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여자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갑자기 돌아가신 건 아니고
말기암으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신거라,
어느정도 충분히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맞이한, 장례였다.
여자친구의 슬픔의 깊이를
나로써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여자친구 아버지는 여자친구 어릴적 이혼하시고
새가정을 꾸리셨다고 하고,
형제는 다섯살 위의 언니가 있다.
그게 그 가족의 전부다.
장례식장에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은거 같은데,
기억나는 한 사람이 있다.
여자친구의 첫사람.
고등학교때부터 만나 24살까지
8년을 만난 사람이라고 한다.
나와는 26살에 만나서 2년을 같이 보냈다.
오래 만난 건 알았지만,
그사람이 오자마자
그사람 품에 안겨 우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솔직히 슬픔보단 혼란스러운 감정뿐이었다.
여자친구 언니도 고맙다며 반겨주는 분위기였고
그 사람들과 그 시간들을 공유하지 못했던
나만 소외된 기분이었다.
빈 장례식장을 채우기 위해
이틀을 서로 먼 곳에 앉아 있으며 지켜봤다.
그사람도 자리를 지키며 있었고,
당장 나보다 그사람이 가깝고
그 둘에게는 그사람이 더 필요해 보였다.
그 사람은 발인 날까지 같이 있어줬고,
화장터에서조차 나에게 자리를 안 내주며
그 사람 품에 안겨서 우는 여자친구를 보고
처음으로 우리 관계에 공허함을 느꼈다.
아직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씁쓸하다.
여자친구 어머니 투병 중이실 때
나에게 해주셨던 얘기도 있고,
상황이 상황이니
여자친구를 이해해 보려 노력했었다.
그 전남친이라는 사람은 결혼 할 애인도 있어서
마지막날 애인 차를 타고 떠났고,
나는 너무 혼란스러워서 혼자 차타고 자리를 떴다.
그 뒤로 슬퍼하는 여자친구에게
서운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서
혼자 끙끙 앓으며 데면데면 하고있고,
헤어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여자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여자친구 잘 봐달라고 약속한게 있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건데,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그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닌거 같아서 아프다.