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마음이 지치는 것 같은 익스트림 응급실 썰

서울 어딘가에 있는 모 대학병원 근무하고 있음

생각나는 환자들 싹다 적어봄

1.가슴이.. 아파요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다며

20대 여자환자가 급하게 응급실로 옴.

짚고 넘어가야 할 토막상식으로

젊은 여성에게서 흉통증상은 잘 안 타나는 증상임

(심장질환 관련)

나- 어떻게 아프세요?

환자- 가슴이 막..미어지듯 아프고.. 눈물이 자꾸 나요

나- 앓으시던 지병 있으세요?

환자- 우울증이요

나- 아픈게 언제부터 그랬어요?

환자- 어제 남자친구하고 헤어지고부터요..

나- ..? 잠시만 계셔보세요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서

나- 쌤.. 20대 여환이고 가슴이 미어지듯 아프다는데

지병은 우울증 있다고 합니다

전공의- 넹 차트정리만 하고 곧 나갈게요

응급실에서 나온 레지가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보고나서

나한테 조용히 하는말이

레지- 그.. 남자친구하고 헤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하네요;

기다렸다 분류 먼저 볼게요

나- ?네..

여튼 흉통이 아니었고

정신건강의학 진료받고 건강히 퇴원하셨음

2.경찰이 제압하는거 반항하다

어깨 빠진 20대 성범죄자 남자.

응급실에 경찰이랑 같이 와서 신분증 달라하니까

나보고 경찰이냐고 왜 물어보냐고 그럼.

“응급실 접수하려면 필요해여 안그럼 진료 못받으세여;”

라고 하니까

“아픈사람 먼저 진료 봐야지 접수가 먼저야? 어?”

하면서 따지길래

보다못한 경찰이 신상정보 다 알려줌.

피의자가 나보고 경찰에 신고할거라고 하는데

경찰하고 나하고 존나 어이없어서 아이컨택하고 웃기만 함.

3.응급실 근무 중이었는데

할머니 외래진료 예약했다며

여자보호자가 해당 과로 안내해달라 그랬는데

환자분 상태가 영 안 좋아보여서

어깨 두드려보고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물어봐도 대답도 없으시고

반응이 아예 없으시길래

설마설마 심장이 멈췄나 맥박 확인하려고

목에 손을 얹었는데 맥은 뛰고 있었음.

근데 여자보호자가 내 손을 쎄게 탁 치면서

“지금 뭐하는 거예요? 어딜 만져요?” 이러면서 째려보기 시작.

KTAS에 의한 응급환자분류에 의하면

중증-응급증상인 mental change였음.

“어머님이 외래로 가셔도 응급실로 내려보낼거에요

그냥 응급실 진료 보세요” 했더니

여자가 “그럼 응급실로 가죠” 해서

응급실 진료 보게끔 함.

응급실 들어가면서 “멘탈체인지요!!” 소리지르니

레지던트 두명이 달려나와서

라이트로 동공 비춰보고 흉골 눌러보고

반응체크하는거 보고 심각성을 깨닫고

여자보호자가 엉엉 움

4.갑자기 어떤 40대 아저씨가 들어오더니

자기 소중이가 잘렸다고 함

그래서 잘린거 혹시 가지고 오셨어요? 물어보니까

소세지 번쩍 들어서 간호사한테

네 여기있어요!!! 라고 함..

근데 무슨 비엔나 소세지 하나가 있었음

구급차도 안 부르고 직접 운전해서 옴

5.나 죽어요

CPR 환자가 발생하면

가까운 관할 소방서에서

엠뷸런스 한대, 관제센터에서 엠뷸런스 한대,

시장 등 차가 들어가기 힘든곳이면 오토바이

이런식으로 2~3대가 출동함.

출동하는것과 동시에 가까운 응급실에 먼저

전화연락으로 ~분쯤 뒤에 ~에서

CPR 환자 도착예정이라고 알려줌.

우리 병원 응급실은 자가내원 하는곳과

119내원 통로가 가까이 있는데

CPR 온다고 연락 받자마자

갑자기 이마가 찢어져서

피가 뾱 하고 계속 나오는 환자와 보호자가 옴.

근데 자동차로 두대는 왔다갔다 할 수 있는 119통로를

대각선으로 이상하게 막으면서 내원하심..

들어오면서 환자가

“아이고 나 죽네 피가 계속나 아이고 살려줘”

라고 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죽은사람 살리는게 우선시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일단 멸균거즈 수십장 주면서

꾹 누르고 계시라고 하고

보호자에게

나- 저 지금 119가 들어올건데

젊은사람이 금방 쓰려저서 심장이 멈췄어요

선생님 심정은 이해하지만

죽은사람 먼저 살리고 봐야되지 않겠어요?

주차하신 길로 119가 들어와야 하는데

차를 빼주셔야 사람도 살리고

선생님께서도 진료 빨리 받으실 수 있어요

라고 설명하던 와중에 119 엠뷸런스 두대가

사이렌 요란하게 울리면서 들어오고

겁나 빵빵대기 시작

병원내부에선 위에 설명한 응급환자가 아니면

사이렌을 울리지 않음.

네버 에버.

보호자- 아 됐고 빨리 먼저 처치 해달라고!!!!!!

나- 선생님 이러시면 정말 곤란합니다.

응급환자 진료방해하시면 법적대응 가능합니다.

얼른 빼주세요.

응급의료법이 정말 쎈법이라

이걸로 법정싸움가면 많이 힘드실거에요.

보호자- 환자 잘못되면 니가 책임질거야?

나- 선생님께서 잘못되면

저희가 다 책임 질테니까 차 빼시라고요.

지혈 소독이라도 할 수 있게끔 해드릴테니까

죽은사람 먼저 살리자고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벽에 떡하니 붙어있는거 가리키면서 말하니까

그제서야 말을 듣는 보호자님..

결국 시간 길어지고

그와중에 앞에 차 안 빠지니까

멀리서부터 구조대원들이 배드내려서 끌고

119 내원통로로 들어가버림

30분 후 CPR환자는 사망판정 받음

6.이 환자 흉통이야~

앞서 말한 응급환자는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문제가 생긴

혹은 생길 환자들을 말하는데 크게 대표적으로

Chest pain(흉통.심장질환) , 마비증상(뇌 질환등)

Mental change(저혈당, 간기능저하, 약물복용 등)

하혈(산모 및 장출혈), 약물중독(수면제,락스,농약 등)

객혈 등등이 있는데

환자가 위 증상을 호소하면

의사들이 달려나와서 검진하는 광경을 볼 수가 있음

당연히 뽀록나면 개털리지만

의사들이 달려나올만큼 중한 증상이라는거임

어느날 자가내원하신 70대 환자분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응급실 내원함.

CPR환자도 있고 대기환자도 많고

진료대기시간이 최소 30분

아님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해드림.

5분정도 뒤 다른 보호자가 주차하고 와서

흉통인데 진료 안보고 뭐하냐며 소리지름

대기실에서

보호자- 흉통인데 왜 진료 안봐요?

여긴 심장질환 가지고 계신분도 이렇게 방치해둬요?

나- 안에 심장 멈추신 분 먼저 살..

보호자- 아 시끄럽고 진료 안보면

병원이나 보건복지부에 문제제기 할테니까 그렇게 아세요

나- 네 민원 꼭 넣으시구요

안에 처치 끝나면 진료볼거에요. 민원실 번호 알려드릴까요?

보호자- 아니 흉통이라니까 그러네

나- 아 예 잠시 기다려보세요.

어디불편해서 오셨어요? 앓으시던 지병 있으세요?

환자- 지병 ㄴㄴ 가슴 두근두근함

저렇게 물어보고 응급실 안에 들어가서

나- 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70대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내원했는데

CPR 끝나고 진료 빨리 봐야하나요?

아무리봐도 흉통은 아닌거 같은데

보호자가 극성이라..

응급 레지- 두근거리는거면 좀 기다리라 그래요

안에 CPR있는데 무슨.

심전도 찍어봐야 알겠지만 아직 그렇게 안 급해요

나- 네 수고하세요

그렇게 응급실에서 나온 뒤 대기실에서

나- 사실 흉통 증상이라기엔 애매해서

검사 해봐야 알거 같은데.

기다리시면 진료 보실거에요

환자- 그려그려 수고했어

보호자- 아니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사람들이 환자두고 뭐하는짓이야? 빼에에에엑

나- 진정하세요 보호자분 여기 다른 환자분들도 계신데

보호자- 빼에에에엑

소리 존나게 지르는거 받아주고 진정 시키다보니까

어느새 CPR환자 사망선고가 떴음

사망선고 뜨고나서

바로 레지던트가 대기실로 나와서

보호자- 아니 무슨 병원이 소리질러야 의사가 나와?

레지- 지금 다른 환자분들도 계신데

어머니 먼저 진료 봐드리러 나왔어요

소리지르지 마세요 좀 안에서 다 들리고 다 알고있으니까

보호자- 넹

문진하고 들어가서 심전도검사 해보니

가족 싸움으로 혈압이 올라가

가슴이 답답해진걸로 진단 나옴.

Chest pain이 아님

여기서부터 의료진들이

가장 최소한의 의료행위만 해줬는데

진료 받는다는 안심 때문인지

1시간만에 혈압 맥박 정상적으로 증상 호전되어

2시간 뒤 집에 귀가시킴.

7.손가락 절단

일하다 손가락이 대각선으로

중지부터 새끼까지 절단된 환자가 내원함

나- 손가락 가지고 오셨어요?

환자- 네 주머니에요 두개는 갖고왔고 한개는 오고있고

나- 좀 꺼내드릴게요. 엥 잠시만요..

선생님 한개밖에 없는데요??????

환자- 어.. 어?

작게 잘린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었음.

나랑 환자나 얼타고 있던 중에

응급의학과 쌤이 나오더니

붙여봐야 알겠지만 워낙 깔끔하게 잘려서

24시간 안에 현미경으로 미세접합 하는

수지전문병원에서 붙이기만 하면

거의 문제 없을꺼라고 안심하시라고 설명했음

환자- 근데 손가락이 한개가 없어졌어요..

의사- 그럼 그대로 막아야돼요

환자- 아이고.. 아이고..ㅠ

그렇게 처치실로 모셔가고

잘린 손가락 한개는 거즈에 싸서

유리병에 잘 감싸드렸다. 잃어버리지 마시라고..

엄청 울상이셨는데

나중에 도착한 일하던 동료가 손가락 두개 가지고 오더니

동료- 이사람아!!!!!! 손가락!!!!

수지접합병원 엠뷸런스 불러주고 빠이빠이함.

손가락 상태도 좋았으니 잘 붙이셨을듯

8.응급실에 울려퍼진 울음소리

조용한 아침.

새벽에 병원으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림.

전화도 왔었고 안에서는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고

CPR이구나 싶었음.

119통로에서 환자가 소생실로 들어간 후,

전공의- 어떻게 발견된 거예요?

대원- 112에서 출동요청받았는데 길에 쓰러져있었답니다.

신고시간은 xx시 xx분경

경찰 출동시간 xx분경부터 CPR 시작했습니다.

술마시고 구토하려다가 질식한걸로 보이며

입안에 토한게 고여있었고 턱이 안 벌어집니다

전공의- 턱이 안벌어진다구요? 그럼..

옆에서 대충 들어보니 사후경직을 얘기한 것 같았음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에 어머니에게 병원 응급실이라고.

난 의사가 아니라서 상태를 설명하긴 힘들고

응급처치중이라서 의사가 전화하기 힘들다고.

와서 설명 들으셔야 할 것 같다고 전화 드리고

간단하게 환자 이름과 주민번호를 받음

갓 20살된 아이였음.

곧이어 환자는 사망판정을 받음.

친구들과 술을 진탕 마시고 집에 혼자 귀가하다 쓰러졌고

이후 길에서 자면서 토하다

그 토에 숨이 막혀 죽은걸로 추정된다고 함

하필 인적이 드문길에

아주 이른 새벽이었고 정말 운이 없었다고..

20분쯤 지났을까 어떤 아줌마가

허겁지겁 식당 종업원 앞치마 차림으로 뛰어오심

나- 어떻게 오셨어요?

보호자- xx이 어딨어요?

나- 어..안으로 모실게요 어머니

안에서 응급의학과 선생님 설명 듣고나서

다리에 힘이 풀리셨는지 주저앉으셨음..

거의 혼절하다시피 하셔서 휠체어에 앉혀드렸고

코와 입에 과호흡 응급처치용 봉투도 한개 대드렸다.

하염없이 울고만 계셨고

30분 넘게 응급실 안엔 울음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음.

아무튼 생각나는건 여기까지고..

병원 응급실은 그냥 빨리 진료해주는 곳이 아니라

생명이나 신체에 지장이 있는

“응급”환자들이 “빠르게” 진료 볼 수 있게 하는 곳인데

사실..뭐 본인이 아프면

그게 제일 응급이고 제일 죽을병임

이해는 가지만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