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중고로 팔러 나갔다가 결혼 상대를 만나버린 여자

안녕하세요

2년 전 제가 당근으로 판매한 밥솥을 사갔던 남자와

한 달 뒤 결혼하게 된 예비 신부 입니다

주변 지인들도 누구나 저희의 첫만남이

당근거래였다는 걸 들으면

다들 신기해하시고 흥미진진 궁금해하셔서

저희를 만나게 해준 고마운 당근에도 소식을 전해봐요

사실 당시에 밥솥 거래 자체는

상당히 쿨거래로 진행이 됐어요..!

간혹 서로 첫 눈에 반했냐는 분들이 계신데

당시 코로나로 둘 다 마스크를 써서

얼굴은 잘 보이지도 않았고

저는 추리닝 입고 등산 가던 길에 밥솥 들고 나갔고

신랑은 현찰을 바로 건네주더니 쿨하게 떠났었어요

ㅋㅋㅋㅋ

문제는 그 뒤예요.

밥솥 사진에 제가 키우던 고양이가 함께 찍혔는데

귀여워서 그대로 올려놨었거든요 ㅋㅋ

그리고 밥솥 거래 당일이 마침

신랑 친구가 고양이 수제간식 가게를 오픈하는 날이어서

축하의 의미로 간식을 몇 개 팔아줬대요.

그런데 막상 사고 보니

주변에 선물할 사람이 없어서 어쩌지 하다가

제 밥솥 사진 속 고양이가 생각났고

어차피 동네니 드릴까 싶어서 연락해봤다고 해요!

이 대목에서 지인들은 다들

“신랑이 노렸네 노렸어” 하시긴 하는데ㅋㅋ

신랑은 저를 학생쯤으로 생각했었고

본인은 절대 그런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다고 팔짝 뜁니다

냥집사인 제 입장에서는

낮에 밥솥 사간 청년이

고양이 간식을 나눔 해준다는데

저야 너무 감사할 따름이었죠!

당근 거래 당일 늦은 저녁에 다시 재회를 합니다.

저는 빈 손으로 넙죽 받기엔 또 죄송해서

바나나우유라도 하나 사서 건네주었고

고양이 간식을 받아와서 먹였는데 잘 먹더라구요

기분도 좋고 고마워서

당근 채팅으로 감사하다고 인증샷도 보내줬었어요!

사실 그 때 까지만 해도

서로가 상대를 본인보다

한참 어리게만 보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성의 느낌보다는 고마운 동네 주민 정도로 생각하고

고양이 간식 이야기를 시작으로

가벼운 대화를 이어가다가 서로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예상 밖으로 한 살 차이 또래인겁니다..

그 때부터 급격한 친근감이 생기며

싱글이었던 우리는

금세 가까운 동네 친구가 되었지 뭐예요ㅎㅎ;

그 뒤어는 뭐.. 말 안해도 아시겠지요..?

그렇게 알콩달콩 2년 반의 연애를 하고

부부의 연까지 닿았는지

2024년 1월 20일에 결혼식을 올립니다

저희도 만나고나서 보니

갑자기 당근으로 만나 연애하는 청년들 식의

기사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ㅋㅋㅋ

아무래도 동네 거래라는 특성상

근거리가 되니 당근으로 만나

연애하시는 분들은 많은 것 같던데

혹시 결혼한 커플들도 계실까요?

거래 상대로 또래의 이성이 나올 확률과

또 그 이성이 내 마음에 들 확률을 생각해보면

소중한 인연이긴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그리고 또 당근 거래 자체보다는

제가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는 것과

신랑 친구가 하필 그 날 간식 가게를 오픈한

그 타이밍이 신기하고 인연이 되려고 했나? 싶습니다

저희 스토리를 듣고 나면

다들 당근으로 뭘 팔아야겠다고들 하시던데

요즘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혹시나 음흉한 목적성을 가지고 물건을 사고 팔거나

싫다는 이성에게 찝적(?)대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래봅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부끄럽지만 당시 밥솥 거래 글과

직접 적은 청첩장 문구

그리고 웨딩사진을 공유해봅니다

모두 아름다운 당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