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에게 맛있는 먹이를 주고 싶었던 고슴도치 주인..

우리집에는 아주 귀여운 고슴도치가 살고있음..

이름은 ‘밤송이’인데

송이씨는 밀웜을 정말 정말 좋아함..

송이씨는 특이한 입맛을 갖고 있는데

살아있는 밀웜이 아니면 먹질 않음..

그래서 난 강제로 살아있는 밀웜 200마리와

동거를 시작해야 했는데..

(밀웜 사진 없으니 안심해도 됨.

나도 내 폰에 그 애들을 저장하고 싶지 않음)

아무튼.. 밀웜이 뭐냐면

걍 얇은 애벌레 같은 애들임..

무엇보다 다리가 있는 친구라

벌레를 미친듯이 싫어하는 나는

내 집에 10마리를 들이는 것도 버거웠지만

우리의 편식쟁이 송이씨가

밀웜에 환장을 하는걸 보면 용기를 안 낼 수가 없었음..

그래서 50마리를 들이고

100마리를 들이다가

이번에는 200마리를 들이기로 함.

어차피 밀웜은 불투명한 통 안에 있었기에

가끔 밤에 부스럭 거리는 거 빼고는 별 문제는 없었음.

심지어 송이씨가 매우 행복하게 먹는걸 보면

이 친구들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었음.

그렇게 밀웜을 다 먹인 나는

다시 밀웜을 주문하려다 신기한걸 봐버림.

그것은 바로 “슈퍼 밀웜”..

인간은 자고로 슈퍼라는 단어에 끌림..

뭔가 건강할 것 같고 영양가득일 것 같고

좀 더 클 것 같고 더 맛있을 것 같고

하지만 우리 송이씨는 미친 편식쟁이였기에..

안 먹을 수도 있었음

나는 그래서 그냥 밀웜 200과

맛보기로 슈퍼 밀웜 10마리를 시킴.

그리고 그것이 오늘 도착했음..

나는 그냥 밀웜을

배송 온 통에서 큰 통으로 옮겼음.

그리고 이어서 슈퍼밀웜 통을 열려고 하는데

“쿵”

“쿵..”

그 통은 슈퍼밀웜 10마리만 든 통이었기에

매우 작았는데

그 통이 지 혼자 움직이면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음..

뚜껑이 혼자 들썩이고 있었음..

이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고

멈췄어야 했는데

나는 아직 그것을 실제로 보지 못했기에

아~ 밀웜이 많이 들어있나보다 싶었지..

그 통은 매우 작고 꽉 닫혀있어서

나는 힘주어 열었지만 망할 손톱 (연장해서 짱 김)은

힘을 제대로 주지 못했고..

뚜껑은 아아아주 조금만 열림..

그리고 그 사이로 그것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음..

밀웜이 아니었음..

아니 밀웜이긴 했지..

생물학적으로 그건 밀웜이 맞긴함..

문제는 크기가..

내 생각에 뭔가 자아도 있어보였음..

나는 그것과 눈이 마주침..

실제로 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눈이 마주쳤음..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그것은 나를 ㅈ밥으로 인식한 건지

미친 속도로 틈을 비집고 기어나오기 시작..

나는 그것을 실물로 처음 보았는데

그것은.. 벌레가 아니라 신화생물에 더 가까웠음

일반 밀웜의 5배는 우습게 넘을 크기였고

내 생각에 그새낀 벌레가 아니었고

그새낀.. 나보다 우월한 지능을 갖고 있을 것 같았음.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음..

그것은 미친듯이 빨랐으며

나는 거실 바닥을 활보하는 그를

도저히 맨손으로는 막을 수 없었음..

나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젓가락으로

슈퍼 밀웜을 집었음..

하지만 슈퍼 밀웜은 힘이 무척 강했고

내 젓가락에 한 번 집히는 듯 하더니

그 허리를 활처럼 크게 휘게 하시고

젓가락을 발판삼아 멀리 점프하셨음..

그날 인류는 떠올림..

나는 날아간 슈퍼 밀웜을 찾아야했고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음..

그랬다간 그분을 밟을 것 같았음..

하지만 나는 다행히도 슈퍼 밀웜을 곧바로 찾아냈고

젓가락질에 성공함..

비명을 지르며 그분을

빈 통(조금 큼)에 옮기고 나니..

뒤늦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음..

내가 뚜껑을 닫았던가..

아 ㅆ발..

뒤를 돌아보니 그 작은 통은 드림랜드가 되어있었고

수많은 신화생물이

그 작은 틈으로 머리를 비집고 있었음.

나는 소리를 질렀음..

내 생각에 윗집에 사람이 있었다면 신고 했을거 같음..

이걸 녹음했다면 한국 4대비명이 되었을 건데..

나는 손도 쓸 수 없었고

마침내 그 차원의 문은 완전히 열려버림..

나는 인간계에 발을 들인 그 분들을..

학교 다닐 때 젓가락으로 콩 집던 실력을 발휘해

무사히 제 2의 세계로 돌려보냈음..

그렇게 조금 큰 통에는

미스터 밀 12마리가 들어가게 됐음.

난 분명 10마리 시켰는데.

한국의 인심이란..

암튼 나는 숨을 고르며

멍하니 그 작은 드림랜드를 바라보고 있었음..

그들은 그 얇은 통의 벽에 마구 부딪히며

자유를 갈망하고 있었는데..

더는 지체할 수 없었고

나는 그들을 무로 돌려보내야했음..

나는 황급히 숙면을 취하던 송이씨를 데려옴..

아무튼.. 비몽사몽 깨어난 송이씨는

슈퍼 밀웜과 마주했고

“주인아 ㅆ바 이거 뭔데?”

하는 표정으로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음.

송이씨는 냄새를 맡겠다고 코로 그분을 쳤는데,

그 순간 그것이 펄쩍 튀며 활처럼 휘었음.

갑작스레 산치체크를 한 송이씨는

혼자 미친듯이 도망침..

송이씨는 자신의 은신처인 포치로 도망쳤고

나는 이 드림랜드에 혼자 남겨졌음..

그 정적속에서도

통 안에서는 끊임없이 쿵쿵 소리가 났음..

내 생각에 그때는 헌팅타임이었던 것 같음

눈치없는 인간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거..

나는 송이씨가 아직 잠이 덜 깬것이라 믿었음..

밀웜이면 환장하는 이친구가

슈퍼 밀웜을 두고 도망칠 리 없었음..

걍 그렇게 믿고 싶었음

송이씨가 이 신화생물을 모두 먹어치우고

배부르게 잠들거라 믿었음..

나는 작은 밀웜을 주면서

쟤네도 밀웜인 것을 깨닫게 했음..

경계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잘 먹었음..

조금 전의 그것은 환각이라 믿는 눈치였음..

나도 그리 믿고싶었음..

그리고 밀웜에 흥분하기 시작한 송이씨에게

그분을 다시 건네줌..

젓가락으로 집어서 줬음..

나는 이 사태가 끝나면

이 젓가락을 불태울 생각이었음..

송이씨는 밀웜 냄새에 마저 흥분하더니

이내 슈퍼 밀웜을 물었음..

끝인 줄 알았음..

근데 슈퍼 밀웜은 머리를 물리고

한층 기이한 몰골로 폭주하기 시작함..

그것은 여기에 완전하게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음..

아직 경찰이나 윗집사람이 오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소리를 질렀고

차라리 누군가 와주길 간절히 빌고 있었음..

눈치없는 송이씨는 주변 냄새를 맡더니

늘 먹던 밀웜이 없다는 걸 깨닫고 등을 돌려 앉음..

근데 하필 불행하게도 그분의 위에 앉은 것..

나는 이제 선택해야했음..

손을 넣어 밤송이를 꺼내고

그분을 드림랜드로 돌려보낼 것인지,

이대로 슈퍼 밀웜과 밤송이를 동거시킬 건지.

난.. 울었음..

그냥 존나게 울었음..

식은땀인줄 알았는데 울고있더라

나는 결국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 좁은 포치 안으로 손을 넣음..

우리집 돼지 밤송이는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며 들려나왔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음..

나는 그것이 자연소멸했길 바랬는데..

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고

문득 불길한 생각이 스침..

나는 천천히 밤송이를 든 손 아래를 보았음..

내 손 아래에 붙어있음..

살아있는 채로.

난 정말 살면서 내가 고음을 이렇게

높게 낼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해봄..

방언처럼 욕이 터져나옴..

걍 도망치고 싶었음..

그렇다고 맘대로 손을 털 수도 없었음..

그랬다간 그분께서 어디로 튈지 몰랐으며

내 손에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새끼가 있었기에..

나는 밤송이를 천천히 아주 조심스레 내려놓곤

포치로 인도하여주었음..

고슴도치는 무척 예민한 아이기에

나는 조용히 하고 싶었으나

욕과 비명을 멈출 수가 없었음..

그분께서는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고

송이씨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지만

문제는 나였는데..

그러다 아까부터 들리던

쿵쿵소리가 멈췄다는 걸 깨달았음..

그들의 작고 소중한 드림랜드는

바닥으로 넘어져있었음..

그들은 다행히 멀리 도망치지 못했음..

나는 장기 광기에 걸린 채로

일단 손에 붙은 그분을 떼어냈음.

그리고 도망치는 슈퍼 밀웜들을

젓가락으로 집어서 드림랜드로 되돌렸음..

참고로 그분들은 얌전히 잡혀주지 않음..

힘이 나보다 셀 것 같았음..

팔씨름하면 내가 졌을 거임;

젓가락으로 집으면서도

나는 한마리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숫자를 셌음..

하나하나 집을 때마다

“하나!!!”

“둘!!!”

“셋!!!!ㅠㅠ” 이라고 숫자를 셌음..

울면서 숫자 셌음..

그렇게 열 둘까지 센 다음에야

나는 뚜껑을 닫았고

나는 네 발로 바닥을 기어가

박스 테이프를 가져옴..

그리곤 짐승처럼 이빨로 테이프를 뜯어가며

그 뚜껑을 봉인했음..

통이 얇은 탓에 그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전해졌고

나는 짐승처럼 울어댔음..

그리고 나는 그것을 비닐봉지에 싼 다음

그분이 처음 우리집에 당도하게 만든

택배 박스 안에 다시 넣어버림..

택배 박스도 봉하고 나서야 나는 비명을 멈췄고

숨이 매우 가빴음..

과호흡이 오는 것 같았음..

눈물이 줄줄 흘러서 얼굴 전체를 적셨으나

내 손에 그분과의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에

눈도 비빌 수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