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게 태어난 거에 대해서 불만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남자

제목 그대로임.

글재주가 없어서 뭘 어떻게 적어야 할 지를 모르겠는데

그냥 재미삼아 읽어 주었으면 좋겠음.

아빠는 묻지마라. 걍 어디서 뒤졌겠지.

관심도 없고 모른다.

우리 엄마가 듣지 못한다는걸 처음 알았을 때가

아마 8살인가 그때였던 것 같다.

어린이집을 다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또래 아이들을 마주칠 일도 많이 없었고,

또래 아이들의 부모님은 더더욱이 마주칠 일이 없어서

우리 엄마가 다르다는 것도 몰랐다.

청각 장애인이라고 아주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 엄마가 가끔 나 한글 가르친다고

웅얼웅얼 하는걸 보면서

우리 엄마는 그냥 말을 좀 못하는구나

말이 아주 느리구나 했다.

종종 엄마 목소리 따라하면서 엄마를 놀리면

엄마가 우이씨 하면서 간지럼 태워주시고 그랬다.

정말 재밌었다.

그러다 진짜 후미진 충남 깡촌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그때 담임 선생님이 따로 부르시더니

상담해 주실 때 처음 알았다.

선생님이 당시에 청각 장애라는 것에 대해

지식이 전무하던 나에게

이거 저거 세세히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나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우리 엄마는 청각에 장애를 갖고 있는

‘청각 장애인’ 이라는 거고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거.

속으로 그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스라치게 놀라진 않았다.

우리 엄마 그래도 엄청 이상하지 않아요 이랬다.

그 다음은 뭐 뻔하지 않냐.

같은 반 애들이

우리 엄마 청각 장애인이라고 놀리면서

나랑 놀지말라고 왕따 시키고 그랬는데

당하고만 있진 않았고

우리 엄마 놀리는 애 있으면

무작정 달려들어서 싸우고 그랬다

공부는 학교에서 따로 그 뭐야 저소득층?

애들 학원처럼 모아서 교육시켜주는거 그거 들었다.

그래서 공부는 반에서 상위권이었고.

엄마는 당시에 감자탕집? 해장국집? 그런데서

주방 아줌마 하셨다.

한번은 6학년때 어떤 애가

우리 엄마 귀에 X박았냐 어쩌고 하길래

달려들어서 귀때기 물어뜯고

그 양철 필통있잖아

그거 모서리로 애 정수리 빵꾸냈다가

병원이랑 걔네 집 찾아가서 존나 빌고 그랬다.

걔네 엄마는 아무말씀 안했는데

걔네 아빠가 말도 안 통하는 부모년이랑

무슨 이야기를 해서 사과를 받냐고 했던게

아직도 기억나고 분하다.

무튼 이건 자세히 몰라.

엄마가 병원비 다 합의해준걸로 알고있다.

대출 끼워서 모아뒀던 돈 다 날리신 걸로 알아.

너무 미안하지 지금도.

중학교는 무난했다.

우리 엄마도 그때 수화책 사서 독학하시고

나한테도 가르쳐줬다.

연습장에 글씨 써가면서 ㅋㅋㅋ.

중학교 1학년 때 부터 주말 단지 알바 빡세게 했다.

다른 일은 너무 어려서 안 시켜주고

이것도 우리 엄마가 일하는 그 식당 전단지 알바였다.

아무튼 그랬다.

손님 없으면 사장 아줌마랑 엄마랑 나랑

홀에서 셋이 수화 연습했음 ㅋㅋㅋㅋ

집중 못하면 사장 아줌마 한테 혼났다.

내 인생 가장 평화로웠던 시기였던거같다.

아무 생각, 걱정도 없고.

학원도 안다니니 맨날 친구들 만나서 싸돌아다니고.

엄마도 안 아프고 좋았다.

고등학교 가서는 엄마가 다니시던 식당이 망했는데

어찌어찌 다시 엄마가 재취업 해보려고 하셔도

청각 장애인이라고 써주는 곳이 별로 없었고

그때부터 우리집이 좀 많이 힘들어졌다.

그때 당시에 취업 알선?

뭐 그런 모임도 나가고

장애인 복지 무슨 그런거 잘모르는데

그런데도 찾아가보고 해도 취업이 안됐다.

진짜 힘들었다.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살고.. 그게 우리집이거든.

빚도 조금 있었기 때문에 그거 갚아가면서

엄마랑 나랑 둘이서 단칸방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겨울에 집도 맨날 춥고 따뜻한 물도 잘 안나와서

냄비에 물 데워서 쓰고 그랬었음.

원래는 엄마가 날 너무 아끼셔서

한 겨울에도 밤에는 보일러 때우고 그랬거든

근데 점점 그런게 없어지니까

나도 눈치를 채고

안추운척, 안더운척 배고프지 않은척 하고 살았다.

공부는 못했다 그냥 반에서 중간정도 갔다.

고등학교 졸업 하자마자

엄마한테 이제 일하지 말라고

집에서 쉬라고 하고

나 혼자 주야 2교대 공장 야간 고정에

잔업까지 다해가면서 엄마 먹여살린다.

저번에 엄마가 나 몰래 부업 같은거 하다가

나한테 걸려서 내가 화낸 적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용돈 주는게 아니라

급여통장 아예 엄마 드리고

난 용돈 받아서 쓴다

컴퓨터도 없어서 사무실 컴으로 쓰는데..

그리고 좁은 방에 엄마 적적하시지 말라고

친구한테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마리 얻어왔다.

꽃님이인데 이제 1살 넘었나? 그럴거다.

엄마랑 요즘 너무 사이가 좋아보여서 행복하다.

아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건데

엄마 저렇게 된거 아빠 때문이라고 하더라

자세한건 모르는데

엄마 지가 저렇게 만들어놓고 청각 장애인이라고

나랑 엄마 버리고 집 나갔다는데

엄마는 내가 알고 있는 사실 모른다

어릴 땐 솔직히 아빠 빈자리 안 그립다면

그건 거짓말인데 저 사실 알고 난 뒤로는

그냥 저런 새낀 없는게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빚이 아마 40정도 남았고

(애초에 빚도 많이 없었긴 했음.)

집도 더 넓고 좋은 곳으로 가고싶고

자격증 공부해서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싶지만..

잠깐의 공백도 생계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그게 안된다.

나중에 서른 되면 해봐야지 하면서 그냥 그렇다.

꽃님이랑 엄마랑 잘 산다.

난 우리 엄마 아픈 것도

내가 흙수저인 것도 싫은 적 한번도 없었고

그냥 우리 엄마가 너무 좋고 외동이라 행복하다.

갚아드려야 할 은혜도 많고..

인생은 살아갈 날이 더 많기도 하고

행복이 멀리있다고 생각 안한다

힘내고 기죽지 말자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