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도 늦잠자서 못 본 사람인데
신검을 무슨 아침 8시까지 오라고 하길래
시작부터 매우 절망스럽더라
게다가 편도 40분이라 7시에는 일어나야 했는데
살면서 한번도 해본적도 없던
새벽 1시 이전에 자기를 실천하고
기상해보니 7시 20분임
ㅈ됐다 하면서 머리만 재빠르게 감고
누더기 대충 걸쳐입고 택시 잡아서
“기사님 존나 빨리 가주세요 제발요”
라고 형님형님 하니까
인생 최후의 스퍼트 마냥 밟으시더라
도착하니까 7시 50분이었음
검사장 도착하자마자 사진 찍고
컴퓨터 앞으로 안내하고
앉자마자 무슨 영상을 틀어주는데
뭔 듣보잡 걸그룹이
“안녕하세요~ 저희는 어쩌구 입니다!
군대 너무 좋아용 잉잉야잉~”
이러는 영상이랑
“헉 선배님이 쏘신다고요?! 비쌀텐데 힝힝ㅜㅜ”
“걱정마, 나에겐 이게 있으니깐.”
“헉 그건 살마 나!라!사!랑!카!드”
이러면서 나라사랑카드 홍보하는 영상 틀어줌
내츄럴하게 족같은 기분 느끼면서 폰이나 보는데
뭔 왼쪽에서 쓰레기 냄새가 스멀스멀 나길래
뭔 냄샌가 싶어서 슥 쳐다보니
머리는 몇달 안 감았는지 떡지다 못해
머리랑 두피가 그래픽 오류난 것 마냥 분리되어있고
얼굴은 오는 길에 길바닥에 문지르면서 온건지
아니면 오다가 냄새 맡고 개빡친 사람한테
죽빵 한대 맞고 온 것 같은 사람이 있었고
오른쪽은 한시도 가만히 못있겠는지
질병 체크 작성하라고 준 볼펜을
돌리고 튕기고 물고 빨고 다리 떨고
틀어준 영상보면서 뭘 자꾸 중얼거리면서
“응 아니야~ 내가 그럴 것 같냐ㅋㅋ”
이러면서 중얼중얼 거리는데
내가 이런 새끼들이랑 같이 군생활 해야한다 생각하니
진심 앞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라
커뮤하면서 신검 인증하는거 볼때마다
2급 떠라 ㅋㅋ 하면서 보는데
이 새끼들은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공익떠라 하면서 간절히 빌고 있었음
그렇게 입대도 안했는데
탈영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검사에 돌입하는데
지금까진 그나마 양반이었단걸 알게 됨
뭔 인적사항이랑 질병 문항,
지능검사 체크하는 순간이었는데
시작 전에 여자 안내원분이
“쥬지 없거나 부모 없거나 범죄자는 할 자격이 없으니
나가주실게요~” 이러시는데
말 끝나자마자 쥬지 없어보이는 사람이랑,
부모 없어보이는 사람 두명 나가더라
그리고 지금까지 얼마나 븅신이 많았는지
안내원분이 마이크 들고 나와서
하나하나 다 친절하게 설명해줌
“이곳에는 클릭 한번하셔서 이름 적어주실게요~”
“이곳에는 클릭 한번 하셔서
느그 부모님 인적사항 적어주실게요~”
“뭐뭐 해주실게요” 소리 수십번 듣고나니
좀 가만히 있던 예비정공 한명이 슬슬 시동을 검
뭔 한문항 체크할 때마다 손 번쩍들고
“세대주 뜻이 뭐예요?”
“색약이 무슨 뜻이에요?”
“뜨게질이 뭐예요?”
“뇌전증이 뭐예요? 친숙한게 뭐예요?”
이게 뭐예요 저게 뭐예요
ㅅㅂ 그냥 폰으로 검색하면 될걸
굳이 손 번쩍들고 쉴새없이 중얼중얼 거림
분명 부모 없는 사람은 나가라 했는데
이새끼는 왜 안나가지?
설마 부모의 뜻도 모르나? 싶더라
그러다 검사 막바지에 여자 안내원분이 와서
“예비정공분~ 색약 X라고 체크하셨는데
검사결과 색약으로 나오는데 다시 확인해주시겠어요?
이러시는데
또또 ㅅㅂ “색약이 뭐예요?” 이럼
안내원분이 존나 친절하게
“아~ 색약은 색을 구분 못하는 어쩌구 저쩌구”
설명 다 해주시고 색맹 책자 가져오더니
이거 무슨 숫자인지 질문하며 체크 다 끝내니까
“예비정공분 검사결과 색약이시네요~”
이러시는데 또 색약이 뭐냐고 물어봄
안내원분도 족같은데 익숙하신건지
“아 넵 ㅎㅎ븅신ㅋㅋ”
이러고 무시하고 걍 갈길 가심
이제 문항 체크 끝나고 기다리는데
인상 좋은 아줌마가 카드 발급 받자며 데려갔음
이때 느낀건데 병무청 직원 진짜 여초더라
공익 빼고 직원은 죄다 여자밖에 못봤음
그렇게 카드 발급받고 신체검사 시간이 옴
멀록처럼 생긴 공익의 안내를 따라 기다리는데
자꾸 이 공익이
“불붇여주심까! 불붇여주심까!” 이러길래
뭔 개소린가 싶었는데
옆에 계신 다른 직원분이
“붙어 앉아주세요~” 이러셨음
공익도 고생 많더라
앉아서 기다리다 탈의실 들어갔는데
난 첨에 팬티만 입고 검사하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 반바지랑 티셔츠 주더라
옷갈아 입는데 진짜 한국 남자들
다 똑같이 생겼다는건
집 밖을 한번도 안 나가본 사람이 한 개소리란 걸 깨달음
노각오이 같은 남자, 얼굴에 문신한 남자,
대머리 남자, 남자..? 등등
신검 받으러 별별 야채 과일 같이 생긴 사람들 다 오더라
그중 압권은 유두가 지멋대로인 사람이었는데
진짜 뭔 새끼손가락 첫째마디만한 크기였는데
하나는 하늘로 솟아있고
하나는 시무룩한지 땅을 보고 있었음
아니 진짜 이렇게 생긴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한번 조이스틱 마냥 움직여봐도 되냐고
물어보고 싶은거 참는다고 입술 꽉 깨물고 있었다
그렇게 옷 갈아입고
소변검사 컵이랑 소변통 받았는데
소변컵에 일정량을 받아오라길래
채취하려고 화장실로 가는데 진짜 ㅅㅂ..
옆에는 쓰고 버려진 소변컵 잔뜩있고
쥬지잡고 오줌싸는 남자들 가득한 와중에
라벤더향 방향제는 얼마나 뿌려댔는지
산뜩한 찌린내 때문에 정신이 어질어질 하는데
그 와중에 소변 채취한거 받는 공익은
화장실 앞에서 쩝쩝대며 라면먹고 있더라
저 냄새랑 소변통 받으면서
뭘 먹을 수가 있나?
돼공은 진짜 달라도 뭐가 다르다 싶었음
암튼 화장실 가서 오줌 싸려는데
아니 오줌컵에 남은 오줌을 소변기가 아니라
세면대에다가 버리는거
그것도 한명만 그러는게 아니라
뒷사람도 그거보고 세면대에다 오줌 버리고
분명 부모 없는 사람 나가라고 했는데
뭐하는 새끼들이지 싶었음 진짜
그렇게 소변 체취하고 체혈도 하고
뭐 다 하고 왔음..
그리고 검사결과 보는데
시력 2급이랑 허리 2급 받음
시력은 알고 있어서 그렇다 쳐도
ㅆ바 내 척추 왜 이래요 하고 물어봤는데
허리가 돌아가고 있었는데 몰랐냐 하더라
암튼 악명에 비해 직원분들은 착했고
왕복비용 5만원 나왔음
군대간다 ㅂ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