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이상한 동네에 자취를 시작하게 된 대학생..

대학 다닐때 자취를 하게 되었었는데

싼집 위주로 찾다보니

학교랑 좀 많이 떨어진 산동네 꼭대기 쯤에

빌라 옥탑방을 하나 찾게 되었고

보증금 200에 월 20이라는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에 집을 구한적이 있음..

산동네가 좀 걸리긴 했는데

일단 집이 너무 싸고 옥탑방에 대한 낭만도 있어서

집 본 다음날 바로 이사를 했음..

근데 이사한 첫날밤 새벽 2시쯤 됐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어떤 여자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비명에 가까운?

무슨 주문 같은 걸 외우는 소리가 들리는거임.

거의 락커들이 내지르는 샤우팅에 가까웠고

알아들을 수도 없는 아랍어 같은 주문이었는데

그렇게 1시간 가까이 소리가 지속..

며칠 뒤에 알고보니

우리 바로 앞집에서 내는 소리였음.

40대 초중반에 혼자 사는 여자였는데

처음엔 진짜 존나 엄청나게 무서웠음..

가끔 집에 들어가다 마주치는 일이 있었는데

눈빛만 마주쳐도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음..

옷차림도 범상치 않았고

딱 보기에도 미친년이다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의미로는 카리스마가 엄청났음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산동네에서 옛날부터

아주 유명한 미친 여자였음..

그 앞집 여자의 존재를 알게된 이후로

왜 우리집이 그렇게 싸게 나왔는지

대충 짐작이 가기 시작..

집에서 가위를 눌리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거나

뭐 그런건 전혀 없었는데

앞집 미친여자의 존재만으로

집값이 떨어질 수가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됨..

근데 그때 나도 혈기왕성한 어린 나이고

애초에 겁대가리 없던 시절이라

그렇게 크게 무서워 하진 않았고

나중엔 앞집 여자랑 눈 마주치면

인사도 먼저 하고 그랬는데

자주 마주치다보니 이 여자도 뭔가

순해진? 눈빛으로 보는 기분이 들고 그랬음.

그렇게 그 집에서 용케 몇년을 살다가

몇년 후에 그 동네에서 친해진 동생이랑

맥주한잔 마시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그 산동네엔 아주 유명한

3대 미친사람이 있다고 하는거임.

그 3명의 미친사람 중에 넘버원은

항상 동네 입구 어귀에 서서

뭐라뭐라 혼잣말을 하시는

무서운 할머니가 한분 계셨고

우리 앞집 그 여자분이

그 동네 넘버쓰리였다함..

그 얘길 들으면서 속으로

우리집 앞집 여자를 넘버쓰리로 밀어내고

넘버투 자리를 뺏은 그 미친사람이 누구인지

미친듯이 궁금해졌었음.

왜냐하면 넘버원 할머니는

동네에서 너무 네임드라

누가봐도 그 할머니가 넘버원이라는 것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정도로 유명했고

넘버쓰리의 우리 앞집 여자도

동네에서 너무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

내가 알기로는 그 산동네에서 미친사람은

딱 그 두분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몇년을 그 동네에 살면서

내가 모르는 넘버투가 있었다는게

너무 의아했었음..

그래서 그 동생에게

도대체 넘버투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동생이 우물쭈물 하면서 대답을 못함..

처음엔 장난으로 말 안 해주는 줄 알고

너무 궁금해서 그러니까

장난치지말고 제발 좀 알려달라고 그랬더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르키면서

미친년 넘버투가 바로 나라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말 듣고 아차 싶었던게..

그 당시에 홍대에서

인디밴드로 활동하던 시기라..

남자지만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다녔음..

그땐 남자가 장발을 하고 다니면

이상하게 생각하던 시대라..

남들이 보기엔 남자가 머리는 엄청 길고

맨날 옥상에 올라가서

팬티만 입고 노래부르고 헤드뱅잉 하고..

우리집이 또 하필 산동네 아래쪽이라..

옥상에서 발광하고 있으면

위쪽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집 옥상을 보면서

저 미친놈 뭐하고 있는지 맨날 보고 있었던거..

게다가 기존에 아주 유명한

미친년이 사는 앞집에 이사온 사람들은

대부분 몇개월 못버티고

바로바로 이사를 나갔는데..

갑자기 앞집에 이사온 특이한 젊은놈 하나가

몇년을 웃으면서 사니까..

사람들 눈엔

쟤도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았음..

같은 빌라에 사는 아랫층 주민들은

맨윗집 사는 놈들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던데..

당시에 이웃주민 마주쳐도

웃으면서 인사하면 다들 친절하게 받아줘서

난 당연히 몰랐음..

이 얘기 해준 동생도

내가 동네 미친놈인거 아는데

친해진 것도 생각해보면 골 때리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동네에 남아있을 넘버원과 넘버쓰리 소식이

가끔은 궁금해지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