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갔다가 배고파 보이는 아이들한테 플렉스 하고 집에 온 남자

밤 11시 쯤에 편의점에서 맥주 네캔 고르고

계산하려고 하는데 앞에

어떤 여자애가 먼저 계산하고 있길래 기다리고 있었음..

근데 나한테 “죄송해요 잠깐만요” 하더니

저 멀리 과자코너에서

한 5-6살 쯤으로 보이는 남자애가

다다다 뛰어와서 계산대에 과자를 올림

그리곤 알바생이 금액을 얘기했는데

여자애가 누나였는지 “이건 비싸서 안돼” 이럼..

그 말 듣고 남자애가 또 쪼르르 다시 뛰어가서는

부피가 작아보이는 과자를 다시 집어서 들고옴

역시 한도초과..

뭘 샀길래 한도초과 나오는지 궁금해서 힐끔 봤더니

컵라면 두개랑 소세지, 삼각김밥 하나 뿐임..

대충 느낌이 옴..

옛날에 나도 모르는 아저씨한테

도움 받은 적이 있었고

갑자기 그때 기억이 떠올라서

“얘들아 아저씨 먼저 빨리 계산하게 해주면

너희 먹고 싶은거 다 사줄게!”

순간 짱구 굴린 말이 저거였음..

뭔가 얘네가 안심하고 마음 상하지 않도록

잘 말했어야 했는데

누나로 보이는 애가 잠시 주춤하더니

쓱 뒤로 물러섬..

일단 내꺼 계산하고 난 뒤 내려다보니

두 아이가 나를 빤히 보고 있는데..

집에 200일 가까이 된 우리 딸 생각 나면서

갑자기 울컥함..

애들 옷차림 가지고 판단하면 안되지만

밤에 쌀쌀한데 반팔 반바지 입고 있길래

대충 짐작을 했음..

그래서 “너희가 양보해줬으니 아저씨도 선물 해주는거야

돈은 아저씨가 다 내줄거니까

먹고 싶은 거 다 골라서 여기 담아볼래?

여기 있는거 전부 다 담아도 돼”

라고 함..

근데 둘 다 아무말도 없이

쭈뼛서서 아무말도 안하고 눈치 보듯이 서있길래

아까 얘네가 사려했던 물건들 바구니에 쓸어넣고

라면 코너에서 라면도 몇봉지 담아서 줌..

그렇게 하니까 그제서야 조금씩 고르는데

남자애는 과자 2개

여자애는 주방세제를 고르길래

왜 먹을거 안사고 이거 사냐고 물어보니

집에 세제가 없어서 저는 이것만 필요해요 하는데

그 말 듣고 순간 이성의 끈 놔버림..

바구니 하나 더 가지고 와서

과자에 라면 소세지 빵 다 쓸어담고

한바구니 더 만든 다음에 계산대에 올림..

“너희가 양보해주는게 너무 이뻐서

아저씨가 사주는거야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니까 겁내지말고 걱정말고

그냥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 하니까

힘 없는 목소리로 고맙습니다 라고 누나가 얘기함..

그리곤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얼릉가 춥다! 하고 집으로 가는 척하고 갔음..

편의점이 모퉁이라 몰래 슬쩍 보니

가로등 아래서 봉지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뭐가 있나 보고 있더라..

봉지 안을 보던 남동생이 고갤 들면서 씩 웃는게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나고

걸어오면서 어릴 때 생각나서 주륵주륵 울었음..

사실 얘네한테 더 깊게 이것저것 물어보는게

상처가 될까봐 꾹 참았는데

지금은 어떤 사정인지 좀 알고 싶음..

물어볼걸 그랬나 후회도 들고

분명 이 친구들도 나중에 컸을 때

오늘처럼 다른 아이들 도와줄 거라 믿기 때문에

쓴 돈은 전혀 아깝지 않음..

와이프는 내가 이렇게 한게

오지랖이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