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준 적이 없는데 혼자 썸타고 있다고 다가오는 여직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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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살 완전 지극히 평범한 남자입니다.

같은 부서 여직원이 한명 있는데

저와 썸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여직원은 저보다 3살 어리고

같은 부서에서 일하게 된건 한 5개월 정도 됐구요.

저희 부서 특성상 사람이 50명 넘게 일하는데

저는 1층, 여직원은 2층에서 근무를 해서

그냥 딱 얼굴만 알고 지냈고

지나가다 인사만 하는 사이였습니다.

솔직히 관심이 1도 없었던 사람이었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안되지만

솔직히 진짜 너무 못생겼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지난주 수요일에

그 여직원+다른 직원+ 저

이렇게 셋이서 교육을 받으러 갔다가

늦게 회사에 돌아왔는데

어디 응모했던 잼 세트에 당첨이 되어서

제 책상 위에 10종 잼 세트가 있더라고요.

혼자 잼 10병을 다 먹을 일도 없어서

다른 직원들에게 3병씩 나눠줬는데

이때 제가 그 여직원에게 복숭아잼을 줬나봐요.

저는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준건데.

그 날 밤에 생전 연락 한번 해본적 없었는데

카톡이 오더니 다짜고짜

“OO씨 저한테 무뚝뚝한척 하더니 저한테 복숭아를 주다니”

진짜 딱 이렇게 왔습니다.

알고보니 그 여직원 별명이 복숭아래요.

그래서 아 저는 몰랐다

그냥 손에 집히는대로 별뜻없이 드렸다

기분 상했으면 죄송하다 라고 했습니다

굳이 얽히고 싶지않고 연락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랬더니 “저 내일 저녁에 초밥 사주세요”

??

씹을까 하다가 그래도 회사 직원이고

앞으로도 보고 지내야될 사이니까

내일 약속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하니

그럼 본인이 제 시간에 맞추겠다며

시간 괜찮은날을 지금 당장 이야기 해달래요.

자기도 스케줄이 있으니까 빼야한다고.

????

지금 내가 왜 저 여직원과 밥을 먹어야 하는지.

굳이 왜 본인 스케줄까지 정리해가면서

나랑 밥을 먹으려는지 눈치는 챘지만

애써 그 눈치를 외면하려 했지만..

뭐 밥 한끼 먹는다고 뭔일 나겠나

뭔일 날 것 같으면 딱 정리하고

오해 생길 일 안 만들고 오면 되겠지 하고

그 주 주말 점심특선 초밥을 먹자고 해서

건대에서 만났습니다.

근데 밥 먹으면서 나눈 대화가

여직원: 그동안 왜 저한테 무뚝뚝하게 대하신거예요?

나: 제가 그랬나요? OO씨한테만 그런게 아닌데

제가 좀 낯가리는 편이라 그렇게 느끼셨나보네요.

여직원: 낯이요? 근데 왜 저를 그렇게 몰래 훔쳐보셨어요?

나: ????뭔소리예요

여직원: 농담이예요. 낯만 가리는게 아니라 부끄럼도 많으시네

부리나케 도망치듯이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집에 왔는데

“집에 도착하면 전화해요”

라고 온 카톡을 약 8시간 정도 씹다가

밤 11시쯤 카톡을 이제 봤다 라고

보냄과 동시에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받지말까 하다가 방금 카톡한걸 아는데

안 받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서 받았더니

“내일 퇴근하고 뭐할래요?”

라고 하길래

아 이건 똑부러지게 이야기 해야겠다 싶어서

“OO씨 기분 나쁘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여자를 만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 할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아서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

라고 했더니

“OO씨 너무 성급하시다. 누가 우리 사귀재요?

그냥 서로 친구처럼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하자는거지,

저도 지금 당장 남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요ㅎ”

하고 그날은 일단 락 되는듯 싶었는데

월요일 출근해서 저를 보더니 생긋 웃더라고요.

그 웃음의 의미가 궁금했지만

궁굼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 뮤지컬 공짜표가 생겼다며 가자는데

일단은 안된다고 거절해뒀는데

진짜 더 똑부러지게 강단있게 선 긋고 싶어도

남한테 상처주는 말을 잘못해서요..

친구새끼들한테 말해도 놀리기나 하고

한 새끼는 복숭아가 쏘아올린 공 드립이나 치고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까요;

+추가

1.진짜 제일 중요한 걸 안 적었네요.

그 주말 점심을 먹으러 나간 이유가

교육 같이 다녀온 셋이서 먹기로 한 약속이었는데

갑자기 그 다른 직원이 못간다고 했고

갑자기 저도 안갈래요 할 수가 없어서 간겁니다.

2.점심특선 초밥이

그 초밥집에서 제일 싸서 점심특선입니다.

특별한 특선 아닙니다.

3.그 여직원이 얼마나 못생겼냐고 하시면

LG트윈스 김용의 선수를 닮았는데

김용의 선수보다 더 김용의 선수 같이 생겼습니다.

4.이런 글 주작할만큼 똑똑하지도 못하고

05군번인 아재입니다.

5사단 35연대 2대대 6중대 3소대 중사전역.

++추가

댓글에 사무적으로 이야기 해야한다 라는 말씀들이 많으셔서

보고서를 꾸려서 줄까 생각했는데

복숭아 드립친 친구 새끼가

뭐 소소한 이벤트 준비하냐길래

바로 빠르게 포기 했습니다.

저희 부서가 복층으로 되어있는데

그 여자분은 2층에서 근무하고

저는 1층에서 근무하는데

나가려면 1층으로 내려와서 엘리베이터를 타야됩니다.

그래서 퇴근을 하려면

무조건 제가 있는 층으로 내려와야 되는 구조입니다.

저희 회사는 보통 6시 넘으면 거의 다 정시퇴근을 하는데

제가 얼마전부터 중책을 맡아서 일이 많습니다.

근데 오늘 너무 마음이 급하더라고요

빨리 퇴근을 해야 그 여자분이랑 안 마주치는데 싶어서

진짜 입사 이래로 이렇게 열심히 일한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도 일이 안 끝나서

그 여자분은 이미 집에 간건지 위에 있는건지 알 수도 없고

울면서 기계처럼 앉아있었는데

6시 15분 쯤 사무실엔 저 포함 6명 밖에 없고

그 여자분이 계단에서 딱 저벅저벅 내려오시는데

등이 아플 정도로 소름이 돋더니

제가 딱 한번 고3때 땡땡이치고 볼링장 갔다가

거기서 학주선생님 마주쳤을때

그 ㅈ됐다 했던 느낌이 생생히 살아나더라고요.

못본척했습니다.

진짜 죽기살기로 컴퓨터만 봤습니다.

근데 그 여자분 기운이

점점 제 오른쪽으로 다가오는게 느껴지니까

너무 긴장해서 헛구역질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더라고요.

“아직 퇴근 안하셨네요? 친한언니가 먼저 가버려서

혼자 퇴근할 줄 알았는데 잘됐다”

ㅠㅠㅠㅠ

진짜 무서웠는데 그래도 지금이 기회다 싶어서

잠시 할 얘기가 있다고 하고

건물 뒤편에 흡연장에 가서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1.저번에 말씀드렸는데

제 말을 잘못 이해하신 것 같아서 다시 말씀드린다.

2.일단 최근에 OO씨는 우리 사이가

굉장히 가까워 졌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나는 너무 불편하다.

3.회사에서 남녀사이에 친구라는건 없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4.OO씨도 옆에서 봤듯이

그 잼을 OO씨만 드린 것도 아니고

다른 여직원분들도 드렸는데 왜 의미부여 하는지 모르겠다

5.그날 초밥 같이 먹은것도

OO씨가 분명 그 다른 직원도 나온다 그래서

간다고 했던거고

그 다른 직원분이 못온다고 하셨을 때는

저도 안갈래요 하기가

차마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먹은 것 뿐이다.

6.앞으로는 절대 사적인 연락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OO씨 상처받지 않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괜히 오해만 더 생길 것 같아서 확실하게 얘기한다.

ㅠㅠㅠㅠ

그 여자분 얼굴이 빨개지더니

거의 울기 2초 전이라

혹시 울면 내가 달래줘야 될까봐

진짜 귀신본 것처럼 도망나왔습니다..

아예 대답할 기회를 안 줬어요.

뭔 헛다리 개소리를 할지 모르니까요.

그러고 나서 회사에 올라오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제가 다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왜 내 인생에 갑자기 끼어드셔서

모진말을 하게 해서 상처를 주게 한건지

미안하기도 하고

살면서 누구한테 나쁜말을 해본적이 없는데

지금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세상에 착한 거절은 없다는게 너무 와닿네요.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