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은행장 아들이 평범하게 대학 다니면 생기는 일

너희들 금수저 애들이

왜 금수저 애들끼리만 친하게 지내는지 암?

이게 뭣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해를 하는 편임.

가난한 것도 아니고 그냥 중산층 정도 되는 애들도

금수저라 하면 자격지심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건에도

열배는 더 아니꼽게 바라보는 경향이 분명 있음.

나 대학교 다닐 때 썰을 좀 풀자면

일단 대학교 막 입학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감.

편의상 A라고 칭하겠음

A라는 친구가 외모는 평범했는데

성격이 쾌활하고 깝치지는 않으면서

굳이 빼지는 않는 그런 성격인 애였음.

대부분 대학교 입학하면

서로 친목질 하느라 정신 없잖아?

어떤 앤지 알아보고 맘 맞으면 베프 먹는거고

아니면 그냥 지인 되는거고.

A를 알게 된 것도 대충 그런 시즌이었음.

눈에 띄게 나대지는 않았는데

그냥 성격이 둥글둥글한 게 나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그런 친구.

남들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약간’은 좋은 옷을 입고 있구나 느낄 정도?

암튼 엠티가면 대학생들끼리

장난으로 노예팅이라는 걸 해서

엠티 장소에서 술게임이나 야외활동,

피구 등등 같이 하는 짝을 만드는 게

그 당시 유행이었는데

나는 180원. A는 3천원에 팔렸었음.

그 때 당시에는 그렇게 그냥 평범하면서도

‘성격 괜찮은 애’로 우리 과에 인식이 되던 그 놈이

금수저에 대한 내 인식을 싹 바꿀 줄은 몰랐지.

대학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지나갈 수록

A에 대해 뒷얘기가 스멀스멀 나오기 시작했음.

뒷얘기가 무엇인고 알아보니

바로 A가 존나 부잣집 아들내미라는 거임.

그것도 처음 SNS로 캐낸 새끼가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거지

A가 자기 입으로 집안 이야기를 떠들고 다녔다거나

돈이 많은 척을 한 것도 아님.

그 당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공중파 TV 광고에도 나오는

무슨 저축은행 은행장 아들이었음. (제 2금융권)

나중에 A랑 같이 술 한잔 하면서

내가 물어봐서 알게 된 사실인데

별장도 따로 있고 말도 키운다더라.

하지만 A는 그런 걸 티내고 다닐 애가 아니었음.

그냥 단체 술자리에 가면

회비 꼬박꼬박 잘 내고

돈 빌려달라는 친구 있으면 쉽게 잘 빌려주는 정도.

차를 끌고 다닌다거나

명품을 두르고 다닌다거나

이런 짓도 전혀 안하던 친구였음.

그렇게 서로 같은 과 생활을 하면서

친하게 지낸지 2년 정도 지날 무렵

슬슬 A에 대한 나쁜 소문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음.

이유인 즉슨,

A가 술자리에서 통크게 쏘는 걸

보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 문제였음.

난 따로 다니던 무리가 있었어서

A랑 24시간 붙어다닌 건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얘랑 다니던 친구들이

A를 은근슬쩍 씹고 다니기 시작한거임.

집에 돈도 많으면서 안 쏜다고.

그 얘기 듣고 존나 어이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그놈이 진짜 불쌍하더라.

예전에 한번은 축구하다가

A랑 친했던 새끼 하나가

멍청하게 골대에 얼굴을 박아서

눈썹이 크게 찢어졌는데

급하게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서 꿰멨었던 사건이 있었음.

근데 대학생이 돈이 어디있겠냐.

다들 부축해주고 도와줘도

그 누구도 병원비를 보태주지는 않았지.

사실 보태줄 이유도 없잖음

지가 혼자 달리다가 멍청하게

골대에 머리 쳐박고 다친건데.

근데 나중에 안 사실이

그 때 A가 병원비를 10만원 보태줬다더라.

문제는 아무도 그런 걸 고맙게 생각을 안했음.

다친 새끼가 과 대표였었는데

생각없이 쾌활한 애라 그랬는진 몰라도

A가 없는 자리에서 그 얘길 꺼내더니

이렇게 딱 말하더라.

“A 그 새끼는 집에 돈도 많은 새끼가

딸랑 10만원 보태주더라ㅋㅋ 병원비 30 깨졌는데”

그 이후로 A가 별 뜻 없이 이야기 하는 것들도

A가 없는 자리에서

통상 치르는 의례처럼 곱씹어지게 되었고

다들 A를 아니꼽게 바라보기 시작한거임.

A가 누구한테 피해준 적도 당연 없을 뿐더러

오히려 친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금전적으로 많이 도와줬음에도.

집 잘 사는 놈이 생일 선물로

무슨 븅신 같은 거 해줬다고 씹히고

(텐바이텐에서 팔던 탁상시계)

집 잘 사는 놈이 나이트 가면

룸비 더치페이 한다고 씹히고

집 잘 사는 놈이 돈 빌려주면

꼬박 꼬박 받아간다고 씹히고

그놈의 ‘집 잘 사는 놈이’ ‘집 잘 사는 놈이’.

심지어 A가 한번은

술자리에서 겨울에 스키장 한번 가자고 했는데

그 때도 가관이었음.

과대 새끼가 술 얼큰하게 취해서

“거기 비싸서 어떻게 가. 너나 가ㅋㅋ”

하고 대놓고 면박주는데

다른 놈들 말릴 생각은 없고

다들 쌤통이다 하는 표정이더라.

그냥 누구나 뱉을 수 있는 말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그 어떠한 제안이나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어떤 실수도

그 친구가 저지르면 대역죄인 마냥 보여지고

쿠사리를 심하게 먹었음.

졸업할 때까지 딱히 이렇다 할 만한

큰 사건은 없었지만

졸업하고 SNS 찾아봤더니

여전히 잘 지내고 있고

가끔 동기 선후배 결혼식에도 만나지만

간간히 올라가는 게시물 댓글에

우리 학교 우리 과 애들은 한명도 안 보이더라.

근데 나는 가끔 하트도 누르고 안부도 물었었는데

A는 그냥 그 성격 여전했음.

그냥 둥글둥글하고 사람 좋아하고.

부잣집 새끼는 그냥 부잣집 새끼.

이런 이유만으로 같은 친구임에도

더 많이 베풀어야 하는거고

안 그러면 욕 먹는다는게 불쌍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더 쓰고도 욕먹고

안 쓰면 욕 더 먹고

써도 티가 안나는 게 현실이었음.

결국 지금 A는 나랑 베프가 됨.

사실 우리 집은 그냥 평범한 중산층인데

난 어떤 이유에서인진 몰라도

그냥 A가 딱하게만 여겨졌었고

오히려 돈 낭비 안하고

티 안 내는게 더 좋았음.

지금도 A랑 같이 술 한잔 하다가

달달하게 취하면 A가 그런 이야기를 함.

똑같이 용돈 받아가면서 생활하는 대학생인데

나보다 배경을 보는 친구들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게

사람 힘들게 할 줄은 몰랐다고.

티는 안 냈지만 대학 시절 진짜 힘들었다고.

아직 우리나라가 부자들에게

관대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집 잘 사는 애들 중에 개념찬 애들도 많음.

다만 자격지심에 쩔은,

거지근성으로 무장된 애들이

떼로 사람을 매도하고 은연 중에 요구하고

간단히 말하자면 집 잘 사는 걸 알면

엄밀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조금만 맘에 안들면 폭풍처럼 뒷담까고

부자 프레임을 강제로 씌워서

전형적인 쓰레기로 만들어버리는게

진짜 순식간이라는 거임.

어떻게 보면 부잣집 애들이

부잣집 애들끼리만 일부러 친해지려는게 아니라,

오히려 평범한 애들이 마음을 열지 않고 밀어내기만 해서가 아닐까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