇 음식하면

침 잔뜩 발라놓은 숟가락으로

나 한숟갈만 그러면서 음식 다 뒤집어놓고요

매번 모든 음식을 너무 빨리 먹어서

먹을 때마다 큭! 큭! 거리면서 물 쳐마시는데

집에선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같이 밥 먹으면 진짜 사람 미치겠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거 해놓거나 사다두면

밤에 국냄비나 냉장고 뒤져서 다 쳐먹고

그마저도 없으면

참치나 꽁치 캔 따서 손으로 집어처먹은 다음

냉장고 문이나 식탁

그리고 바닥에 기름 범벅을 해놓습니다.

그래도 결혼했고 남편이라

잘 먹으면 좋다는 생각으로 참아보려 했는데

오랜만에 고생해서 김밥 쌌더니

오 김밥 하면서 양푼하나 들고와선

김밥 다 터트린 다음에 비빔밥처럼 만든 뒤

숟가락으로 퍼먹습니다.

그거 보고 있으면 내가 왜 개고생해서

김밥 싼지도 모르겠고

비위 상해서 그냥 너 다 쳐먹어라 하면

먹는 걸로 서럽게 한다고

장모님한테 다 이를거라고 난리.

전 솔직히 식탐도 없는 편이고

밥보다 디저트를 좋아해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밥 대신

좋아하는 케익이랑 커피 마시면서

드라마 보고 싶을 때도 많은데

일부러 홀케익으로 주문해서 냉장고 넣어두면

먼저 퇴근하고 집에와서

한 가운데를 손으로 다 파쳐먹어 놓습니다.

제가 비위 약하니까 못 먹게 하려고요

결국 대형마트에서 제일 싼 빵이나

제일 싼 케익 잔뜩 사다놓게 되고

솔직히 이새끼보다 제가 더 버는데도

돈 벌면서 좋아하는 디저트 하나

맛있게 못 먹는 내 처지가 한심해서 현타가 오더라고요

그냥 가리는 음식도 없습니다.

배도 안 고프면서 일단 음식이 있으면

영역표시 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에다가 지 침 다 발라놓습니다

처음 1년은 어리둥절 했었고

그러다 말겠지 배가 고팠겠지

잘 먹는게 나쁜건 아니니까 하다가

2년차 부터는

식탐 때문에 이혼했다는 말 안 들으려고

이를 악물고 죽기 아님 살기로 참았고요

제 한계는 3년차까지 였나보네요

어제 이혼하자고 말했더니

뭔 먹는 걸로 이혼하자고 하냐며 노발대발

도저히 이새끼랑은 못 살겠습니다.

맨날 일하고 집와서 살림하는데

이혼하고 밥이라도 사람처럼 먹으면서 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