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일부러 괴롭히는 시골 학교 선생 잡으러 학교 찾아간 아버지 ㄷㄷ

우리 가족은 시골에서 평생을 살았음.

아버지도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는데

화 한번 낸적 없던 아버지가

딱 한번 극대노 하셨던 적이 있었음.

어릴 때 나랑 형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또래 애들보다 늦게 집에 오길래

아버지가 무슨 일이냐고 형한테 물어봄.

근데 형이 담임이 자꾸

나머지(방과 후 보충학습)를 시킨다고 했다함.

그 말을 듣고나니 아버지가 너무 이상했다 하더라고.

우리 집안이 아버지 빼고는

전부 교육자 집안이라 자식 숙제나

학업같은 건 다 봐줘서 보충학습할 건덕지가 없었거든.

그래도 선생이니까 일단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음.

90년대 당시면 교권이 엄청 강하던 때 였으니까,

또 트러블 발생하면 서로 피곤하겠다 싶어서.

(교사가 화분 던져서 애 팔 뿐질러도 그냥 넘어가던 시절임)

근데 그게 점점 집에 오는 시간이 늦춰지더니

이제는 버스도 못탈 지경이 됨.

그래서 아버지가 이건 좀 심하네 하면서

형에게 ‘선생님, 아버지가 막차시간은 맞춰달래요’

라고 말하라고 시켰음.

물론 다음날도 형은 늦음.

아버지가 화가나서 선생이 뭐라고 했냐고 형에게 물음.

그러자 형이 ‘시골에 살면 시골 학교에 다니지

뭐 하러 시내학교 다니냐’ 이렇게 말했다고 함.

이 말에 아버지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교사한테 전화함.

뭐 여차저차 얘기를 해서 겉으론 좋게 끝남.

겉으로만.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교사년이 말하는 뉘앙스가

촌지(뇌물) 때문인 것 같았다고 함.

학기 초에 보통 교사랑 학부모랑 만나서

뭐 얘기비스무리 하는거 하는데

부모님이 바쁘셔서 못갔거든.

그거 때문에 아버지도 신경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셨다고 했었음.

그래서 결국 나중에는 학교에 아는 사람들도 많겠다

대접도 하겠다 생각해서

학교 교직원들 전원 불러서 우리집 식당에

식사대접하기로 함.(시골에서 예약제 가든했었음)

근데 이 교사년이 우리집 식당에 와서도

인사하는둥 마는둥, 먹는둥 마는둥.

아버지가 그래도 잘지내 보려고

술도 따라주고 고기도 구워주셨다고 함.

속으로 빡치셨겠지만 뭐 자식생각해서 참으셨겠지.

거기서 끝났으면 참 좋았을텐데

나중에 학예회 준비하는데 일이 터짐.

요즘도 초딩때 학예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때는 연극 같은거 했었음.

근데 문제는 거기서 형이 맡은 배역이 “거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에 나는 그냥 형이 병신 같아서 거지 맡았네

이렇게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바로 이 교사년이 일부러 맥인거라 눈치까셨다함.

이에 아버지는 도저히 못참으셨는지

저녁에 동네 친구들 불러 모아서

술 마시면서 얘기했는데

아빠 친구들이 어떤 새끼가 조카 건드냐고 극대노를 한거.

담날에 나 태워주는김에 아저씨들이랑 같이 학교로 갔음.

난 뭐 당시엔 아저씨들이 몽둥이에 빠따를 들고 있길래

학교 뭔 행사 있나보다 했는데

아버지 말로는 교무실 뒤집어 엎을려고

작정하고 간거라 함.

그 때 아버지랑 아저씨들 연세가 막 40 찍었을 땐데

평생을 농사 짓고 가축 키우던 사람들이라

체격이 진짜 미친듯이 좋았음.

친구들 모임 이름부터가 청년농민회인가?

모임 이름부터 청년이니 혈기도 왕성한 사람들이었겠지.

그런 사람들이 막 열댓명 교무실로 몰려가니

학교는 난리가 난거.

애들은 싸움났다고 막 떠들고

나도 그거에 신나서 구경하러 갔는데

근데 가보니 아버지랑 동네 아저씨들이었음.

막 농사짓던 사람들이 밭고랑 엎듯이

책상 엎고 선생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데

일반인들이 막을 도리가 있나.

그러다가 구경하던 나도 애들도 쫓겨나고,

놀란 형 담임이 교무실로 내려오니까

아저씨들이 그 여편네 둘러싸고 죽이니 뭐니

쌍욕을 했다고 하더라고.

이 아저씨들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농협에서 수매거부했다고 불지른다고

농협에 휘발유를 뿌리질 않나..

술 너무 좋아해서 오토바이 타고다니다가

논두렁에 빠지고 드르렁하는게 일상인 아재도 있질않나.

(이 아재는 결국 작년에 술마시고 도로에 누워있다가 돌아가심..)

또 다른 아재도 술 너무 좋아해서

음주운전 단속만 수번 걸리고

대수술만 여러번 했는데 여전히 술마시고 운전하고..

당뇨 중증인데도

마 술 안 마시면 내가 왜사노? 하다가

결국 올해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심.

농촌의 음주문화는 정말 어메이징함.

절대 러시아에 안 밀림.

담날 수술인데도 밤새 술마시던 할배도 있었음.

암튼 그러다가 교감이 내려왔는데

교감은 아버지의 스승이자, 할아버지의 제자.

할아버지가 동네 유지에

훈장 같은거 하셔서 제자들이 많음.

교감도 헐레벌떡 내려오고 보니 아버지라 많이 놀랐나봄.

그래도 일단은 학교니까

아버지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고

깽판치고 있던 아저씨들도

아버지 스승이란 소리 듣고 바로 몽둥이 내렸다고 함.

선생은 학교에서 알아서 잘 조치하겠다는 확답 받고

아버지도 스승 앞이니

더 깽판 못치고 예예하고 집에 돌아오셨다고 하고.

그 이후로는 그 교사년은

당연하게도 형한테 더이상 지랄 안했음.

아니 못했지..

학년 끝나고 또 다른데 갔는지 학교에서도 안보였다하고.

이 썰 적는다고 아버지한테

방금 자세하게 다시 물어보고 적은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