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삼촌이 ‘축구’ 단어만 들어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었음
오죽하면 소개팅 자리에도
유니폼 입고 나가길래 당연히 까일 줄 알았는데
도대체 뭔 매력에 빠진건지 모르겠고
숙모랑 연애 하다가 결혼하고 첫째가 생김
근데 첫째 가졌을 때 이름을
‘지성’이라고 못 지은 게
혼자 계속 아쉬웠나봐
‘박지성’ ㅋㅋ
삼촌 성이 박씨임
그러다 둘째가 생기게 됐는데
자기가 좋은 이름 구해오겠다 하더니
구해온 이름들이
지혜로울지 이룰 성 ‘지성’
넓은범 뿌리근 ‘범근’
푸를청 용맹할용 ‘청용’
‘성용’ ‘용수’
‘진규’ ‘주영’
이런걸 구해와선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임ㅋㅋ
숙모가 듣다가 화나서 왜 애기한테까지
축구선수 이름을 붙이냐고 삼촌 멱살 잡음
그러다 반전으로 여자애가 태어났는데
조리원에 있을 때 삼촌이
‘다미’가 어떻냐고 했더니
숙모도 맘에 들어하고 다른 가족들도 이름 이쁘다고
이번엔 정신 차리고 잘 지었네 함
그렇게 ‘다미’로 출생신고 하러 감.
근데 갔다와서 삼촌이 혼자
막 싱글벙글 하면서 조리원에 들어오는 거임
숙모가 딸 태어나서 그렇게 좋냐고 물어보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혹시 이름 뭘로 지은 거냐 물어봤더니
삼촌이 싱글벙글 웃으면서
사실 ‘다미’는
데얀 ‘다미’아노비치 의 ‘다미’였다고 한거
그때 가족들 다 같이 있었는데
전부다 존나 웃고
울 아버지 커피 드시다가 그대로 앞에 뿜어버림
근데 숙모가 존나 펑펑 울기 시작하더니
나를 그렇게까지 속이고 싶냐고
데얀 다른 팀 이적하면 욕할 거 아니냐고
그냥 차라리 애 이름 축구로 짓던지
짐 싸줄테니까 밖에 나가서 축구만 하면서 살던지
하면서 막 뭐라함 ㅋㅋ
숙모 꺼이꺼이 울면서
“애기 이름이 왜 데얀이야.. 왜.. 데얀이야” 하고
삼촌 결국 고개 푹 숙이고 미안하다 하고
옆에 직원 분 숙모 등 두들기면서
울지 마시라고 너무 울면
뱃살 튼다고 달래고 있고
결국 여차저차해서 둘째 이름은 다미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짓고 마무리 됨
추가로 정관수술 얘기하다가
이제 정관수술 해야지~ 하더니
줄여서 ‘정해’ 어때? 농담 쳤다가
또 존나 혼남ㅋㅋ
전에 숙모한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삼촌이 젤 이상한데
도대체 어디가 좋냐고 물어봤더니
쟤가 거짓말을 해도 축구보러 갈 새끼지
절대 바람필 인재는 안 될 것 같아서 결혼 했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