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부러졌는데 아픈 걸 못 느끼겠다던 여자의 ’11개월 뒤 근황’

때는 겨울 어느날 밤

빙판길 걷다가 혼자 자빠짐

자빠지자마자 “엥? 오 이거 통증 뭐야 장난 아니네?”

이생각 들면서 심하게 아프길래

택시타고 집 감

다음날 친구들이랑 여행가기로 해서

짐 챙기고 자려는데 발목이 너무 아픈거임;

발목 보니까 이만큼 부음ㄷㄷ

그래서 파스 붙이고

그냥 인대 늘어난거겠지 생각하고 걍 잠

다음날 일어나서 버스타고

절뚝거리며 걸어서 정형외과로 감

엑스레이 찍음

의사: 환자분 병원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나: 버스 타고요ㅎㅎ

의사: 혼자서요? 걸어오신거에요?

나: 네..

의사: 아니 어떻게 걸어오셨지?

지금 뼈가 부러졌어요 화면 좀 보세요;

나: 엥 이거 제꺼 아닌데요? 저는 인대 늘어났어요

의사: ?환자분 엑스레이고요 지금 뼈가 부러졌어요

이거 지금 심각한 상태에요 수술하셔야 됩니다

나: 저 그정도로 아프진 않은데.. 오늘 여행가야해서요

의사: ???환자분 지금 여행이 아니고

수술하러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돼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일단 발목 보호대 같은 깁스랑

목발을 받고

언니가 차끌고 왔길래 고려대 병원으로 이동

시간 좀 더 지나니까 아예 못 걷겠어서

휠체어 탑승

이날 토요일이라 응급실 감

엑스레이 찍고 기다림

응급실은 환자 상태에 따라 진료보잖음?

내가 응급실에 있는 환자들 중에

제일 경증이어서 앉아서 한시간 넘게 기다림

그러다가 의사가 오더니

발목 골절돼서 철심 박는 수술해야하는데

이건 간단한 수술이라 우리 병원에서 하지 않으니

다른 병원 연결시켜주겠다 가라 이래서

그 병원 연락했는데 좀 가기 싫었음

집이랑 거리도 멀고

병원 리뷰도 별로 안 좋았음

그래서 다른 병원 가겠다고 하고 나옴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감

정형외과 잘하기로 소문나있는 중형병원이었음

저녁에 바로 입원하고

엑스레이 CT 등등 촬영

내일 수술 들어갈거니까 금식하라고 함

수술이 몇시인지도 안 알려줘서

그냥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오더니

“환자분 수술 들어가실게요~” 하고 내 베드 끌고감

천장보면서 수술실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

원래 잘 안 우는 스타일인데

살면서 수술은 처음이라 긴장되고 무서웠음..

수술실 들어감

수술실 침대로 나를 옮기고

새우잠 자세를 하라고 함

척추에 하반신 마취 주사 놓겠다고 함

근데 바늘이 너무 두껍고 컸음;

무서워서 눈물 또 나기 시작

“저 먼저 수면마취 하고 그 주사 꽂아주세요”

하면서 서럽게 움

안된다고 당연히 거절

주사 들어옴

???안아픔;;

머쓱한채로 맞고 정자세로 누움

다리가 뜨거워지는 느낌 나면서

아무 느낌도 안남;

마취 되는거 확인하면서 잠들었더니 수술 끝나있음

눈 떴더니 미친듯이 추움 ㄷㄷ

다시 베드 채로 끌려서 병실로 돌아옴

간호사가 하반신 마취 했으니

6시간동안 몸은 물론이고

고개 조차 절대 움직이면 안된다고 함

그래서 정자세로 누운 채로

폰 거치대 달아놓고 영화보다가 잠듦

6시간 지나고 죽 먹음

존나 맛없음

마취 깨면 엄청 아플테니

무통주사 연결해놨으니까 아플 때마다 누르라고 함

근데 내가 원래 무던하고 덤덤

고통을 잘 못느낌

친구들도 덤덤충이라고 부름

mbti도 istp임

존나 박명수 그자체 극 T임

암튼 저녁에 됐는데도 아프지 않았음

무통주사 한번도 안 누르다가

병문안 온 친구들이 왜 안 누르냐고

돈 아깝다고 몇번 눌러줌

다음날도 안아픔

병원밥 존나 맛있음

밥먹고 분사치료 받으러 ㄱㄱ

물리치료실 가라길래 휠체어 끌고 직접 감

붕대 풀고 내 수술 자국을 보게 됨

혐오스러울까봐 모자이크 함

개징그러움

엑스레이 찍으러 감

ㅠㅠ 핀이 9개나 박혀있음

의사가 걷는데 2~3개월 걸릴 거라고 함

며칠 후 수술 부위

휠체어 며칠 끌고 다니다가

친해진 간호사쌤 몇명이

목발 길이 교정해주고 제대로 짚는법 등등 알려줌

목발 짚다보니 재밌어서

유튜브로 목발 계단 올라가는 법 이런거

찾아보면서 병원 비상구에서 맹연습함

목발 3일 쓰니까 레알 그냥 내 다리 같음

맨끝 병실이었는데 계속 목발 짚고

간호스테이션 가서 쌤들이랑

간식 나눠먹고 수다떨면서 놀았음

쌤들이 목발 달인이라고 불러줌

뿌듯했음

원래 2주 입원해야 했는데

너무너무 답답해서 의사 조르고 졸라서

일주일만에 퇴원함

수술 2주 후 실밥 제거함

실밥 제거하는거 아프지 않음

와중에 집에 있다가 택배 왔대서

신나서 의자 끌고 쌩 나갔다가

오른쪽 엄지 발가락 현관문 문턱에 쓸려서 찢어짐

다행이 꼬맬 정도는 아니었는데

좀 심하게 벌어져서

여기도 일주일 내내 병원가서

왼쪽 발목이랑 같이 이틀마다 드레싱 함ㅋㅋ

당시에 스토리 저렇게 올렸다가

친구들이 미친년이라고 디엠 존나 옴

지금보니 어이없네 쓸데없이 긍정적임

수술 30일차

수술하고 매일 목욕 의자에 앉아서 샤워하다가

치약 짜려고 아무생각 없이 두발 딛고 일어남

왼쪽 발바닥을 한달동안 안썼기 때문에

발 딛자마자 전기 오르듯이

‘저릿..!’ 하더니 멀쩡하게 일어나짐

엥 뭐지? 하고 샤워 끝내고 나옴

걸어봄

걸어짐..

의사가 최소 두세달은 걸린다고 했는데

뭐지 하면서 그냥 그날부터 걸어다님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6주차

경과보러 병원 감

보호대 없이 그냥 들어감

의사: ???어떻게 걸어들어와요?

나: 아 저 걸어지길래 그냥 걸어요

의사: 아니 회복력 뭐야 젊어서 그런가

아니 환자분이랑 또래인 남자분도

비슷한 시기에 철심 박았는데

지금 아예 딛지도 못하는데;

나: 저는 걸어요 ㅎㅎ

의사가 대박이라면서

옆 진료실 가서 갑자기 다른 의사를 데리고 옴

“내 환자를 봐라 벌써 걷는다” 하며 자랑함

의사들이랑 간호사들 박수 쳐줌

돌잔치에서 걸음마 보여주고

박수 받는 아기가 된 기분이었음

의사가 1년 후에 철심 빼는 수술 하자고 함

안 빼면 나중에 이 다리 또 다쳤을 때

그때는 손 쓸 수 없으니 꼭 빼야된다고 함

“ㅇㅇ내년에 봐요” 하고 돌아옴

이날 엑스레이

그리고 수술 두달차부터

등산, 수영, 헬스 다 다시 시작했음

아프지도 않았고 전이랑 느낌도 다르지도 않았으나

수영할때 왼쪽 발목이 좀 땡기긴 했음

시간은 흘러 백수가 됨

백수된 김에 철심이나 빼자 생각하고 병원감

의사쌤이 아직 1년 안됐다고

1월 말에 수술하자고 함

나: ㄴㄴ 1월 초에 해주세요

의사: 흠 연초는 내가 좀 바쁜데 세미나도 있고

하면서 컴퓨터로 본인 달력 일정을 봄

1월 일정에 아무것도 없음

나: 아무것도 없잖아요 해주세요

의사: 아직 입력을 안해놓은거야..

그래.. 그래도 회복력이 좋으니까 특별히 해줄게요

그렇게 1월 초로 수술 날짜 잡음

철심 제거 수술은 3~4에서 일주일 입원해야하고

걷는건 빠르면 3일 후부터 가능하다고 함

어느날 생각해보니

백수인데 걍 당장하자는 생각이 듦

병원에 전화함

나: 내일 수술 할 수 있을까요?

의사: 내일은 안돼요 다음주 ㄱㄱ

그리하여 일요일에 병원 다시 감

입원함

12시부터 금식 시작

또 수술 시간 안 알려줌

혼자 병원 돌아다니고 있는데

간호사가 뛰어오더니

“환자분 !!!!! 수술 들어가야돼요!!!!!”

“엥 그래요? 가시죠 ㄱㄱ” 하고

걸어가려니까

베드에 누워서 가야한다고 함

글서 다시 병실 가서 눕고

또 베드 채로 수술실 끌려감

수술실에 누워서 또 하반신 마취하고

수면마취 ㅇㅇ

이번엔 무섭지도 않고 별 생각 없었음

자고 일어나니 수술 끝

또 돌아와서 6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림

6시간 지나고 이제 움직일 수 있으니

어디 가실거면 호출벨 누르라고

휠체어 가져다주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함

자다가 깼는데 쉬마려움

아무생각 없이 침대에서 내려와서

링겔대 끌고 걸어서 화장실 감

화장실에 앉아서 생각해보니

엥? 바로 걸어지네? 신기하네 생각함

이날도 무통주사 꽂혀있었지만

아프지 않아서 한번도 안 누름..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또 걸어서 돌아다님

내 병실로 회진 오는 의사 만남

의사: 아니 바로 걷네..? 안아파?..

나: 네 집에 가도 될까요?

의사: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틀은 더 입원하는게..

나: 집에 갈래요 넘 답답해요

의사: 네 그렇게 하세요..

물리치료실 가서 분사치료 받고 퇴원

수술 후 엑스레이

지금 핀 박아놓았던 곳

그대로 구멍나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심

뼈 차오르는데 두세달은 걸린다고

그리고 2주 후에 실밥 풀러 오라고 함

나: 2주요? 일주일 후에 풀어주세요

의사: 안돼요

나: 풀어주세요.. 저 담주에 한라산 가요

의사: ..? 한두달은 운동하면 안돼 조심해야죠

나: 가야돼요

의사: 하..일단 내일 모레 드레싱 받으러와요

하고 퇴원

이틀 후에 병원 감

실밥 빨리 풀어달라고 2차 요구함

거절당함

당연함..

또 이틀 지나고 병원 감

실밥 쪽 상처 많이 아물었다고

실밥 풀어달라고 3차 요구

겉에는 괜찮은데 속살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절대 안된다고 함

그냥 실밥 있는 채로 한라산 다녀오라고 함

조심하라고 신신당부 하심

나는 원래 고통 잘 못 느끼고 무던해서

안 아팠던 걸 수도 있음ㅇㅇ

그리고 골절 환자들 모여서 얘기 나누는 카페 있는데

거기서 정보도 얻었고

난 헬스 수영 등산 즐겨하기도 하고

좀 무던해서 빨리 회복된듯

나 매우매우 튼튼한 헬짱이니까 걱정 ㄴ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